[소통의 월요시편지_429호]
책꽂이를 치우며
도종환
창 반쯤 가린 책꽂이를 치우니 방안이 환하다
눈 앞에 막고 서 있는 지식들을 치우고 나니 마음이 환하다
어둔 길 헤쳐 간다고 천만 근 등불을 지고 가는 어리석음이여
창 하나 제대로 열어놓아도 하늘 전부 쏟아져오는 것을
-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문학동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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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살아생전 온통 약을 달고 사셨더랬지요... 뇌신이며, 용각산이며, 사리돈이며, 디판토며, 지금은 이름도 가물가물한 온갓 만병 통치약들을 달고 사셨더랬지요.... 할머니 방에는 약국을 차려도 될 만큼 약들이 가득했더랬지요... 약이 떨어지면 당장이라도 큰일이 날듯 할머니의 성화에 나는 노상 약을 사러 다녔더랬지요... 약이 수북히 쌓여 있어야 할머니는 마음이 놓으셨던 모양입니다...
책이 가득한 방... 그 방의 주인도 어쩌면 마음이 병든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할머니처럼 말이지요....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리라는... 고기를 잡았으면 그물을 버리라는.... 옛말씀... 을 떠올리게 되는 아침입니다.
마음의 창을 가리고 있는 쓸데없는 책(지식)들은 없는지 이참에 마음을 한 번 들여다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2015. 1. 5.
강원도개발공사 대외협력팀장
박제영 올림
첫댓글 용각산, 기응환, 원기소.... 추억을 안고 있는 이름들입니다... 어린시절 우리집은 한약방을 해서 엄청난 약재가 넘쳐났던 것 같은데 지금은 다 사라져버렸어요... 울 아버지만 남기고요... 책이 가득한 방이 꿈이였던 저는 그렇게 삽니다. ㅎㅎ
뇌신, 명신, 명랑......
추억의 약이름인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