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dx34jKchjd4?si=T2xRXxsE64gv_vdl
Sviatoslav Richter plays Chopin Prelude Op.28 No.15 (Raindrop)
마요르카는 아름다운 섬이다. 공기와 온화한 기후. 환상적인 풍경. 이슬람 시대의 유적들. 과거의 영화를 말해주는 앤티크들. 유리와 도자기 같은 특산품들. 더불어 골목 어디에나 즐비한 독특하고 이국적인 향취의 가게와 카페들. 그리고 계절마다 올리브. 야자. 종려. 선인장. 오랜지. 레몬 알로에. 장미. 석류로 뒤덮이는 곳. 그 외에도 이곳은 바다 그리고 별과 숲으로 가득한 지중해의 낙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를 부른 것은 비범한 두 예술가 - 소설가 조르주 상드와 음악가 프레드릭 쇼팽 - 가 이 곳에서 두해를 살았다는 사실이다.-중략-
상드는 연하의 시인 알프레드 뮈세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랑에 빠진다. 둘의 연애는 뜨거웠지만, 예민했던 두 사람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끝난다. 그런 상드에게 나타난 새로운 남자가 바르샤바에서 온 프레드릭 쇼팽이었다. 파리 살롱가에 나타나 사교게를 떠들썩하게 만든 매력적인 폴란드 피아니스트의 나이는 겨우 21세였다. 이미 폴란드에서 닦은 빼어난 피아노 실력과 누구에게도 뒤지지않는 낭만성으로 무장한 그가 파리 사교계를 정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의 연주는 탁월 했으며, 음악은 독창적이었다.-중략-
그들의 사랑이 시작될 무렵, 쇼팽의 건강은 이미 좋지 않았다. 그러나 상드에게는 그의 심각한 천식도 보살펴야 할 사랑의 대상일 뿐이었다. 이미 상드는 두 아들과 연하의 애인 뮈세를 돌보지 않았던가? 어쩌면 쇼팽은 상드의 네 번째 아이었다.
상드가 쇼팽을 돌보는 것을 마치 모성과 같은 운명으로 받아드리고 요양을 위하여 파리 사교계를 떠나기로 한 것은, 마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가 알프레도를 위해 파리를 버린 것에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상드가 병약한 애인을 위해 선택한 곳이 바로 마요르카였다. 그 섬은 그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함께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마요르카에서의 생활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상드는 이 곳에 두 아들도 함께 데려왔으며, 먼저 준비되었던 집이 그들에게는 최악이었다. 결국 네 식구는 4개월 동안 세 번이나 이사를 하느라고, 서로 사랑할 에너지를 잡다한 주변의 일에 다 낭비해버리고 만다. 그해 겨울의 마요르카는 생각보다 불편했고, 비가 너무 많이 내렸으며, 유난히 추웠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쇼팽의 창작열은 타올랐다. 바람이 많아 쇼팽이 '바람의 집' 이라고 불렀던 곳에서 그는 후에 최고의 작품이라 불릴 곡들을 써 나갔는데, 그것이 바로 저 유명한 <전주곡집>이었다. -중략-
집 안에는 그들이 쓰던 가구와 빌려서 썼던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할머니는 이 곳에서 <빗방울 전주곡>이 탄생했다고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은 쇼팽이 쓰던 피아노로 음악회가 열린다고 한다.
쇼팽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6년 후에, 상드는 자신의 인생행로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회상록 <내 생애의 역사>를 출판하였다. 거기엔 당시 상황이 섬세한 필치로 묘사되고 있다.
https://youtu.be/OKoJCGJOrtc?si=oDNBjZxj-kSwknmQ
Prelude in D-Flat Major, Op. 28, No. 15 "Raindrop" · Arthur Rubinstein
상드가 회고록에서 말한 <빗방울 전주곡>은 제 6번 B단조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낙숫물 소리를 가장 잘 연상시키는 제 15번 D플랫장조에 <빗방울>이라는 별명을 붙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에피소드 덕분에 <전주곡집>은 대중적으로 크게 유명해졌다. 그러나 쇼팽의 24개의 <전주곡집> Op.28은 이 일화가 아니더라도 쇼팽 최고의 곡이다. 도리어 이런 에피소드가 그 예술적 가치를 가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곡 들의 대부분은 상드와 마요르카 섬에 있던 2년 동안에 작곡되었으며 여기에는 상드와의 사랑, 아쉬움, 상드의 아들과의 갈등, 언젠가는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등이 모두 스며들어 있다. 리스트는 이 곡을 가리켜 "지금 까지는 없었던 방법으로 이룩된 새로운 곡들"이라고 말 하면서 "인간으로서나 예술가로서의 모두 빛나는 쇼팽의 창작력이 다 발휘된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 곡은 쇼팽의 바흐에 대한 지극한 경외심의 표현이었다. 평소 바흐의 건반악기 작품들에 최고의 경외심을 품었던 쇼팽은 "바흐의 곡들은 완벽하게 설계된 기하학적 도면과 같다. 모든 음표가 적재적소에 있으며, 하나의 낭비도 없다."고 말했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에서 영감을 받은 쇼팽은 거기에 붙이는 응답처럼 이 곡을 썼다.
그는 이 작품에서 장조와 단조를 각각 12곡씩 24곡으로 배치하는 정교한 계산 위에서 설계하였다. 대부분의 곡들은 2~3분 정도의 짧은 길이를 가지는데, 내용은 지극히 자유롭고 산뜻하다. 오페라나 극장음악에서는 본 곡에 앞서 전주곡이라는 것이 있지만, 쇼팽은 오페라가 아닌데도 여기에 '전주곡'아라는 멋진 어감을 차용했다. 사실 본 곡도 없이 전주곡만 24개 가 연이어 나오는 형식은 참신하다 못해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이 곡은 한 번에 모두 다 들어야 제맛이 난다. 쇼팽은 분명 자신의 인생이 전주곡으로 그칠 것을 알았기에 그토록 불안해 했을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늘 미완성으로 끝나는 것이며, 어쩌면 인생이란 본론이 없는 전주곡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결국 상드의 아이들과 갈등이 심해지면서 쇼팽은 그녀와 멀어진다. 2년후 쇼팽은 돌보는 사람없이 파리 방돔 광장의 호텔방에서 서른아홉 살의 생을 마친다. 누이가 그의 임종을 지켰다. 장례식에 상드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풍월당 주인 박종호의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에서>
자료출처: 참마음 참이웃
https://youtu.be/J_6APTb3RNQ?si=M88CJyRKL_6MvqIf
Vladimir Horowitz plays Chopin's "Raindrop" Prelude in D flat Major, Op.28 No.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