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한 일
수요 예배 때 성현 형제 앉은 자리에 눈길이 갔다.
보기만 해도 힘인데 방학하고 거금도로 내려갔다.
허전한 마음이다.
기숙사 짐을 빼는 날, 아빠가 왔다.
교회 자동 식기세척기 구입 위해
두 권사님 동행 소식에 롤 케이크 세 개를 준비하고 기다렸다.
황 목사님도 불렀다.
두 교회가 중동 선교사 후원에 참여하기에 섬기고 싶었다.
이른 저녁, 줄 서 먹는 식당에서 만났다.
임 목사님께서 내민 수재 유자차와 모과 차를 받았다.
유자차는 신 장로님 건강 회복 위해 전하려고 감췄다.
해물 샤부샤부를 시켰다.
키조개, 백합, 전복, 낙지, 조개류에서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이 우러났다.
미나리를 올릴 때 ‘와! 목사님, 사진부터 찍을게요.’
식전 촬영이 필수지만 목사님 감사 기도가 더 빛났다.
권사님들 눈이 동그래졌다.
‘목사님, 우리 교회 제직 세미나 후
권사 임직할 때 권면하고 축하 봉투 주신 일 말하고 왔어요.
저도 행사 순서 맡으면 그렇게 하려고요.’
식당 주인이 엄마의 손으로
해물 샤부샤부 먹는 법을 알려줘 입맛을 돋우었다.
‘목사님, 거금도 내려 간지 20년 되었어요.
지난주 서울화평교회 이재옥 원로 목사님 초대하여 기념 예배드렸어요.
오후에 세 교회 연합으로 다시 모였는데
원로 목사님께서 칭찬하셨어요.’
남해화평교회 건축을 물었다.
‘주관은 순천화평교회 강 목사님이 하셔요.
건축 허가 났는데 우리 개척할 때와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난 기도하며 성탄 헌금을 보내기로 성도들에게 알린 상태였다.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에 못 미쳐
장로님과 상의하여 100만 원을 채워 보냈다.
매년 적자 재정 결산인데 그나마 금년에 여유가 생겼다.
작은 교회를 힘써 섬기는 성도들에게 감사드리며 기도로 갚으련다.
최상준 도서관에서 장석주 작가의 책을 보면 힘이 난다.
고교 중퇴자지만 독서광으로 그의 다른 책
‘내가 읽는 책이 나의 우주다’ 구입을 위해 충장 서림에 갔다.
아내가 내민 문화 카드로 이어령, 김훈,
신형철, 조세희, 강원국 작가의 책을 샀다.
새해 백 권 읽기 시동을 걸었다.
돌아오는 길에 강 목사님 전화를 받았다.
‘목사님, 어떻게 통장 번호 알고
남해화평교회 건축헌금을 보냈어요?’
뜻밖에 찍힌 돈에 놀란 표정이었다.
사실, 지난해 필리핀 오순옥 선교사
에어 앰뷸런스 띄울 때 알아낸 계좌였다.
‘강 목사님, 작은 교회에서 부끄러운 금액이라 죄송합니다.
일천만 원 가치로 쓰세요.’
‘예, 1억 원처럼 사용할게요. 감사합니다.’
예순 넘어 농촌교회 개척에 뛰어든
남형곤 목사님의 결단에 힘을 보태 기쁘다.
복음에 빚진 자로 우리가 할 일을 대신 감당해 더욱 그렇다.
눈 폭탄 맞은 날, 안수 집사님에 가정 심방을 갔다.
훈훈한 아파트 거실에서 몸을 녹이고 단출하게 추도 예배를 드렸다.
두 분이 좋아하는 식당으로 눈보라를 헤치며 나갔다.
‘갈비 마당’에 앉아 시켰다.
‘목사님, 요즘 누룽지 간식 못하네요.
주방을 인덕션 레인지로 교환하여 못 만들겠어요.
부탄가스로 해 드릴게요.’
따뜻한 맘 쓰심에 감동을 함께 먹었다.
돌아와 손목이 시큰할 정도로 눈을 치웠다.
눈길 아침 운동도 끈질기게 다녔다.
나이 들수록 뛰어야 산다는 일념으로 달려 근력을 키웠다.
지난주일 오후,
음지 골목이 미끄러운데 광주사랑교회 임직 예배에 갔다.
임직 기도와 설교와 권면의 말씀이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을 은혜였다.
96세 어르신이 사모한 마음으로 명예 장로 임직을 받았다.
여고 시절 전도되어 교회를 섬김 오정미 권사도 눈길을 끌었다.
그가 20년 전, 우리 교회 입당 예배에
참석하여 감사 헌금한 사실을 기억하고 작은 봉투를 건넸다.
두 사람에게 봉투 드린 것을 어떻게 알고
담임 목사님이 전화로 감사의 뜻을 밝혔다.
다음 날, 교단 신문 편집국장의 원고 청탁을 받았다.
‘목사님! 2년간 원고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년부터 필진이 바뀔 것 같아 이번이 마지막 원고네요.’
공개적인 글 쓰는 부담에서 벗어나 홀가분했다.
때로는 마감 시한 넘기지 않으려고 밤을 하얗게 샜다.
한 번은 저녁 식사 가는 길에 그날 중으로
원고 달라는 부탁에 밥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돌아와 자정에 보냈다.
이렇게 해냄이 감사했지만 왠지 섭섭한 마음도 들었다.
서당골 생명샘 문서 사역하며 5천 명의 독자를 위하여 기도드렸다.
당시에는 요원했지만 신문 기고를 통해
이루신 하나님의 손길에 놀랐다.
광주사랑교회 임직 예배 후 능이버섯 백숙 식당에 모일 때였다.
중앙제일교회 사모님이 옆에 앉았다.
‘우리 목사님 장례 예배 때 목사님 조사 큰 은혜였어요.
교단 신문에 낸 그 조사를 복사해서 올케에게 보냈어요.
신문 오면 목사님 글부터 읽어요.
늘 은혜받고 있어요.’
이런 인사도 하나님의 덕이었다.
어제 성현 형제에게 전화 걸었더니
‘목사님, 해방감에 자유하고 홀가분해 집에서 게임도 하네요.
1년간 섬겨 주셔서 학업을 마쳐 감사합니다.’
‘뭘 잘해 주고, 뭐가 좋았는데?’
‘다 좋았고요. 예배 때마다 챙겨 준 간식 잘 먹었어요.
2학기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한 결과라 만족해요.
요즘, 수학 문제 풀고 영어 단어 암기 시작했어요.
광주 한번 갈게요.’
‘그래, 보고 싶다. 오렴, 맛있는 것 먹게!
너 같은 청년이 그 자리 채워져
나 또한 섬김의 시간을 이어가고 싶다.’
한없이 부족한 자를 이렇게 쓰신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새해에도 하나님께서 어떤 모양으로
함께 일하실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하련다.
2022. 12. 31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