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백수는 유명한 해안도로 말고도 저렇듯 마을마다 오래되고 멋진 팽나무들이 인상적인 곳이다.
아름다움. 그것은 비단 정자나무나 너른 간척지, 염전, 바다들에서 느껴지는 맛만은 아니다.
그곳 대신리 어디 영성식당은 굴껍질을 먹은 돼지고기 맛이 일품이듯,
어차피 시공과 관계의 연장에서만 가능할 수 있는, 현금에 살기가 세계 으뜸인 백수중학교도 있다.^^
교문을 들어서면 '은목서' 저 향그롭고 멋진 나무를 맨 먼저 만나게 된다. 영광대마중이다.
"인연의 것은 사람이 임의로 지으려해도 하늘이 호락호락 응해주지 않는다." 지금 내 말이 맞는가?
다가선다고 해서 모두 '인연'이 아니듯 저 나무처럼 서있기만 한다 하여 어찌 다가서지 않으랴!
금목서 은목서 향기는 정원사회에서 아는 이들은 다 안다.
오주사... 천사같은 하얀 '독서하는 소녀상' 아래 오늘도 명상 울력중이다.
키가 어찌나 호리호리한지 내가 올려다보기 민망하여 늘 먼 목례이며 묵언의 눈빛 메시지였다.
내 백평 집뜰 하나도 몇달 째 낙엽이 어지러운데 학교 하나가 오전 한나절이면 구석구석 눈부시다.
수행승이 마음의 화두를 잃지 않고도 얼마든지 넓은 절집을 말끔히 청소할 수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고달픈 것과 명상의 도는 반비례한다. 아니다. 명상 따로 손발 따로이다.
아니 명상 속에서 덤으로 얻는 것이 직업이고 돈이고 사랑이다.
나는 그의 손목에서 맥이 어떻게 노는 지를 알아보았다.
착하고 근면하며 맑고 따뜻한 피를 격려해주었다.
큰 키를 낮추고 더운 피를 식히며 항상스런 그의 마음을 축하해 주었다.
오주사의 부처님께 오분간 합장 경배했다.
창고마다 가지런하고 눈향나무 밑이 서늘하고 운동장이 환했다.
나는 수삼년 동안 이런 '수하 스승'을 만나지 못했다.
사는 곳이라면 누구에게나 '소임'이 있겠지만 누가 저 이 앞에서 '자리'를 자랑하랴!!
아름다운 정물화. 그의 생의 소품... 경전... 화두...
저 리어커가 내가 어릴 적 타고 행복해 했던 달구지처럼 사랑스럽다.
어제는 백수에 사시는 그의 부모님을 찾아뵈었다. 따땃한 화목보일러 방에 앉아
한약은 잘 드셨는지, 농사는 잘 지으셨는지...
전엔 찹쌀현미를 묵신하게 실어주시더니 이참엔 고추장을 '잊어불고 묵을만치(아내의 말)' 싸주셨다.
인연의 기쁨이 이리 달달하고 간간하다.
"향기란 풍겨서 전하는 것이 아니다." 이 말도 맞나?
향기란 풀려나야 한다. 실오리처럼 실개천처럼 실바람처럼 그래야 절로 맡아지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흐르는 것이다.
저 은목서 향기가 지금 인터넷 화상 밖으로 은은히 흐르는 것이 보입니까?
네^^ 보인다면
그대도 저 독서하는 소녀상 아래 키큰 빗자루처럼 착하고 부지런한 부처님입니다~
첫댓글 차남희교장샘도 오주사님 칭찬을 많이 했었는데요.
교장샘 왈 "시켜도 잘 안하는 사람이 많은데 오주사는 시키지 않아도 자기 몫의 몇 배를 한다" 고 하시더라구요.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대마의 복이라고.......
참 고운 사람이예요....
누구든 제 타고난 근기를 잘 닦아서 착하게 쓰면 둘레가 두루 평화로울거에요. 下心...
학교를 이곳저곳 근무하다 보면 부지런한 주사님을 가끔 봅니다.
몇년전 여수여자중학교에도 백주사님이란 분이 계셨습니다.
그분이 있어 교정이 늘 아름답게 빛났죠. 그분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졌어요.^^
풀에서 배울 땐 풀의 온도로 배우고, 사람에서 배울 땐 그 사람의 마음 속으로 배웁니다.^^
은목서 향기가 코 끝을 간지럽히는 것 같습니다, 리어카를 구르마로 과제물 썼더니 교정해서 보냈더라구요,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친구들에게 조르고 있어요 영광백수 함 가자고 ... 감사합니다 이봄 남녘 식구들이 무척 생각납니다.
ㅎ 그런디 전 '보성'으로 옮겼으니 어쩌죠? 아무 때나 오세요. 혹 화순들꽃탐사 때나 이번 오월 12일에 영광들꽃탐사반이 화순으로 온다네요. 그린께서 원하면 그냥 영광해안도로 가까운 코스로 잡자 할게요.^^
^^*
어느날 둘이 약속했어요 선생님 한가해지면 가기로 꼬막도 캐고 두루두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