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고추 가격이 큰폭으로 하락해 농가들의 재배 포기에 따른 생산기반 급감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칫 헝가리와 같은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건고추 생산기반 붕괴를 막기 위해선 생산자단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요식업소 등을 상대로 한 국산 건고추 소비확대 방안이 절실하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건고추 주산지농협들로 구성된 (사)한국고추산업연합회가 한국고추연구회에 연구 의뢰한 ‘국내 고추의 유통 현황 및 대책’ 최종 보고서를 통해서다.
보고서는 국내 건고추 생산기반이 무너질 경우 중국산 고추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수입에 들어가는 비용이 천문학적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후생을 위해서라도 국산 건고추 소비여력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재배면적 감소추세대로라면 2022년 국내 건고추 공급량은 국산이 8만t, 외국산이 13만t일 것으로 추산됐다. 외국산이 전체 시장의 62%가량을 장악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외국산 건고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산의 경우 자체 생산비용 증가에 따라 지난해엔 1㎏당 3800원이었던 수입가격이 2022년에는 7000원으로 1.8배 뛸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산 건고추의 수입액 또한 지난해 3554억원에서 2022년에는 9100억원으로 2.5배 급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올초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3년 농업전망을 통해 예측한 2022년 고추 수입액(4351억원)보다 두배 이상 많은 것이다. 즉, 10년 후엔 현재보다 갑절가량의 비용을 지불하고 중국산 건고추를 사다 먹어야 하는 상황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대형 식품업체와 식자재업체·요식업소 등을 대상으로 산지(한국고추산업연합회)와의 업무협약(MOU)을 맺도록 하거나 국산 건고추를 사용하는 곳에 대해선 별도의 인증 표식을 부여함으로써 이들 대량 수요처의 국산 사용 의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또 현행 불합리한 고추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건조과정에 들어가는 막대한 노동력과 작업비를 절감하기 위해서 고추종합처리장(RPPC·Red Pepper Processing Complex)을 산지에 확대 보급하고, 가공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가칭)‘기술전문위원회’를 RPPC에 설치하도록 해 소비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고품질 고춧가루 생산을 유도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생산자단체가 운영하는 고춧가루 가공공장에 원물 수매자금 지원을 확대해 고품질 고추를 원료로 사용토록 함으로써 향후 국내 고추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소비자들이 국산을 외면하지 않게 하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박재복 한국고추연구회 고문은 “2011년 국내 생산량 급감으로 물량 확보에 애를 먹은 대량 수요처들이 이후 값싼 중국산으로 구매선을 대거 돌린 것이 올 건고추값 폭락을 불렀다”면서 “국내 생산량을 연간 10만t 수준으로 유지하고 고춧가루 양을 적게 쓰더라도 색상과 맛이 좋도록 품질을 고급화하는 정책을 병행해야 국내 고추산업의 붕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