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동 가로수길을 돌아보고 주차해둔 차로 가고 있는데 제 차 근처에 주차하고 내리던 분이 제게 다가와서는 인상을 쓰며 대뜸 “뭐 하고 있어요?”하고 물어오기에 순간 깜짝 놀라고 당황했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지, 왜 이러실까, 겁도 나면서 온갖 생각이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그분이 “뭘 찍고 있습니까?” 재차 묻기에 제가 들고 있는 카메라 때문이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더군요. “지금 은행 단풍이 좋아 찍고 있습니다.” 했더니 “작가시냐?”, “기자시냐?” 물으시더니 자기 차를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신고하려는 카파라치로 알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여기는 불법 주차구역이 아니니 안심하시라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은행나무 가로수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열매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문제 된 게 벌써 몇 해인데 아직도 그대로 두고 있냐고, 시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였습니다. 그냥 듣고만 있었습니다. 인상도 험악하고 덩치도 대단한데 첫마디부터 살짝 얼었던 터라 빨리 지나쳐 각자의 길로 가기만을 바랄 뿐이었습니다.
은행나무는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가로수 수종입니다. 가로수는 보행자나 운전자, 기타 일반인들에게 쾌적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해야 하는데, 은행나무는 그 잎이 주는 녹색의 편안함과 노랑의 따뜻한 느낌, 포근함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고, 태양열을 흡수하고, 눈·비·안개 등을 차단하거나 감소시키고, 바람의 영향을 완화합니다. 또한 수관의 가지와 잎이 먼지와 분진 등을 흡착하고 유해가스를 흡수하여 공기를 정화할 뿐 아니라, 소음을 차단하여 방음 효과도 주고, 공해에도 강하고 어떠한 토양에도 강인하게 살아가기에 가로수로 많이 심은 겁니다. 구미시에서는 1970년대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도심 곳곳에 은행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구미 시내 도로변에 식재된 가로수 4만 그루 중 은행나무는 1만 그루로 25%에 달하며, 이 중 암나무는 2천300여 그루랍니다. 열매에서 악취가 나도 초창기에는 불만이 크지 않았습니다. 열매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주민들이 다투어 주워갔기 때문입니다. 은행 열매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몰래 가로수 은행나무 열매를 채취하다 적발되어 특수절도 행위로 불구속 입건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채취자 간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구미시는 은행 열매 채취를 희망하는 주민이나 단체에 안전사고 예방 등의 교육을 거친 이는 은행을 수확할 수 있도록 하여 분쟁을 잠재웠고, ‘08년 9월 16일 KBS2TV, 세상의 아침 방송에 열매채취에 시민 참여를 권장하는 가로수 시책이 방송에 소개되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은행 열매가 자동차 매연의 영향으로 납, 카드뮴 등 중금속에 오염됐다는 소문-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도 검사를 통하여 사실이 아닌 것으로 이미 판명되었습니다-이 돌면서, 싸움까지 해 가며 불법 채취할 정도로 인기 높았던 은행 열매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맘때면 도로변 곳곳이 열매에서 풍기는 악취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가로수를 다른 수종으로 바꾸자는 얘기도 매년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키워 봐야 암수 구별이 가능했지만, 요즘은 기술이 발달하여 수령 1~3년이면 암수 판별을 할 수 있다니, 암나무를 빼내고 수나무만 심으면 될 듯도 합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진동수확기를 도입하여 열매가 떨어지기 전에 날을 정하여 일찍 털어내 버리기도 한답니다. 어찌 되었건, 은행 열매 인기 변천사를 통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너무나 쉽게 믿어버리고 쉽게 마음을 바꾸어버리는 까탈스럽고 변덕스러운 우리의 한 단면을 봅니다. ’염량세태‘란 말이 떠오릅니다. 요즘의 사회상 또한 이 같지 않나, 많이 안타깝습니다. 저는 그래도 은행-본질-이 좋습니다.
가을을 즐기러, 이번 주도 열심히 나다녔습니다.
팔공산 단풍은 지난주도 좋았고, 이번 주도 멋지고 다음 주도 그러할 것입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2137435329
바람 불어 좋은날, 구미시 곳곳의 갈바람을 채집하였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2134430932
운문사의 가을은 절정을 지나도 멋졌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2133594009
아쉽게도 수다사 은행나무는 이미 나목에 가까워져 있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2135484649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모셔온 글)===========
"兩留之, 雖有其短取長而已矣"
"둘 다 그대로 두어라, 비록 단점이 있더라도 장점을 취할 뿐이다."
-이익의 <관물편>
감나무를 심었는데... 열매가 많은 나무는 알이 작았고,
열매가 드문 것은 알이 굵었습니다.
나중에는 같이 잘 자라 그늘이 지기에 하나를 베어버리려 하니,
알이 작은 것은 싫지만, 많은 것이 아깝고,
열매가 드문 것은 미워도 그 알이 굵은 것이 아까웠습니다.
"둘 다 그대로 두어라,
비록 단점이 있더라도 장점을 취할 뿐이다."
좋은 점이 있으면 안 좋은 점도 있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장점이 단점이 되고,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자기의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람이 있고,
장점을 깎아 단점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들 속에서도 그렇습니다.
상대방의 장점을 단점으로 깎아내리려 하는 사람이 있고..
단점을 장점으로 품어서 상대방을 세워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장점 없는 사람이 없듯이.. 단점 없는 사람이 없습니다.
"둘 다 그대로 두어라.
비록 단점이 있더라도 장점을 취할 뿐이다."
오늘은...
다른 사람의 장점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눈과 마음을 가진 하루이길 소망합니다.
-----박선희 시인의 <아름다운 편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