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시간
2005년 11월 24일(목) ~ 2006년 2월 19일(일)
수,금 15:00, 19:30 /목 19:30 / 토 15:00,18:00 / 일 15:00
월,화 공연없음
가격정보
일반 40,000원 / 학생 20,000원
할인정보
* 티켓링크 VIP플래티늄, VIP로얄, VIP플러스, 기존VIP, 舊 기존VIP회원 10% 할인
* 11월 23일까지 조기 예매시 25%할인 (중복할인은 안됨)
* 연인 및 부부 관람시 25% 할인(단, 현장에서 확인/연인 및 부부가 아닐시 차액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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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소개
윤석화의 정순왕후 영영이별 영이별
소극장 산울림 개관 20주년 기념공연 시리즈
극 단 산울림 제 115 회 정기공연
“당신을 태운 사인교가 다리를 건너 멀어져갈 때
나는 차마 안녕이란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못 다한 사랑이 서럽고 아쉬워 발을 동동 구르며 울었지요.
우리는 영원히 열일곱 소년과 열여덟 소녀로 붙박여 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이 다리를 영이별 다리라고 부른답니다.
당신과 내가 영영 이별하였다 하여 영영 건넌다리, 영도교라고 부른답니다.”
청계천 영도교에서 영원히 헤어진 단종과 정순왕후의 애달픈 사랑!
▶<미실>로 1억원 고료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김별아의 신작 장편소설 전격 무대화!
▶6년 만에 산울림 무대에 서는 연극계 최고의 스타 윤석화와
영원한 청년 연출가 임영웅의 만남!
소극장 산울림 개관 20주년 기념공연 마지막을 장식할 문제작!
1.공연 개요
지난 3월 <고도를 기다리며>로 소극장 산울림 개관 20주년 기념공연의 서막을 연 극단 산울림은 그 다섯 번째 작품으로 <윤석화의 정순왕후, 영영이별 영이별>을 무대에 올립니다. 청계천 영도교에서 영원히 헤어진 단종과 정순왕후의 애달픈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미실>로 1억원 고료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김별아의 신작 장편소설입니다. 명성황후, 덕혜옹주에 이어 단종의 비 정순왕후 역을 맡은 윤석화는 우리 역사의 일부이면서도 우리가 잊고 있었던 역사 속 인물을 무대 위에 되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습니다. 연극계 최고의 스타 윤석화와 연출가 임영웅의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한층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 작품은 명실공히 소극장 산울림 개관 20주년 기념공연 마지막을 장식할 문제작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 원 작 / 김 별 아
▶ 극 본 / 전 옥 란
▶ 연 출 / 임 영 웅
▶ 출 연 / 윤 석 화
▶ 기 획 / 오 증 자
▶ 미술감독 / 박 동 우, 조명감독 / 김 종 호, 음악감독 / 윤 중 강
의상 / 오 이 순, 사진 / 조 세 현, 분장 / 성 미 숙
▶ 일 시 : 2005년 11월 24일(목) ~ 2006년 2월 19일(일)
“선생님, 저의 또 하나의 대표작을 만들어 주세요!”
한국 연극계 최고의 스타 윤석화. 그녀가 연극 <윤석화의 정순왕후, 영영이별 영이별>(원작 김별아, 극본 전옥란)의 출연을 결정하고 산울림소극장 1층 카페에서 연출가 임영웅을 처음 만나던 날, 이렇게 말했다. 말없이 미소 짓는 노 연출가에게 너무나 솔직한 그녀는 계속해서 속내를 털어놓는다.
“산울림소극장 20주년 기념공연에 저만 안 불러 주셔서 속으로 많이 서운했어요.”
(그녀와 함께 연극계 ‘빅3’로 불리는 손숙, 박정자는 20주년 기념공연에 연달아 출연했다.)
“원래 스타는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거야. 조용필이 중간에 나오는 거 봤어?”
“그럼 제가 조용필이네요.”(일동 웃음)
배우는 많아도 스타는 드문 연극계에서 윤석화라는 이름 석 자는 관객들에게 연극배우의 대명사로 깊게 각인되어 있다. 1977년 <꿀맛>으로 데뷔, <신의 아그네스>로 명성을 얻은 그녀는 88년 <하나를 위한 2중주>를 시작으로 <목소리>(89년), <프쉬케, 그대의 거울>(90년),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91년), <딸에게 보내는 편지>(92년), <가시밭의 한 송이>(99년)로 계속해서 산울림 무대에 섰다. 특히 모노 드라마 <목소리>와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각각 5개월, 9개월간 장기공연을 했을 정도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 <명성황후>, <덕혜옹주> 등 왕가의 여인의 인생을 연기했던 그녀는 조선시대 비운의 왕 단종의 비, 정순왕후 역을 맡아 6년 만에 산울림 무대로 돌아왔다. 산울림 대표인 연출가 임영웅과는 2000년 <세 자매>(문예회관 대극장) 이후 5년 만에 호흡을 맞추는 것.
우리 역사의 일부이면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역사 속 인물을 무대 위에 생생하게 되살려 내는 데 관심이 지대한 윤석화는 재충전을 위해 캐나다에 머물고 있는 소설가 김별아와 이메일을 주고받기도 했다.(월간「객석」11월호)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 문장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자신의 불행했던 일생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는 정순왕후의 내면을 배우로서 꼭 연기하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습니다.”(윤석화)
“이미 제 눈에는 정순왕후로 분한 당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당신이라면 그녀를 이해하실 거예요. 당신이라면 그녀를 위해 울어줄 수 있을 거예요. 정순왕후가 단종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미친 듯이 울며 숲속을 헤맬 때 같이 가슴을 치고 땅을 치며 동정곡을 했던 숱한 이 땅의 여인들처럼. 이제 그녀는 당신 안에 있습니다.”(김별아)
정순왕후는 열다섯의 나이에 한 살 어린 단종과의 정략혼사로 왕비가 되지만 1년 6개월 뒤, 단종이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자 의덕왕대비가 되고, 영월로 귀양을 간 단종이 다섯 달 만에 사사당하자 서인에서 걸인, 날품팔이꾼, 뒷방 늙은이가 되어 여든둘에 세상을 따나기까지 가혹한 운명을 살아간 여인. “나는 우는 듯 웃으며 죽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이 연극에서 윤석화는 82세의 파파할머니부터 15세의 꽃다운 신부까지 60여 년의 세월을 소화해 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윤석화의 정순왕후, 영영이별 영이별>은 죽는 날까지 침묵해야 했던 기구하고 애달픈 사연을 죽어서야 단종에게 굽이굽이 털어놓는 형식의 1인극. 모노 드라마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젊은 국악인(음악감독 윤중강, 작곡 김민규, 소리지도 이아미)들에게 시조창을 배우고 살풀이를 배우는 그녀. 과연 이 작품이 자신의 바람대로 윤석화에게 또 하나의 대표작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 연출 소개▶임 영 웅
<고도를 기다리며>를 통해 한국 연극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높이 평가받고 있는 연출가 임영웅. 지난 5월 국립극단의 레퍼토리 복원작품인 <산불>을 연출해 전회 매진을 기록하는 화제를 모았고, 일본 8대 도시에서 뮤지컬 <갬블러>를 성황리에 마치고 돌아왔다. 특히 산울림 개관 2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대표 레퍼토리와 20세기 마지막 천재작가 베르나르-마리 콜테스의 작품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등 실험적인 신작 무대를 연이어 연출함으로서 한국 연극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위기의 여자><딸에게 보내는 편지><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담배 피우는 여자><세 자매><매디슨 카운티의 추억> 등 여성의 삶을 주제로 한 일련의 작품들에서는 명쾌한 작품 분석의 바탕 위에 탁월한 심리묘사로 여성관객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아왔다.
4. 작가 소개
▶원작 : 소설가 김별아
1969년 강원도 강릉 출생.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3년 <실천문학>에 중편 <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로 등단.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1억원 고료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
장편소설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 <개인적 체험>, <축구전쟁>,
<미실>, <영영이별 영이별> 소설집 <꿈의 부족>,
산문집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 <식구> 등이 있다.
현재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 2년 예정으로 캐나다 거주.
▶극본 : 방송작가 전옥란
1961년 경기도 파주 출생.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문학정신> 기자와 <새로운 사람들> 편집주간 역임.
1989년 MBC 교양제작국에서 <차인태의 출발 새아침>을 시작으로
토크쇼 <정미홍이 만난 사람>(MBC), <정운영의 책으로 읽는 세상>(EBS),
<손숙, 배기완의 아름다운 세상>(SBS) 등의 방송대본을 썼고,
소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 등을
연극으로 각색했다. 현재 소극장 산울림 기획실장.
5. 작품 소개
▶우리 역사의 일부이면서도 우리가 잊고 있었던 역사 속 인물을
생생하게 되살린 참으로 아름답고 슬픈 작품!
왕비에서 서인으로, 걸인, 날품팔이꾼, 뒷방 늙은이가 되기까지
열여덟에 남편을 잃고도 끈질기게 여든두 해를 살아낸 한 여인의 모진 운명......
그녀에게 삶은 사랑이었고, 사랑은 삶이었으며, 삶은 치욕이면서 복수이면서,
기어이 살아내라는 생명의 준엄한 명령이었다!
<영영이별 영이별>의 모티프는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50년 만에 제 자리를 찾은 영도교( ��). 1457년 조선 역사에서 가장 비운의 임금으로 불려지는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돼 영월로 귀양갈 때 정순왕후가 가슴을 쥐어뜯으며 정인의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던 곳이다. 단종과 정순왕후가 영영 이별한 곳이라 하여 영이별다리, 영이별교, 영영건넌다리로 불렸다는 슬픈 전설이 깃든 다리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로 귀양길을 떠나던 단종과 부인 정순왕후가 영도교 위에서 눈물로 이별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영도교는 정순왕후가 귀양가는 단종을 배웅할 수 있는 최대한의 거리였다.
정순왕후 송씨는 열다섯의 나이에 한 살 어린 단종과의 정략혼사로 왕비가 되지만 1년 6개월 뒤, 단종이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자 의덕왕대비가 되고, 영월로 귀양을 간 단종이 다섯 달 만에 사사당하자 홀로 남아 여든둘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가혹한 운명을 살아간 여인.
열여덟에 단종과 헤어져 홀로 살아남은 정순왕후의 예순다섯 해는 긴 세월이었다. 홍장을 한 열다섯 살의 신부를 파파노인으로 만들고, 삼단 같던 머리를 백발로 만들고, 팽팽한 뺨에 주름으로 골을 파도록. 네 명의 왕이 죽고 다섯 명의 왕(세조, 예종, 성종, 연산군, 중종)이 등극하고, 거듭된 사화와 살육전에 숱한 목숨이 초개처럼 버려지도록. 강산을 바꾸고, 사람들의 성정마저 바꿀 정도로.
한 나라의 국모에서 서인에서 걸인, 날품팔이꾼, 뒷방 늙은이로 전락하면서도 정순왕후는 왜 자결하지 않고, 욕된 목숨을 모질게 이어간 걸까. ‘내게 죽음을 요구하는 세상의 눈초리까 따가워질수록 나는 더욱 이 불가해한 삶을 끝까지 견디고 싶었습니다. 이상스러운 빛으로 번쩍이는 나의 생애에, 마지막 목격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인생을 주체적으로 개척하는 것 이상으로 고된 일상을 견디는 힘 또한 우리네 삶의 원형임을 보여준다. “나는 우는 듯 웃으며 죽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이 연극은 세상을 떠난 정순왕후의 혼백이 죽는 날까지 침묵해야 했던 기구하고 애달픈 사연을 죽어서야 단종에게 굽이굽이 털어놓는 형식의 모노 드라마. 정순왕후의 회상은 때론 참을 수 없는 치욕과 분노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때론 무상한 삶에 대한 체념의 어조로 가라앉기도 하며, 지아비와의 못 다한 사랑에 애달파하기도 한다.
6. 관객들의 심금을 울릴 아름답고 슬픈 대사들
▶나는 우는 듯 웃으며 죽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이라곤 당신이 계신 그곳으로 갈 일밖에 없네요. 깊고 어두운 숲을 지나고 안개 자욱한 강을 건너는 머나먼 길이라지만 흔연한 마음에 한달음에라도 달려갈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다만 심사에 깃드는 걱정은 헤어진 지 꼬박 예순다섯 해, 이제는 여든두 살의 백발노인이 되어버린 나를 행여 당신이 알아보지 못할까 하는 것뿐입니다.
▶나는 바랄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단 한 가지만을 바랐습니다. 내가 바라는 백만 가지를 그에 대신할 수 있다면, 기꺼이 백만을 버리고 하나만을 택하고자 하였습니다. 그 하나가 바로 어딘가에 처참히 버려져 있을 당신의 주검을 찾아 고이고이 묻어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은 결국 힘에 밀리어 그토록 자닝스러운 환란을 겪으시고야 말았습니다. 행여 자책감에 괴로워하지 마시어요. 당신의 죄가 아닙니다. 어린 나이가 죄였습니다. 바람막이를 첩첩이 세워두지 못한 것이 죄였습니다. 다만 홀로 외로이 높았던 것이, 그 고독한 운명이 죄였습니다.
▶나는 여주인이 되어 대궐에 자리를 잡고 들어앉았습니다. 차마 선왕의 상이 끝나기 전에는 당신을 쫓아내고 즉위할 수 없었던 수양대군의 음모와 흉계로, 나는 당신의 짝이 되어 당신의 등을 떠미는 꼴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과연 이런 나를 사랑할 수 있으셨는지요?
▶(단종) 당신이 낯선 궁내에 들어 나날이 얼굴이 까칠해지니 내 마음이 편치 않소. 부부가 정애로 서로 함께하며 한 끼의 밥이나마 오붓하게 나눌 수 있다면 반찬 없는 밥이라도 능히 살이 되고 피가 될 것임에, 어찌 국부와 국모로서의 법도만을 내세우겠소? 고기를 즐기시오? 나물이 입에 맞소?
▶당신과 헤어져 보낸 예순다섯 해의 세월은 부덕을 지키기 위해 수절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다만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했던 것뿐입니다. 잊지 않고자 했던 것뿐입니다. 밥그릇 하나에 소복이 담겼던 따끈하고 들큼한 은애의 기억을, 백척간두에 내몰려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소박하고 천진한 한 조각의 붉은 사랑을.
▶날로 울울창창해지는 초록이 두려웠습니다. 당신은 점차 헌칠한 대장부가 되어 가시는데, 도끼 자루를 빼앗긴 처지에서는 미끈한 풍채와 감실감실 돋아오르는 코밑수염마저도 그냥 반길 수 없는 위태로운 성장의 표지였습니다. 중년의 신왕과 젊은 상왕, 그 어울리지 않는 지위가 기묘하고 아슬아슬하기만 하였습니다.
▶우리는 성장할 수 없었습니다. 어른이 될 수가 없었습니다. 냉혹한 현실로부터 도피하려는 듯 당신이 필사적으로 내 좁은 품을 파고들 때면, 부끄럽기에 앞서 안쓰럽고 즐겁기보다 서러웠습니다. 우리는 사면초가의 형국에서 더욱 의지하며 열렬히 사랑하게 되었지만, 사랑할수록 그리운 서로를 보듬는 일을 꺼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사랑했습니다. 어느 왕과 왕비보다도, 남편과 아내보다도, 열에 들떠 뜨거운 정인들보다도. 하지만 그래도 더 사랑해야 했습니다. 고작 두 해 남짓의 짧은 동거가 백 년, 천 년까지도 대신하도록 하루하루를 잘게 쪼개어 사랑하여 보듬고 위로하여야 했습니다.
▶당신을 태운 사인교가 다리를 건너 멀어져갈 때 나는 차마 안녕이란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못 다한 사랑이 서럽고 아쉬워 발을 동동 구르며 울었지요. 끝끝내 이별의 인사를 건네지 못한 채, 우리는 영원히 열일곱의 소년과 열여덟의 소녀로 붙박여 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이 다리를 영이별 다리라고 부른답니다. 당신과 내가 영영 이별하였다 하여 영영 건넌다리, 영도교라고 부른답니다.
▶태어난 지 삼 일 만에 모후를 여의고 서조모 혜빈의 손에서 자라나 열두 살에 조선의 여섯 번째 왕으로 즉위하신 당신. 그로부터 삼 년 후 열다섯 살에 상왕으로 물러나시고 다시 이태 후 영월로 귀양 가시어, 결국 그 해를 넘기지 못하고 다섯 달 만에 유배지에서 사사 당하신 당신.
▶나는 그때 이미 한 번 죽었습니다. 당신과 함께 죽음을 맞았습니다. 산 채로 지옥을 겪었습니다. 하늘과 땅이 뒤집혀 거꾸로 선 듯하였습니다. 누군가 내 머리채를 움켜잡고 질질 끌고 가는 듯하였습니다. 누군가 촘촘히 바늘로 지은 옷을 내게 입히고 동아줄로 친친 옭아 묶는 듯하였습니다. 머리를 풀고 소복을 입은 채 짐승처럼 산을 기어올랐습니다.
▶왜 자진하지 않는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있는가? 내게 죽음을 요구하는 세상의 눈초리가 따가워질수록 나는 더욱 이 불가해한 삶을 끝까지 견디고 싶어졌습니다. 이상스런 빛으로 번쩍이는 나의 생애에, 마지막 목격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예순다섯 해를 한결같이 눈물과 한숨 속에서 보냈다는 건 사정 모르는 남들이 믿고파 하는 착한 거짓의 소문이에요. 기필코 살아내라는 생의 명령에 복종하며 나는 누추하고 비굴한 일상을 달게 받아들였습니다. 나는 먹었습니다. 나는 잤습니다. 가증스럽게도 염치없이도 살고자 하였습니다.
▶나는 국모를 자처하는 동안에도 그들처럼 가난하고 비천한 이들이 나를 도울 수 있다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여전히 오만했든가 봅니다. 나는 백성들과 함께 먹고 함께 굶었습니다. 그리하여 비로소 말뿐이 아닌 만백성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나는 가장 낮고 초라한 자리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나라의 어머니가 될 수 있었습니다.
▶당신, 나를 다시 만나면 칭찬해 주셔요. 왜 이제야 왔나 탓하지 마시고 그동안 수고했다 애썼다 다독다독 어깨를 두들겨 주셔요. 나는 죽지 않았습니다. 죽을 수가 없었습니다. 삶의 아름다움을 칭송할 수는 없을지언정 질기고 모진 목숨을 이어 이만큼이나 오래 살아내고야 만 것이, 결국 내게 허락된 유일한 복수였으니까요.
▶나는 향그럽고 아름다워 더욱 슬픈 전설 속의 당신 곁에서 그림자로 살았습니다. 어루만지고 더듬고 쓸어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당신은 내 곁에 계셨습니다. 나는 세상에 떠도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자라나는 귀를 기울이며, 신비를 믿는 어리석지만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때 나는 너무 순진했지요. 왕과 왕비로 산다는 것이 정녕 무엇인지 몰랐지요. 당신은 세상의 모두를 향해 웃음 짓고, 나는 당신을 향해서만 웃음 지으면 그만일 줄 알았더이다. 그런데 당신은 세상의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눈물을 내 앞에서 흘리더이다. 웃음보다는 울음을, 미소보다는 눈물을 함께 나눌 수밖에 없는 것이 금생에서 맺어진 우리의 인연이더이다
첫댓글 연인 및 부부 관람시 25% 할인(단, 현장에서 확인/연인 및 부부가 아닐시 차액지불)...뭐야.. 치..할인 받기도 힘들다
나도 글을 올려놓긴했지만 약간 호감이 가는걸 제목도 맘에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