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많이 길어졌다. 하긴 춘분이 지났다.
어느 때는 20도가 넘어 반팔 옷을 입은 젊은이가 보이더니,
또 앞이 보이지 않은 깊은 안개인지 미세먼지가 극성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노랗고 빨간 봄꽃에 하얀 눈이 소북하게 쌓이기도 한다.
날씨의 변화에 우리 인간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봄꽃 나들이를 생각하면서도 봄산행을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오히려 건강에 정신건강에도
해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아니 내성을 기르려면 현장에 가 부딪쳐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금요일 오후 영암에서 나주로 가는 13번 국도를 운전하고 지난다.
바삐 달리다가 나주 세지면 죽동 삼거리 신호등에 걸렸다.
몇 대는 오른쪽으로 빠져돌아 직진길로 간다. 오른쪽에 벽류정 갈색 안내판이 보인다.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려 구비진 길로 들어선다. 길은 오히려 내려간 듯하다.
4km 남짓 지나자 신북으로 가는 길도 나오며 벽류정 이정표가 보인다.
다리 건너기 전에 하천 공사를 마무리 중이다.
동산 위 고목 안에 정자가 있고, 대밭 끝에 가지를 뻗은 나무 한 그루를 남겨 놓았다.
다리를 건너 농기구 옆에 주차하고 안내판을 읽는다.
조선초의 참판을 지낸 조씨가 외손인 광산김씨에게 양여하여 광산김씨들이 중수하여 이어 온 정자다.
황사는 누구 호인지 모르겠는데 안내판에 민규호라고 써 있다. 신헌 선생의 본관은 어딜까?
비석은 읽지 않고 처마끝에 땅을 보고 붙은 현판과 시를 찍는다.
바람이 차다. 잎 피어난 여름이나 단풍 든 가을에 또 오자고 내려온다.
난 무엇을 보고 가는가? 난 정자에 앉아 있을 여유 없으니 이리 겉모양만 보고 황망히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