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기도문의 마지막, 사람을 향한 청원 세 번째 기도인 “우리를 악에서 구하여 주소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원어를 보면 “우리를 시험에 들게 마소서 그러나 우리를 악에서 구하소서”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 개역개정성경은 “다만”으로 번역하였는데 적절한 해석이 아닙니다. 그러면 왜 “그러나(but)”라는 말을 두 기도 사이에 넣었을까요?
우리는 저번 시간에 “우리를 시험에 들게 마소서”가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라는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는 결국 유혹에 빠지는 일과 악을 짓는 일, 악에 굴복하는 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리어 줍니다. 즉, 유혹에 빠지면 악을 짓습니다. 유혹에 빠지면 악에 굴복합니다.
본문을 보면 “악에서 구하여 주소서”라고 말씀합니다. 성경 아래 각주를 보면 “악한 자에게서도 구하소서”라고 볼 수도 있다고 해설을 달았습니다. “악”과 “악한 자”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악”과 “악한 자”를 엄밀히 구별하지 않습니다.
에베소서 2:3절을 보면 “공중의 권세 잡은 자를 따랐으니”라고 말씀합니다. 에베소서 6:12절을 보면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이라고 말씀합니다. 이 세상의 존귀, 영화, 영광을 다 마귀가 잡았습니다. 사실은 거짓입니다. 마귀의 정체는 짝퉁입니다. 흉내를 낼 뿐입니다. 하지만 마귀가 이 모두를 잡은 자처럼 우리를 유혹합니다. 우리를 굴복하게 만듭니다. 우리를 속이고 시비를 겁니다. 우리를 비웃고 조롱합니다. “너 믿더니 그 꼴이 뭐냐”라고 하면서 비아냥거립니다.
우리의 양심에 찾아와서 끊임없이 유혹합니다. 우리를 시험 들게 합니다. 마귀가 하는 주된 일 중의 하나가 죄를 지적하고 죄를 드러나게 합니다. 성경을 보면 “죄를 지적하고, 죄를 드러나게 한다”라고 할 때 두 가지를 의미합니다. 하나는 회개에 이르게 합니다. 성령님이 하십니다. 다른 하나는 멸망에 이르게 합니다. 나만이 아니라 다하는데, 그리고 이유, 핑계를 찾게 함으로 결국은 죄 가운데 무너지게 만듭니다. 또한 “교회도 뭐 다른데, 똑같네” , 그래서 교회를 떠나게 하고 흥청망청 살게 합니다. 결국 이런 것이 우리를 시험 들게 하고, 자포자기하고, 체념하게 하고, 그리고 망하게 합니다.
우리가 유혹에 빠지면 시험 들게 되고, 악에 빠지게 됩니다. 자기 욕심대로 살게 됩니다. 그 악을 정당화하게 합니다. 그 악을 거침없이 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악을 누가 치르게 됩니까? 강한 자가 아닌 약한 자가 치릅니다. 결국 생태 위기, 기후 위기를 불러옵니다. 생태 재앙, 기후 재앙을 불러옵니다.
생태 재앙, 환경 재앙 중에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입니다. 플라스틱이 어떻게 개발되었는지 아십니까? 19세기 미국 및 유럽 대상으로 당구가 유행하였는데, 당시 당구공의 재료가 코끼리의 엄니라는 상아였습니다. 그러다가 상아값이 비싸지자, 상아를 대체할 원료로 셀룰로이드(celluloid) 즉, 플라스틱이 개발됩니다.
후에 플라스틱은 세계대전에 군납 용품(생수, 군복, 무기 재료 사용)으로 사용됩니다. 나일론으로 가벼운 낙하산, 군모, 군복을 만듭니다. 이것이 민간에 활용되면서 그릇, 생활용품 등 전반적인 것에 사용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플라스틱이 썩는 데 무려 500년이 걸립니다. 플라스틱은 바다를 떠다니며 물고기나 해양 동물들에게 해를 끼칩니다. 조사에 의하면 2019년에는 전 세계에 걸쳐 171조 개 이상의 플라스틱 조각이 떠다닌다고 예상했습니다. 무게로만 따지면 총 240만t(톤)으로 80억 지구 인구로 나누면 1인당 2만 1,000개가 넘습니다. 충격적인 것은 한국 1인당 플라스틱 연간 소비량 세계 1위입니다. 1인당 88kg 플라스틱 배출 세계 3위가 한국입니다.
플라스틱은 사람이 버리는데, 그 고통은 오로지 해양 동물들이 겪고 있습니다. 아프리카나 몽골에 가보면 사막화가 매우 심합니다. 주변에 아무리 둘러봐도 매연, 일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공장이나 시설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이하 나사)은 100여 개국을 대상으로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국가 10곳의 순위를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중국과 미국이 탄소 배출량 공동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현재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은 세계 11위입니다. 특히 인구 한 명당 배출하는 탄소량으로 보면 한국인은 연간 11.8톤을 배출해 세계 평균(4.4톤)의 2.5배를 넘고, 중국(6.7톤)보다도 훨씬 많습니다.
악은 다른 나라, 다른 사람이 행하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약한 자가 치릅니다. 강한 자가 아닌 약한 자가 치릅니다. “악에서 구하여 주소서”라고 기도할 때 “우리”가 나옵니다. 공동체 기도입니다. “나만이 아닌 우리를 악에서, 악한 자로부터 구하소서”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악”과 “악한 자”는 구별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약함, 초라함, 부족하지만 유혹 시험에 넘어져서 악한 짓을 짓지 않게 해달라고, 악에 굴복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가 지은 죄가 커도 더 큰 악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마귀가 “너만이 아니라 다들 하는데”, 또는 “너 형편이 없어”라고 조롱 멸시할 때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이루신 승리를 믿고, 담대하게 선포 기도를 해야 합니다. 아울러 인류 공동체가 악에 빠질 정도의 탐심으로 인하여 약한 자들이 더 이상 신음하고 고통당하지 않는, 그들의 신원의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공의와 정의가 행하여지는 하나님의 나라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