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는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라는 책 (마티아스 릴케지음, 이미옥 옮김, 퍼스트 펭긴)을 읽었습니다. 이 책 가운데 ‘권력자가 오르는 일곱계단과 그대가’라는 소제목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사람이 점점 출세하고 더 많은 권력을 잡을 때 치르게 되는 단계별 대가가 무엇인지를 일러줍니다. 필자가 현역 때 경험한 유사사례를 떠올리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권력자가 오르는 일곱계단과 그 대가에서 개인적인 성공의 한계에 이르는 권력자의 전형적인 패턴을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어느정도 공감하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계단에 이른 사람은 처음으로 자신의 우월함 같은 것을 느낀다. 자신의 의지대로 성공을 이룬 그에게 매우 기분 좋은 느낌이 찾아온다.
두번째 계단에 오르면 가쁨은 더 커진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더 자주 달성하게 되면서 자신감도 성장한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행동 반경을 더 확장시킬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세번째 계단에 올라서면 우월감이 어는 정도 공고해진다. 그가 내놓은 견해를 대부분의 사람이 의문시하지 않으며, 오히려 전략적으로 인용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듯해도, 결국 그는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킨다. 그를 반대하는 사람은 홀대 받고, 패자의 위치에 서게 되며, 아무런 권력을 갖지 못한다. 그에 관한 부정적인 소식마저 미화되거나 혹은 아예 언급되지 않으면, 네번째 계단에 이른 것이다. 이제 그가 나쁘게 행동하거나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도, 그 누구도 비판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다섯번째 계단이 멀지 않은 것이다.
다섯번째 계단에서 독단은 꽃을 피운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그는 자신을 과대 평가하고 있으며,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여섯 번째 계단에 이르면, 그는 최고의 자리에 앉아서 상당히 외로움을 느낀다. 그는 자신에게 굴종하는 사람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그들에게 정직함과 비판을 요구하지만 정작 (그들이 정직하고 비판적으로 처신하면) 그걸 참아내지 못한다.
마지막 일곱번째 계단에 도달하면 그는 다른 사람들을 경멸하기 시작한다. 그는 방향을 잃고, 아무도 원치 않는 프로젝트를 홀로 물고 늘어진다. 이 우열의 계단이 말해주는 분명한 사실이 있다. 맨 위 (일곱번째 계단)에 도달한 사람은 결국 파멸로 향한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일곱번째 계단에 도달한 사람은 이성적인 후계자를 옹립하려는 사람들에 의해서 실각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렇지 않으면 결국은 일곱번째 계단에 도달한 사람이 모두를 파멸로 몰고 갈 테니까 (앉아서 불행을 당하기보다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더 낫다)라고 저자는 자문자답하고 있습니다.
한편 권력자가 지배할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네가지 강령은 동양 제왕학의 바이블 격인 관자(管子) 목민(牧民)편에 나와 있습니다. 관자 목민 편에서 네가지 강령의 내용과 나라의 흥망성쇠의 상관관계를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관자(김필수 외 3인 공동 번역, 소나무 출판사)에 나와 있는 네가지 강령을 나라를 지탱하는 굵은 밧줄에 비유한 해당 문장을 인용합니다(지면관계로 원문생략).
나라에는 네가지 강령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두가지가 끊어지면 위태로워지고, 세가지가 끊어지면 뒤집어 지고, 네 가지가 끊어지면 망한다. 기우는 것은 바로잡을 수 있고, 위태로운 것은 안정시킬 수 있고, 뒤집어지는 것은 일으켜 세울 수 있으나 망한 것은 다시 일으킬 수 없다.
무엇을 네가지 강령이라 부르는가? 첫째는 예(禮), 들째는 의(義), 셋째는 염(廉), 넷째는 지(知)다. ‘예’란 절도를 넘지 않음이고, ‘의’란 스스로 나아가기를 구하지 않음이고 ‘염’이란 잘못을 은폐하지 않음이고, ‘치’란 그릇된 것을 따르지 않음이다.
그러므로 절도를 지키면 윗사람의 자리가 편안하고, 스스로 나가기를 구하지 않으면 백성은 교활함과 속임이 없고, 잘못을 은폐하지 않으면 행실이 스스로 온전해지고, 그릇된 것을 따르지 않으면 사악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나라가 망하는 과정을 배에 비유하여 기울어지고(傾), 위태로워지고(危), 전복하고(覆), 마지막으로 망(㓕)한다는 비유가 매우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권력(權力)이라고 할 때 권(權)자는 저울 추 권으로 나무 목(木)과 황새 관(雚)의 합성어 입니다. 즉 나무가지에 앉은 새 즉 균형을 잡는 힘을 뜻합니다. 다시 말하면 권력은 공동체의 균형을 잡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권력자(權力者)가 아닌 유덕자(有德者)나 유지자(有志者)를 지향하는 평범한 사람은 어떻게 처신하며 살아야 할까요 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노자 도덕경 67장에 그 해답이 온전하게 나와 있습니다.
노자 도덕경 67장
내게는 세가지 보물이 있으니 그것들을 지키고 보존한다.
첫째는 자애로움(慈)이고, 둘째는 검소함(儉) 이며, 셋째는 감히 천하를 위해 앞으로 나서지 않음(不敢爲天下先)이다.
자애롭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고,
검소하기 때문에 널리 베풀 수 있고,
감히 천하를 위해 나서지 않기 때문에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지금은 자애로움을 버리고서 용감 해 지려 하고
검소함을 버리고 널리 베풀려고 하며
뒤로 물러서는 것을 버리고 앞에서 이끌려고 하니
이것은 바로 죽음이다.
무릇 자애로움을 가지고 싸우면 반드시 이기고
자애로움을 가지고 지키면 견고하다.
하늘이 장차 그를 구제하고 자애로서 그를 지켜 줄 것이다.
위 번역문은 김승혜지음, 영성생활간 ‘노자의 그리스도교적 이해’에서 인용했습니다.
노자의 삼보(三寶)론중 “감히 천하를 위해 나서지 않기 때문에 지도자가 될 수 있다(不敢爲天下先 故能成器長)”는 논지는 마태복음 20장 16절 성경 말씀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가 될 것이다”와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금언 입니다.
노자의 삼보론 중 “감히 천하를 위해 앞으로 나서지 않는다.” 즉 뒤에 머무는 즐거움은 김건희 여사가 실천한다면 다수 국민들의 부정적 감정을 가라 앉히는 데 혹시 도움이 되지 않을 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참고로 10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코리아리서치와 맴브레인퍼블릭에서 대통령 거부 3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페법 개정난)을 국회에서 재표결한결과 부결된 건에 대해서 여론조사결과 “잘한 결정이다” 22%, “잘못한 결정이다” 60%로 나타났습니다. 조선일보 양상훈 기자는 지난 10일 칼럼 글에서 윤석열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 국회 재표결에서 국민의 힘 의원 최소 4명이 이탈해 찬성표가 도합 194표에 달했다며 특검 가능성을 국민의 힘 찬성 기준 97%(194/200) 무효 기권 2표까지 찬성으로 보면 98%라며 위기 지수 수위가 턱밑까지 차 올랐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동훈 대표는 지난 9일 “김여사가 공개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언급에 이어 지난 10일에는 김여사의 도이치 모타 주가 조작 사건 연루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12일에는 “김건희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신뢰도 조사 결과 “신뢰한다. 26%” 그리고 “신뢰하지 않는다가 67%” 이였습니다.
우리는 통상 관리 가능한 위험을 리스크(risk)이라고 부르는 한편 위험의 정도가 위험을 당하는 사람의 통제를 벗어나 어느 순간에 재앙으로 변할지 모를 정도로 임박한 경우를 크라이시스(crisis)라고 부릅니다. 김건희여사 특검법은 어느 순간 임계점에 달 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크라이시스(crisis)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통제환상(Illusion of Control)” 즉 부정적인 현실을 애써 외면하거나 아예 부정해 버리는 심리 상태 때문에 더욱 상황이 악화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의 문제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이해 할 수 있습니다.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은 미국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자 알런 랭어(Ellen Langer)가 만든 말로 개인주의가 강한 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윤석열대통령은 여소야대의 정국에다 한동훈 대표 마저 국민여론을 내세우며 윤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 할 것으로 보여 국정운영의 어려움이 예상 됩니다. 그러나 윤대통령은 자신이 운좋게 대통령에 당선되었기 때문에 더 좋은 정치적 자질을 가진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빼앗은 채무의식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지금은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며 조용히 변화를 위한 성찰의 시간을 가질 때 라고 생각합니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나의 실패가 여러분의 실패는 아니다”라면서 대통령이 되려고 한 것이 큰 오류였다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준비되지 않았고 준비된 조직적 세력도 없이 정권을 잡았고, 우리사회가 미처 받아 들일 준비가 안된 개혁을 하려고 한 것이 무리”였다고 회고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 정권에서 계승될 자격이 있는 정부였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임기 후반시작 부터는 인적 쇄신과 더불어 국정운영의 기조를 반드시 바꾸어야 합니다. 여론의 소나기 속으로 뛰어 들어 극단적인 주장 버리고 국민들과 상호 작용으로 나라를 반듯하게 이끌어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전반기 국정 운영은 자신의 과오를 그대로 고집한 것으로 국민들 눈에 비치고 있습니다.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시인하고 고칠 줄 아는 정권으로 거듭나는 것이 윤석열정부의 후반기 국정 운영의 첫번째 변화로 국민들 뇌리에 각인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끝으로 과거를 현재 문제에 대한 책임 전가 도구로 사용하지 말 것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탁드립니다. 자신이 문화 대혁명으로 겪었던 고초에도 불구하고 등소평이 모택동의 공이 과보다 크다고 말한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등소평의 모택동에 대한 평가는 전체 중국인의 단합이라는 책임감을 자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남탓은 대통령집무실 책상 위에 놓인 것으로 알려진 “모든 의사결정의 책임은 내게 있다(The buck stops here!)”라는 명패 와도 맞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