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인 테크] 플라즈마가 군사기술로...화생방 제독의 새로운 기회
들에서 사냥하던 원시 인류에게 번개나 오로라는 하늘에서 펼쳐지는 신의 장난처럼 여겨졌다.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던 이런 현상들의 비밀이 풀리기 시작한 건 벤저민 프랭클린이 번개를 병 속에 가둬 전기를 모은 17세기부터다. 이후 패러데이와 크룩스가 기체의 이온화(ionization) 개념을 정립했고, 20세기에 이르러 랭뮤어는 이런 현상을 ‘플라즈마(Plasma)’상태라고 이름 붙였다. 우주에 99%나 존재하는 플라즈마는 지구상에서 1%만 이온화되더라도 첨단 기술마다 빠지지 않는 원천기술이 되었다.
팔색조 같은 만능 재주꾼, 플라즈마
플라즈마란 전체적으로 준중성(quasi- neutrality)상태에 집단적인 행동(Collective behavior)을 하는 이온화된 기체를 말한다. 여기서 준중성이란 전자와 이온 개개의 입자들은 전하를 띠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전기적 중성을 띤다는 것을 뜻한다. 또 집단적인 행동이란 전자 이온 각각의 입자들은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쿨롱힘(Coulomb force)에 의해 집단으로 몰려다니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플라즈마 상태는 인가된 주변 에너지와 기체, 매질 등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전자, 음이온, 양이온, 중성자, 중성종, 빛을 내는 원자, 에너지를 가진 분자, 활성화된 화학종 등이 섞여서 다양한 형태로 변할 수 있는 에너지 상태다. 이러한 플라즈마의 특성은 NT, ET, BT, IT 분야에서 융복합 신기술에 쓰이고 있다.
영화 속 단골 소재 플라즈마
그렇다면 플라즈마를 군사 분야에서 활용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수많은 영화나 게임 속 미래 무기, 방어체계 소재로 자주 등장 중인 플라즈마의 모습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아크원자로를 장착한 △아이언맨 △번개를 만드는 토르 △플라즈마 방어막을 형성하는 휴먼토치 △스타워즈의 플라즈마 쉴드 △매트릭스의 EHD추력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가장 그럴듯한 과학적 접근을 하는 것은 아이언맨이라고 본다. 아이언맨의 아크원자로는 팔라듐을 이용해 정제한 수소를 써 초소형 핵융합으로 수십 기가 와트를 발생시킨다.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소형핵융합에 대한 과학자와 공학자들의 기대를 자극한다.
현실 속 플라즈마 핵융합 장치도 상당한 규모로 진행 중이다. 핵융합 장치는 핵융합 반응으로 생성된 고에너지 중성자를 이용해 얻은 열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장치다. 태양과 같은 원리로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인공태양이라고도 부른다. 핵융합 에너지를 얻으려면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기 위해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필요하고, 이를 장치에 가두고 플라즈마 상태로 제어할 고도의 첨단기술이 필요하다. 핵융합 장치는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진공용기 안에 넣고, 자기장을 이용해 뜨거운 플라즈마가 벽에 닿지 않게 가둬 핵융합 반응을 일어나도록 한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운영 중인 핵융합 장치는 진공용기와 자기장형성 코일을 매우 복잡하게 디자인한 스텔러레이터나, 국제 핵융합 장치로 프랑스에 건설 중인 ITER라는 토카막 장치 등이 있다. 국내에서도 KSTAR라는 초전도 토카막 장치를 건설하여 고온의 핵융합 플라즈마 방전 실험 연구를 하고 있다.
국방 분야에서도 플라즈마 핵융합은 꿈의 에너지원이다. 현재 미국 국방성과 EMC2, General fusion, 록히드마틴, 트라이알파에너지 등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소형 핵융합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미국 보잉사에서는 전자충격파로부터 사람과 군용 차량을 보호하기 위한 플라즈마 쉴드 관련 특허가 출원되었고, 플라즈마 스텔스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도 이루어지고 있어 공상과학영화 속 소재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사람도 살린다, 플라즈마의 미래
플라즈마가 대기 중에 방전되면 이온화된 전자와 이온에 의해 공기 속 존재하는 산소와 질소, 수증기 등에 의해 다양한 화학종(chemical species)이 생성된다. 이렇게 생성된 화학종들은 다양한 물질 표면과 만나 플라즈마 물리・화학작용을 일으킨다. 특히 플라즈마 표면의 화학반응은 물질 표면의 개질변화, 식각, 증착, 세정은 물론 표면의 오염물질 살균, 분해 제거에도 효과적이고 살아있는 암세포의 자살유도와 정상세포의 빠른 회복 등 다양한 기능을 하게 된다.
최근 국방과학연구소에서는 유연(Flexible)하고 뜨개질이 가능한 신개념 직물형 플라즈마 방전기를 제작했다. 이를 이용한 플라즈마 제독 담요를 제작해 내부에 형성한 공기 플라즈마로 발생된 활성화학종으로 화생작용제(화학무기, 생물무기)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딱딱한 전극을 사용하던 기존 플라즈마 반응기의 제약들을 극복하고 제작단가를 1/100수준 이상으로 낮춰, 국방분야 뿐만 아니라 민간분야(환경, 의료, 재료, 농식품, 미용 분야 등)에서도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어 새로운 플라즈마 시장 활성화에 큰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플라즈마의 기술적 가치는 무궁무진한 응용성 덕분에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초고온 핵융합 플라즈마는 미래 에너지원으로 인류에게 풍족한 전기를 공급할 것이다. 수 나노급 이하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첨단소자 개발 공정에도 플라즈마 표면개질, 식각, 증착 기술은 필수다. 미세먼지, 유해 배기가스, 악취, 독성물질, 폐기물 처리 같은 환경 분야를 비롯해 신종바이러스, 병원성 균들의 살균과 난치병 치료 같은 의료분야, 신물질 합성 같은 재료분야, 농식품 유통과 보관 분야 등에 폭넓게 플라즈마가 사용될 수밖에 없다. ‘신의 장난감’이었던 플라즈마는 이제 ‘신의 선물’이 되어 우리 생활 곳곳에 머무르고 있다..
글 / 정희수(박사, 국방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출처] [밀리터리 인 테크] 플라즈마가 군사기술로...화생방 제독의 새로운 기회|작성자 테크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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