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짓밟혀도 강인한 생명력을 갖춘 그라운드의 '잡초'다. 제주도 섬소년이었던 그는 한때 축구 유망주였지만 대학진학 좌절로 조용히 꿈을 접어야 했다. 뻥튀기 장사와 식당 허드렛일 등으로 잠시 외도를 했지만, 그는 어머니의 넉넉한 품 같은 푸른 그라운드에 안겨 가슴 벅찬 프로구단 유니폼을 입었다. 축구선수로서 그에게 다시 생명을 불어넣은 힘은 바로 '해병대 정신'이었다.
울산 현대의 새내기 김준협(26·FW)의 눈물겨운 축구이력서다. 현역 선수 가운데 유일한 해병대 출신인 그는 프로무대에서는 생소하지만 실업리그에서는 명성을 날렸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미포조선에서 활약한 그는 한차례 최우수선수상, 두차례 득점왕에 올랐었다.
지난 96년 제주 오현고 졸업과 동시에 청주대 입학이 예정됐지만 학교측의 행정 실수로 원서를 접수하지 못해 꿈이 좌절됐다. 방황을 거듭하던 그는 2년 뒤 해병대에 자원입대, 팔각모와 빨간 명찰 속에 축구를 묻어버렸다. 2001년 6월에 전역한 뒤에도 야채배달, 배추밭일, 레스토랑 서빙과 뻥튀기 장사를 하며 생업에 매달렸다.
하지만 그는 4남매를 홀로 키우며 자신을 뒷바라지해준 어머니 백금실씨(52)의 간곡한 설득에 마음이 흔들렸다. 독기를 품고 집 근처의 산과 모교에서 강도높은 체력훈련을 하며 자신을 담금질했다. 오랫동안 운동을 쉬어 몸이 따라가지 못했지만 '힘든 해병대 생활도 이겨냈는데 이 정도쯤이야' 하는 오기로 버텨냈다. 그리고 건국대 연습생 신분으로 잠시 활약하다 실업팀 미포조선과의 연습경기에서 눈에 띄어 실업 유니폼을 입게 됐고, 입단에도 성공했다. 무엇보다 볼 키핑력과 저돌적인 돌파력, 그리고 볼에 대한 무서운 집중력이 발탁 요인이었다.
"축구의 거친 몸싸움이 밥보다 맛있다"고 말하는 그는 "올시즌 주전자리를 확보해 기회를 준 팀에 보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