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열린우리당) 의원 등 국회의원 175명 동의로 제출된 사형폐지법안이 발의 5개월이 넘도록 계속 국회에 계류되자 종교계, 국제인권단체 등이 법안의 조속한 상임위ㆍ본회의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형폐지를 위한 범종교인연합은 4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사형폐지 입법화 촉구 대회'를 갖고, 사형폐지 특별 법안을 국회에서 하루빨리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최기산(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주교 등 종교인들은 이날 대회 결의문을 통해 "사형제도는 범죄억제력이 없고, 역사적으로 오ㆍ남용돼 왔으며, 궁극적으로 생명권을 보장해야 할 국가가 책임을 저버린다는 점에서 사형존치론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사형폐지 및 법령 개정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최 주교는 "사형제는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고무시켜 오히려 더 쉽게 사악한 범죄에 물들게 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가 인권선진국이 되려면 유엔(UN)이 권고하고 세계 118개국이 없앤 사형제를 폐지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종교인들은 이날 대회에서 교도관과 사형수간 우정을 그린 한국방송(KBS) 제 2TV '드라마시티-동행'편(지난해 12월26일 방영) 시나리오작가 박상준씨와 배우 김성준씨, 사형수를 다룬 소설 「우리들의 아름다운 이야기」의 작가 공지영(마리아)씨 등을 초청, 사형제도로 인한 인간존엄성 파괴 등을 부각시켰다.
종교인과 국회 의원 등 500여명이 참석한 이날 대회에는 특히 연쇄살해범 유아무개씨에게 어머니와 아내, 아들을 살해당한 구기동 일가족 살인사건 피해자 가족인 고정원(루치아노, 62)씨도 참석, 유씨에 대한 사형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조성애(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수녀로 하여금 대신 발표하도록 해 주위를 숙연케했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도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에게 사형제 폐지 특별법안 통과 촉구 서한과 함께 「국제앰네스티 2004 세계 사형 현황보고서」를 보내 사형제 폐지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남영진(야고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장은 서한에서 "1990년 이후 40여개국에서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했고 OECD국가 중 대한민국과 일본, 미국 내 26개주만이 사형제도를 아직도 갖고 있다"며 "17대 국회에서 사형폐지를 위한 법안이 통과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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