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아쉬움의 숙제를 다시 받는다. 해가 바뀔 때마다 예쁜 달력을 만들어서 지인들에게 선물로 나눠주는 계획을 세웠다. 달력을 만들려면 미리 준비하고 후반기 정도에는 달력 만드는 작업에 들어가야 하는데 성의 부족 탓인지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는다.
해가 바뀐 지가 열흘이 지났는데 달력도 내걸지 않고 시작한다. 농협에서 받은 커다란 달력은 거실에 걸어두었는데 책상에 놓을 달력이 없다. 작년에도 팬시점에서 몇 개 남은 것 중에 하나를 마음에 쏙 들지 않아도 산 기억이 있다. 작년에 달력을 사면서 내년에는 반드시 달력을 만들어야지, 내 시와 사진을 넣어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건만 이렇게 바보처럼 새해를 맞고 있다.
친구랑 점심을 먹기로 해서 근처 시래기 전문집에서 밥을 먹었다. 먼저 식사하고 있던 친구의 고향 친구인 일행과 함께 먹게 되었는데 식사비를 대신 계산해 주고 나갔다. 감사한 마음도 크고 착한 마음을 선물로 받아서 올해는 만사형통할 것 같다. 나도 누군가의 식사비를 대신 계산해 주고 나오는 그런 날을 가슴에 적어놓았다.
별 다방에서 유자 민트 차를 마셨다. 언제부터 커피는 수면을 방해했다. 친구랑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친구의 눈을 바라보며 이런 좋은 벗이 있음에 괜히 가슴이 뛰었다. 나도 친구에게 가슴 설레는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후 시간을 비워둔 친구랑 사다리 타기로 데이트 코스를 정하면서 웃고 장난치면서 우리만의 시간을 만들어 갔다,
물을 사려고 마트에 다녀온 친구가 달력을 하나 들고 왔다. 내가 한 말을 가슴에 담고 있다가 말없이 건네주는 친구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차갑다.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데 내 마음이 전해져서 조금은 편안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