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성탄의 축복은 없었다.
"역시나 못 믿을 푸틴…" '성탄절 휴전' 약속 깨고 교회 갔다© 제공: 한국일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정교회 성탄절인 7일(현지시간) 자정을 앞둔 시각 크렘린 내부에 있는 교회에서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모스크바=타스통신·연합뉴스 러시아는 러시아 정교회 성탄절인 7일(현지시간)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성탄절만큼은 전쟁을 멈추겠다"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약속은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성탄 예배에 참석해 "성탄절은 자비·정의 등 도덕적 지침을 재확인하는 날"이라며 위선적인 모습도 보였다. "36시간 휴전" 선언 무색... 우크라 울려퍼진 총포 소리 6일 정오부터 7일까지 '36시간'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군대에 명령한 '휴전 기간'이었다.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가 "성탄절엔 전쟁을 멈춰 달라"고 호소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그레고리력보다 13일 늦은 율리우스력을 따르는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12월 25일이 아닌 1월 7일을 성탄절로 본다. 그러나 휴전 명령은 말뿐이었다. 영국 가디언 등은 우크라이나군을 인용해 "러시아가 36시간 동안 우크라이나 동∙남부 7개 지역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동부 루한스크의 세르히 하이다이 주지사는 "일방적 휴전 선언 후 첫 3시간 동안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진지를 14차례 포격하고 정착촌을 3차례 습격했다"고 전했다.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 헤르손 등에서는 사망자가 나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방어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점령지인 세바스토폴의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주지사는 "우크라이나군이 세바스토폴항을 향해 드론 공격을 했다"면서 "성스러운 휴일에 공격을 감행했다"고 비난했다. 세바스토폴항에는 러시아군 흑해함대 사령부가 주둔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7일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투는 (중단 없이) '일상적인 수준'으로 계속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국제사회는 처음부터 휴전 선언을 믿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 재편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계략을 펼치는 것"이라고 여겼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은 7일 "러시아가 15일 전후 50만 명의 병력 동원령을 내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역시나 못 믿을 푸틴…" '성탄절 휴전' 약속 깨고 교회 갔다© 제공: 한국일보 우크라이나 헤르손에 있는 교회에서 7일(현지시간) 성탄 예배가 열리고 있다. 헤르손=AP·연합뉴스 '나홀로 예배' 본 푸틴... 우크라 교회엔 신도 '북적'
전쟁을 멈추는 대신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 내 대성당에서 열린 성탄 전야 예배에 참석해 전의를 다졌다. 러시아 언론이 공개한 영상에서 푸틴 대통령은 흰 터틀넥과 남색 점퍼 차림으로 신부와 사제들이 미사를 진행하는 것을 지켜봤다. 엄숙한 표정으로 수차례 성호를 긋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교회는 우리 군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교회를 사회통합의 수단으로 보는 푸틴 대통령의 시각이 반영된 발언이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성탄절 예배가 열렸다. 우크라이나 정교회 수장인 에피파니우스 총대주교가 키이우 동굴 수도원에서 주례한 예배에는 많은 신자들이 참석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날 예배는 우크라이나 독립 31년 만에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어로 진행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6일 밤 성탄절 메시지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야수(러시아)를 물리치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