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육연수원보에 실린 글입니다>
행운으로 다가와 행복으로 마무리한 학습연구년
인천부평남초 교사 안선모
1. 행운으로 다가온 학습연구년
2012년은 나에게 행운의 해였다. 학습연구년제 교사로 뽑혀 일 년동안 학교에 나가지 않고, 하고 싶었던 연구 및 연수를 마음껏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습연구년제가 처음 시행되었던 첫 해에는 관심도 없었고, 뚜렷한 정보를 가진 것도 없었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대가로 만은 연구 및 연수 결과를 제출해야만할 것 같은 압박감과 부담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도전해보지도 않고 주저앉을 수는 없어 응모를 해 보기로 했다. 3차에 걸친 심사를 거쳐 학습연구년제 교사로 뽑혔을 때의 기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가족과 친구,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일 년 동안 해야 할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머릿속에 그리며 계획을 짰다. 모교인 경인교대를 위탁기완으로 정하고, 연구주제에 따른 지도교수를 정하고, 자기학습계획서의 연구주제를 점검하는 등 3월 한 달은 어리벙벙한 상태로 정신없이 보냈다.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 것은 4월부터였다. 개인 연구를 잘 실행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시 교육과 시 이론'을 듣고, 경인교대 평생교육원에서 한국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경인교대를 위탁기관으로 정했을 때는 평생교육원에서 4강좌까지 수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개인 집필에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어 한 강좌(한국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나는 늘 역사에 목말라 했다. 우리나라 역사를 심도 있게 알고 싶어 수많은 역사책을 읽었지만 2%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 학습연구년을 이용해 우리나라 5대궁궐을 샅샅이 탐사하는 계획을 세웠다.
나는 그동안 많은 동화책과 학습서를 출간했다. 100여권이 넘는 도서를 출간했지만 여전히 목말랐다. 새로운 역사동화를 쓰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역사사전을 만들고, 2008년 불타버린 숭례문을 복구하고 있는 도편수 신응수에 대한 인물 이야기를 쓰고, 서울 도성을 쌓은 민초들에 대한 역사동화를 집필하여 작가생활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품었다.
이러한 목표 외에도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고 우수교육기관을 방문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여 일 년 후 학교에 돌아갔을 때 배운 것을 베풀 수 있는 교사가 되겠다는 다짐도 하였다.
2. 다섯 마리 토끼를 잡았다
1) 첫 번째 토끼 - 유능한 교사와의 만남
2012년 학습연구년제 교사는 모두 30명(초등 20명, 중등 10명)이었다. 처음에 만났을 때는 서먹서먹하고 어색하여 눈도 못 맞추고 이야기도 잘 못했다. 그러나 함께 연수원에서 역량강화 연수를 받고, 꽃동네로 봉사를 가고, 9박 10일간 북유럽 해외연수를 하고, 선진교육기관을 방문하면서 그들의 장점을 낱낱이 알게 되었다. 교육적인 소신이 뚜렷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교육이 참 밝다는 생각을 했다.
2) 두 번째 토끼 - 휴식으로 되찾은 건강
아침 7시면 집을 나서 학교에 가고 저녁 7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오는 다소 빡빡한 학교생활로 피곤이 누적되었는데 아침 시간이 넉넉해지면서 늘 말썽이던 소화기능이 제자리를 찾았다. 시간이 여유로워지면서 마음까지 너그러워졌다. 그동안 너무 시간에 쫓기면서 강박관념에 사라잡혀 학교생활을 했던 것 같았다. 이젠 좀 더 여유롭게 아이들을 바랍고, 동료들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3) 세 번째 토끼 - 알차고 튼실한 연구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주제를 정하고, 그에 따른 지도교수를 정하고 시작한 연구였지만 모교에 가서 모처럼 학생이 되어 강의를 들으면서 개인연구에 대한 생각을 심도 있게 하게 되었다. 형식적인 연구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Visual Literacy Education'에 대해 문헌연구를 했고, 초등 2학년을 실험대상으로 하여 연구한 것을 투입시켜 보았다. 아직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아 계속적으로 'Visual Literacy'와 창의적 글쓰기를 접목시켜 보려고 한다.
4) 네 번째 토끼 - 풍성한 집필 활동
- 역사 사전(고대에서 근대까지)-> 집필 완료, 2013년 상반기 출간 예정
- 초등 입학전 엄마와 아이가 꼭 알아야할 60가지-> 집필 완료, 2012년 12월 출간
- 역사동화(성을 쌓는 아이-가제)-> 집필 완료, 2013년 출간 예정
- 학교 생활을 잘 하려면(가제)->집필 완료, 2013년 2월 출간 예정
- 대목장 신응수 숭례문의 새 천 년을 열다-> 집필 완료, 2013년 1월 출간
5) 다섯 번째 토끼 - 북유럽으로 떠난 해외연수
복지가 잘 된 나라-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로 떠난 여행은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깨달은 시간이었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존중해야 행복한 나라를 이룩할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은 시간, 국가와 국민의 관계에 대해 고민했던 시간, 우리나라의 교육의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던 시간. 이 시간들은 앞으로 내가 학교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아이들과 어떻게 눈을 맞추고 마음을 열어야 할지 가르쳐준 소중한 체험들이었다.
3. 행복으로 마무리한 학습연구년
나는 지금 행복하다. 학습연구년이 끝나가고 있는데 뭐가 행복하냐고? 행복하게 보낸 일 년 동안 얻은 에너지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이 에너지로 앞으로 10년은 너끈히 행복할 것 같다.
첫댓글 내 토끼들은 다 어디로 도망을 갔을까요??
지금 잡고 있는 중?
한 눈에 보는 2012 학습연구년제이네요~ 1년의 활동이 이렇게 정리가 되어 있는 걸 보니, 선생님께서 정말 알차게 잘 보내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새로 시작하는 학교생활에는 더 큰 보람과 만족이 있길 바래요! 안선모 선생님 화이팅~!
원고 청탁이 들어와서 한번 정리해보았어요.^^
정말 많은 일을 하셨네요. 짝짝짝. 올 한 해에도 많은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작년엔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니까요. 올해는 열심히 학교에 다녀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