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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절기도 절기인지라 조기출발을 서두르는 날은 창 밖이 제법은 컴컴하여 을씨년 스러움 마져 감 돈다.
오늘 내 옆자리에 앉으신 분은 새로이 우리 느림보 산악회에 입회를 하신 가이사르님 이시다.
오리역에서 죽전 방향으로 농협 하나로마트 사거리를 막 지난 우측 road shop에서 중.저가의 토탈 등산용품점인
westwood (010-8630-5278)를 운영하는 분이신데 우연히 손님으로 들른 느림보 단비야님의 우아한 자태와 세련된 매너를
접하곤 아마도 이런 분들이 모이신 동호회라면 본인과 이상과 취향이 같은 분들일 것이란 확신을 갖고 우리 명품 느림보 산악회의
문을 두드리는 행운을 안게 되었다고 하시는데 그간은 westwood라는 상표 라벨이 붙은 제품은 주로 대형 마트에서 유통
되었었으나 본사의 영업 방침 변경으로 자체 간판을 건 체인점 영업이 시작되면서 약 2개월 전에 이곳 죽전에서 새로이 개업을
하셨다고 하신다.
2층에는 샤레와 그리고 인근에는 노스페이스, 밀레를 비롯하여 여러 유명 아웃도어 용품점이 즐비한 죽전의 명소에 자리를 잡고
있다. 좋은 이웃을 새로이 만나게 되어 여간 기쁘지 않았다.
강원도라고 하면 우선은 석탄이 떠 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차가 영월을 채 들어 서기 전에 온 시내엔 시커먼 물이 흐르는 진풍경을 만나곤 했었는데 사실은 물 그 자체가 검은 빛을
띄는 것은 아니고 시내 바닥에 이미 쌓인 석탄가루 덕분에 물 마져 시커멓게 보일 뿐이라고들 한다.
느림보 리무진이 사북 고한을 거쳐 태백을 넘어 서는 가 보다.
사북 고한은 오직 석탄만을 바라 보고 사는 사람들인지라 석탄이 바닥나면 먹고 살길이 없다 하여 예전에는 비싼 콘크리트
슬라브 집이나 2층 집을 짓는 경우는 거의 없이 허룸한 슬레이트 지붕만을 고집하던 동네였었다.
직장 초짜배기 시절 이곳 사북이나 고한으로 출장을 와서 낡은 목조 건물 2층 다다미 방으로 만든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보내던 정겨운 추억이 아련하다.
우려했던 대로 석탄 산업이 막장에 이르자 지역 경제의 활성화란 미명으로 강원랜드라고 하는 법이 용인하는 노름판을 개설하는
묘한 작태가 벌어 지고 있는 이곳에는 차창으로 내다 보니 왼통 모텔들만 버글 거린다.
원래 motel이란 motor inn이라 하여 미국에서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면서 하이웨이 인근에 세워 졌던 자동차 여행객들을 위한
숙박시설로 입구에서 체크인을 하곤 곧바로 자신의 방 앞까지 차를 운전해 들어 가서 파킹을 하는 형태로 영업을 했었었는데
지꿈 우리나라에선 모텔이라고 하면 러브텔을 우선 연상시키는 묘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강원도라 하면 석탄 다음으로 생각나는 말이 무어게요? 흐 흐.
감자? 옥수수? 고냉지 작물?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임다.
강원도 일대가 가파른 비탈 즉 산악 지형이므로 여자들이 밭을 맬 적에 한쪽 발은 높은 곳에 또 다른 발은 낮은 곳에 두고
하루 쥔종일 고된 농사일을 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여성들의 무엇 무엇 마져도 계단식 밭처럼 아구가 맞지 않는 비탈이란 것인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룬 동네에는 모텔이란 것이 전혀 쓸모가 없었을 것이다.
봄날엔 보리밭에서 여름날엔 콩밭에서 슬쩍 자빠뜨리기만 하문 돈 한푼 안들이고 간단히 해결되던 문제가 요즘은 비싼 돈을
치루고서야 일이 해결되니 격세지감이라고나 할까요? 근데
날씨가 추운 엄동설한에는 우찌 그넘의 일을 해결하냐구요? 염려 마셈.
마당 뒷켠에 보면 뚤뚤 말아 놓은 멍석이 있는데 둘이 들어 가면 뜨뜻하기도 하려니와 양사방으로 빈틈이 전혀 없어 꽉 들러
붙는 맛이 아주 쥐깁니더.
어느 종교 단체 기도원이 있는 계곡을 한참 오르니 오솔길이지만 제법 정비가 잘 된 쾌적한 등산로가 보인다.
아마도 일대가 석회석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가을 날씨 탓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능선을 오르기 전 계곡부터 습한 기운이
거의 없다.
활엽수가 비교적 많은 이곳 덕항산 또한 이미 오색 찬란한 낙엽의 향연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힘도 별도 들지 않고 기분이 마냥 좋아 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환선굴 주차장을 오래도록 내려다 보노라니 풍부한 유머와
느긋한 여유로움이 주변 사람들을 항시 편안하게 해 주시는 노신사 세준님의 인솔하에 부대장 에쉴리님,타잔님, 그리고
야탑에서 오신 티 없이 맑은 얼굴에 해맑은 미소가 너무도 아름다우신 젊은 엄마 송 영미님이 잡목 숲 사이로 그 장엄하신
모습을 나투신다.
얼결에 그 행렬에 끼어 들게 되었는데 한참을 걷다 보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나이 성별을 비롯한 모든 것들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어릴 적 골목길에서 하던 병정놀이 처럼 세준 대장님(?)의 인솔하에 일렬로
줄을 맞추어서 씩씩하게 걷는 모습이 전혀 낯 설어 보이질 않는다.
너무 늦은 시간에 환선굴에 도착을 하면 입장을 시키지 않고 하산을 시켜 버린다는 조 대장님의 엄포 때문에 오늘 따라
모든 사람들의 발걸음의 너무도 보무당당하다.
덕항산 표지석에서 여러 느림보 여전사님들이 증명사진을 찍느라 부산하다.
얼굴이나 몸매로 보아선 아직 30대 중반 정도로만 보이시는 울 여성 느림보님들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캡쨩이다.
사실 우리 어릴 적에는 엄마들이란 나이 40을 넘어 서면 이미 성생활 같은 건 아니 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표지석 앞에 서신
화려한 자태의 여전사님들을 보노라면 그런 방정맞은 생각은 어느새 싹 달아나 버린다.
정상을 한참 지난 어느 안부에 이르니 먼저 도착하신 선두팀들이 점심상을 차리느라 부산하다.
신 고문님을 비롯한 몇 몇 일행과 함께 점심 자리를 하였는데 한국 부인을 두시고 약간의 한국말을 하시는 미국인 빈센트님도
우리 자리에 합석을 하셨는데 아마도 도시락을 제대로 준비하지를 못 하셨는 가 보다.
젊고 큰 키에 잘 생기신 빈센트님은 조 대장님의 말씀에 의하면 엔지니어라고 하시는데 참으로 선하게 보이는 눈길이 무척이나
인상적인 분이시라 호감이 많이 가는 분이셨는데 옆에서 식사를 하시던 강 대장님이 갑자기 내 밥통을 지칭하시면서 그 밥
다 드실것 아니지요 하시길래 얼결에 고개를 끄덕였을 뿐인데 내 밥을 반틈이나 뭉청 덜어 내어선 빈센트 밥그릇에 털석
던져 넣는다.
옛말에 첩이 첩년 꼴을 못 봐 준다는 말이 있다.
오늘의 내 경우를 두고 하는 말 처럼 들리는지 뿔따구가 마니 마니 나서 한참을 남 모르게 식식 거렸다.
아동심리학에 이런 사례가 나온다.
원래 언니를 줄려고 샀던 드레스가 넘 작아서 동생에게 주는 경우 이미 어머니의 사랑은 언니에게 전달되어 버렸고
동생에게 돌아 간 것은 애정이 없는 단순한 물질일 뿐이라 비록 원피스란 좋은 선물을 받았지만 그 동생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란 것이다.
점심 준비가 넉넉하지 않은 빈센트님에게 찬밥 덩어리 하나 직접 내가 건네는 것과 그 밥 덩어리가 강 대장님의 손을 바이패스
하여 빈센트님에게 건네 지는 일은 상기한 원피스의 경우와 같이 결과적으로 찬밥 덩어리 하나가 건네 졌던 똑 같은 사안을 두고
전혀 다른 심리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힘든 하산길을 마냥 서둘러 힘겹게 환선굴에 도착을 하니 두발로님께서 반가이 맞아 주시며 언능 관람을 마치고 나오라신다.
환선굴의 유래는 어느 스님께서 환설굴에 들어 가신 이후로 그 모습을 뵐 수가 없어 아마도 신선이 되셨다는 것인데 스님이
두고 들어 가셨던 지팡이를 산신당 앞에 꽂아 두었던 바 지금의 400년 된 엄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환선굴은 우선 스펙타클한 그 규모가 사람을 압도하는데 전혀 한국적인 분위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무척 많이 드는 장엄한
모습에 무척이나 매료되었는데 우리 속담에 신선 놀움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어떤 나뭇꾼이 산에 올랐다가 우연히 신선들 바둑 두는 걸 잠시 구경했을 뿐인데 본인의 도끼자루가 썩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흘러 가 렸다는 것인데 선계와 우리 인간계의 시간 개념에는 많은 차이가 난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며 환선굴에 들어 가신
스님도 들어 가셔서 잠시 수도를 하고 있을 뿐인데 우리 인간계의 시간은 얼추 400년이란 시간이 흘러 갔을 따름인 것이다.
서구에서 동양의 이런 신비한 사상을 처음으로 작품 세계에 도입한 책이 1820년대의 미국 작가 어빙이 쓴 립 반 윙클이란 동화다.
미국 허드슨 강가 어느 마을에 살고 있는 립 반 윙클이란 인물은 비록 게으름뱅이에 지독한 공처가이지만 동네에서는 모든
부인네와 꼬맹이들이 좋아 하는 인물이다.
윙클은 자신의 이득을 위한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인물인지라 자신의 밭은 잘 일구지 않을 지어정 남의 집 밭갈이는 언제든
흔쾌히 잘해 줄 뿐 아니라 동네 아이들 데리고 다니면서 연날기나 팽이치기 하는 게 유일한 낙인 사람인데 어느 날 우연히
뒷산에 사냥을 위해 올랐다가 이상한 사람들이 마시는 술을 훔쳐 먹고는 잠깐 낮잠을 자고 동네로 내려 오니 이미 20년이란
세월이 흘러 버린 것이다.
그 세월 동안 악처(?)인 부인도 돌아 가셨고 영국으로 부터의 식민지배도 벗어 나게 되어 윙클은 유지로서 대우를 받으며
말년을 잘 보내게 되는데 남들은 나폴레옹이나 징기스탄의 전기를 읽으며 꿈을 키우던 시절 나라는 인물은 윙클의 이룬 삶을
무척이나 동경하며 자랐던 가 보다.
꿈이라도 야무졌으면 좋았을텐데 아니 꿈은 반드시 이루어 진다고 하더니 요즘의 내 꼬락서니가 립 반 윙클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허구 헌 날 예팬네 눈치나 슬슬 보다 화요일 하루 느림보님들을 따라서 산에나 올르고 나선 뒷풀이 시간엔 남들 먹는 서너배의
술이나 들이 마시곤 천하를 호령할 듯한 호연지기로 개폼이나 잡는 게 유일한 낙이자 취미이니 말입니더.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망정이지 하나 밖에 없는 제 고명딸이 저나 립 반 윙클같은 인간을 사윗감이라고 데리고 오면 때려 쥑일려고
난리발광을 진정 아니 치겠습니껴?
환선굴 관람을 마치고 굴 밖으로 나오니 링컨 대장님께서 레일 바이크 예약시간이 너무 임박하다시며 모노레일을 탑승하라신다.
환선굴에서 주차장까지 연결된 모노레일의 모노란 말은 하나 즉 일을 말하므로 궤도가 하나 밖에 없는 철로이다.
9.11테러 때 공격을 당한 미국 국방부 건물인 펜타곤은 위에서 내려다 본 모양이 오각형이어서 그리 부르는데 육각형이었으면
아마도 헥사곤이라고 불렀을 터이다.
황급히 느림보 리무진을 달려 삼척 어느 해안으로 오니 여직도 레일 바이크가 우리를 기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철도의 궤도는 전부 표준궤인 반면 지금은 철거되었지만 얼마전 까지만 해도 수원에서 인천까지 운행하던 수인선
협궤 철도가 있었다. 앙증맞게 생긴 자금만 열차가 칙칙 거리며 소래항구를 경유하였었는데 청바지에 뽀알간 티셔츠 입은
여학생들과 소래포구까지 협궤 열차 타고 가서 망둥이 잡던 어촌이 지금은 모텔과 횟집만 버글거리는 환락 도시로 변한 건
지금의 사북이나 고한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4인 1조로 운행되는 레일 바이크 제 옆자리엔 연세 많으신 장 사장님이 앉게 되셨는데 즐거워 하시는 표정에 덩 달아 나도
기분이 한껏 좋았는데 문제의 사달이 벌어 지는 건 돌아 오는 셔틀버스 내에서 벌어 진다.
만석이 된 셔틀버스 뒷쪽으로 밀치고 들어 가니 산여인님,단비야님 그리고 양귀비님께서 서로 자기 무릎에 앉으시란다.
말로만 들어도 감읍의 눈물이 콧 끝에 찡하여 잠시 고개를 옆으로 돌리다 차마 못 볼 꼬락서니를 목격하게 되고 만다.
꽤 괜찮아 보이는 젊디 젊은 넘이 애인인 듯한 여성과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그 순간을 참지를 못하고 한손으로 어깨를
감싸 안고는 지렁이처럼 두 년놈이 차악 엉겨 붙어 있지 멉니껴?
요즘 젊은 아이들 이해 못해 줄 구석은 딱 두가지다.
아무데서나 쉼 없이 침을 뱉는 것 하고 오뉴월 염천 더븐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비비 꼬듯이 처얼석 들러 붙어서 몸을
만지작 거리면서 지랄발광을 하는 것인데 오늘은 그 경우가 아주 특이하여 한참을 내려다 보고 또 내려다 보았다.
헐렁한 박스형 남방을 비록 입기는 했지만 여자 아이 상체 발달 상황이 장난이 아니다.
물풍선을 아니 약이 바짝 오른 복어 한마리를 연상시키는 출렁이는 그 몸매무새를 무어 그리도 사랑스러운지 사내놈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고 연신 낯 뜨거운 애무를 해 댄다.
전철에서 이룬 꼬락서니를 보노라면 두 년놈의 머리를 잡고 꽝하고 박치기를 시키고 싶은 마음이 항시 껄떡거렸던 지라
주위의 사람들을 의식하여 조용히 텔레파시로 사내놈에게 대화를 시도 했다.
야 임마! 우리 느림보의 회원이신 신성님 말씀에 의하면 나이 사십을 넘어 서서 자기 마눌님을 보고 성욕을 느끼는 넘은
거의 치매 말기에 가까운 증세라고 하는데 난 이미 보는 순간 속이 메시꺼운 물풍선 니 애인이 진정 그리도 사랑스러우냐니깐
자기는 이 나이에 이 정도 얼굴과 이마만큼 풍만한 육체를 소유한 여성은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태백에 있는 연탄구이 한우집에서 분에 넘치는 뒷풀이를 하게 되었는데 음식을 들기 전에 어느 분이 건배를 제의하신다.
오늘이 강 대장님과 링컨 대장님 결혼 30주년 이라신다.
많은 분들이 진심어린 축배를 들었는데 오랜 세월 인생을 함께 하신 두 분의 모습이 아직은 어린 아이인양 마냥 천진스러워
보인다. 산을 좋아 하시는 분들이 산행을 와서 이런 경사를 맞는 것도 여간한 축복이 아닐 것이다.
회식석상에는 앞자리에 시나브로님께서 앉아 계셨고 내 옆에는 오늘 새로 오신 이름 모를 야생화님이 자리를 하셨는데 다른
동호회에서는 영부인이란 닉을 쓰셨던 분이시라고 시나브로님께서 인사를 시키신다.
고상한 분위기와 세련된 화법이 천하를 품에 안아도 조금의 넘침도 없어 보이는 영부인의 자태 바로 그 참모습을 보는 듯 하다.
아마도 경호의 번거로움 때문에 잠시 신분을 감추시고 우리 느림보 산악회에 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많은 배움이
기대되는 소중한 벗이 새로이 오심에 몹시도 감사할 따름이다.
탄천변에서 검은 댕기 해오라기 돌삐 인사 드립니다.
첨언 ; 오리역에서 하차까지는 제대로 했는데 마의 탄천은 제 시간에 건너질 못했다.
공원벤취에서 한참을 잠이 들었던 가 본데 마눌님으로 부터 핸펀이 울린다.
지금 어디냐고 묻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빨리 집으로 오라는 것이다. 조금 전부터 어떤 사람이 대문을 살살 두드리는데
누구냐고 소리를 쳐도 답변이 없다는 것이다.
대문 키를 채 따기도 전에 나를 확인한 예팬네가 황급히 문을 열더니 무척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집히는 바가 있어 랜턴을 꺼내 들고 비상계단으로 나가는 출입문을 밀치니 배가 중국 황산처럼 부풀어 오른 중년의 사내가
양복을 입은 채 서류가방을 머리에 베고 선 계단에 널부러져 자고 있다.
술이 너무도 취해서 흔들어 깨워도 미동도 하질 않아 만부득히 경비실에 연락을 하니 영감탱이 두 분이 올라 오셨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나한테 모든 걸 미룬다.
겁이 많은 예팬네는 집에서 한걸음도 나오질 않은 채 밖에 나를 보고 이래라 저래라 온갖 지시만 한다.
잠시 깨깽했던 분위기는 이미 깨끗하게 사라져 버렸다.
이럴 경우에 개인이 술 취한 사람에게 잘못 접근하는 일은 절대 금물이다.
보따리 내 놓으라는 오해를 받을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라 경비 아저씨들이 온 뒤에야 여러 방법을 써서 이 취한을
간신히 깨웠는데 아무 말 없이 촛점 없는 눈을 내려 깔곤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한다.
조금 전의 탄천 변 내 모습과 다를 바가 조금도 없건만 이 술 취한 중년의 아저씨가 나와는 전혀 다른 부류의 인간 군상인 양
색다르게 느껴짐은 무슨 조화인지 잘 모르겠다.
집으로 들어 오니 구래도 오늘 하루 만은 내 존재 가치가 쥐꼬리 만큼은 느껴 지는 보람찬 하루였었던 것 같다.
립 반 윙클의 소박한 삶이 너무도 그리워 짐은 복에 겨운 자의 일 없는 몸부림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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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탄천변의 돌삐작가님..화요일이거운 까닭은 순수한 자연을 마주하게 되는날이라서 그럴겁니다.
한주일의 삶이 정화되는 화요일..
돌삐님의 한계가 없는 해박함으로 글 읽는 재미에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19세 금지 채널..15세로 낮춰야 할듯..
즐겁게 읽고 갑니다.
이야기가 재밌어 한의원에 가야 되는 시간을 놓쳤네요. 한약도 먹어야 하는데...........책임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