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20분에 일어나
읽은 책 『The Quantum Story』(양자 이야기) 일부 정리하다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의 시간은
아무래도 조용하게 혼자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아침나절 물가에 나가
따뜻하게 쏟아지는 햇살,
간간이 부는 새 계절의 바람,
떠도는 구름과 날아다니는 새들
피어나는 꽃들까지
계절의 선물들을 누리다가
마침내 탄핵이 인용되어
역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과를 지켜보는 씁쓸함으로 돌아보는
민주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 정치의 단면들과
그것이 어떻게 오늘의 현상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성찰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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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하나의 국체(國體)의 모습을 갖추고 걸어온 짧은 세월을 돌아보면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었던 시기가 있었느냐는
근원적인 물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때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민주공화국의 정치가 아니라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며
갖가지 문제와 모순, 한계로 얼룩졌던
이승만 정권의 제1공화국이 결국 4·19혁명으로 무너졌으니
만일 국회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그 또한 이미 탄핵을 해도 열 번은 넘게 했어야 할
부도덕과 불법, 탈법, 비리로 얼룩진 기간이었고,
어수선한 혼란을 틈타 군사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잡은
박정희의 제2공화국이라고 하는 것 역시
역사적 정당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20여 년 이어지는 군부독재의 폭력을 기반으로 하여
그 역시 비리와 탈법, 불법이 핵심이었으니
거기에 상식이나 윤리적 정당성은 아예 물을 필요도 없었던 시절,
그리고 그 스무 해 가까운 세월 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의 사고 기능과 판단력을 마비시켜
합리적 의사결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정권을 추종하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것을 나라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수많은 사람을 생산했던 일,
그 박정희가 내부 모순의 극단에서 살해당한 뒤
다시 박정희를 흉내 낸 전두환 군부집단이 일으켰던
저 끔찍한 광주의 학살과 이후 이어진
음모와 부정, 부패의 시간들,
모든 것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노태우 정권 역시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하기는 어려웠고
비로소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었던
김영삼 정권, 김대중 정권에서도
민주공화국의 기반인 민주주의는 흔들리고 비틀거렸으며
잠시 민주적 합의를 꿈꿀 수도 있었던
민주주의의 큰 영웅 노무현의 등장은
비로소 민주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 역사의 시작일 수 있을 것도 같았는데
임기가 끝나자마자 결국 끊임없는 정치학살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비극,
그 야비하고 잔인하며 집요했던 정치학살을 자행한 이명박 정권과
그 뒤를 이은 박정희의 딸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졌지만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세우는 일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
오로지 저희가 마르고 닳도록 정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질없는 집착과
그러는 사이 국정운영이 아니라
어린아이들이라도 비웃을 수밖에 없는
치졸한 정치소꿉놀이가 끝없이 이어지다가
마침내 대통령 박근혜 탄핵과, 그에 이은 헌법재판소의 파면,
이어진 문제인 정권은 박근혜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라는 초유의 역사를 쓰면서 ‘촛불정권’이라고 출발했으나
복잡해진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외교적 지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꿈만 꾸다가 결국은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는
헌정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이름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온통 혼란이었던 나날들,
그렇게 해를 두 번이나 넘긴 뒤
스스로 불러들인 탄핵 국면과
그 사이 정치가 일으킨 모든 문제와 짐을
오롯이 국가와 그 국가의 시민이 짊어져야 했던 일은
누가 뭐래도 비극적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다.
그리고 마침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기일이 오늘 발표되었는데
탄핵 발의에서 탄핵 결정 기일이 잡히기까지
바늘 없이 돌아가는 헌법재판소의 시간 때문에
온 나라가 혼란스러우면서도 숨죽이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
기일이 발표되고도 모두가 불안했던 사흘이었다.
그런 오늘,
아침에 길을 나서
아무도 없는 물가에 앉아서 바람 부는 들판과
고여 있는 물을 바라보는 것으로 하루를 쓰려고 했는데
자꾸만 결과가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고,
기다리던 탄핵 인용 소식!
10년도 안 된 사이 두 번이나 자기 당의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는데도
그에 대한 진심 담긴 반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저 정치집단,
그러니까 탄핵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헌법과
그 헌법의 최고 기관인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했으나
사실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그리고 역사적 과정에서 판단력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
그 틈바구니에서도 얻을 것이 있는 무리들이 떼를 이루어
스스로 자신을 탄핵한 것일 뿐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이제 다시 민주주의를 말해야 한다.
탄핵 정국에서 사회대전환을 말하는 목소리도 나왔고
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지만
그 모든 것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그 가치의 핵심인
정의와 인권 안에 이미 다 담겨 있으니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와 그 구조의 정상적인 작동이 이루어진다면
모든 것이 해소될 수 있다.
이게 말로는 간단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는 것,
그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버려야 했고
문제인 정권이 실패한 정권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으며
괴물 정권을 탄생시키기도 했으며
탄핵 정국이 내전 상황에 가까웠던 것도 모두 그것이 원인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
쥐구멍 같은 골방에서
독 안에 대고 웅얼거리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내다보는 앞 길이 환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갯속 같은 답답함으로 내뱉는
늙은이 독백일 뿐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우리는 나라 사랑, 민주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을 탄탄히 세울
이 길을 열고 또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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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저무는 시간에 돌아와
반주 한 잔 곁들인 저녁 먹는 것으로 마감된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졌지만,
결국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과, 이 나라의 정치 원리인 민주주의가 이기고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고 민주주의를 왜곡하던 것들이 졌을 뿐,
나머지 문제는 여전히 남아 숙제가 된
민주주의와 민주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의 길,
간단한 일이 아니지만
반드시 풀어, 늘 자라는 민주주의라는 나무의 뿌리를 더 깊게
본 줄기는 더 굵고 탄탄하게
가지와 잎은 늘 싱싱하게 해야 할
오늘 시작되는 바로 저 우리의 할 일.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