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ate-잊혀져버린 기억

[천영후]

9.

그녀는 침대에 가만히 앉은채 나를 바라보고 잇다. 오늘은 열흘을 넘긴 날...그가..마신이..찾아올것이다. 그녀는 떠나기전 나를 자신의 눈에 담으려는 듯. 아무런 미동도 없이 바라본다.
「...로제스티안...」
「..왜 부르십니까?」
노기가 어린채 나의 이름을 부르는 마신....어느새 나타난 그를 나는 몸을 돌려 바라본다. 그의 목소리가 분노에 떨려왔고, 내눈은 차분해진채로 그를 바라본다..
그녀의 눈에도 마신..이 보이겠지.
「내 명령을...감히 거역한게냐?」
「네.」
이미 그녀를 위해 모든것을 버리기로 결심한 나다..그를 어떻게 대하든...이젠 상관없어진거다...내가 여기서 죽게 되더라도...나의 절친한 친구...헤르멧은 내 부탁을 들어줄것이다....
「네 녀석...죽고 싶어 환장한 게로군.」
「말씀이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하시진 않으십니까..?」
「내 명령을 거역하면 참혹한 소멸의 길을 걸을 것이란걸 잊은게냐?」
두렵진않아..내 뒤에 있는 그녀만...그녀만...지킬수 있다면...
"이제..무슨.."
「...저 여자..너와 내가 보이는 게로군.」
「...」
나는 그녀를 내 뒤에 바짝 붙게 했다. 역시 마신과의 싸움은 피한수 없는 것인가 보다..
마신은 자신의 손을 들어올려 마기를 가득담은 검을 소환했다. 곧 공중에 검은 마기를 담은 검투명색의 검이 나타났다. 그는 그 검을 잡아 검끝으로 나를 가리켰다.
「내, 너를 직접 없애주지.」
「...」
그의 말에 대꾸도 없이 나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창검을 들었다.
「죽을 힘을 다해 싸울테니, 조심하시는게 좋으실겁니다. 마신.」
「나를 이길 자신이 있는 게로군.」
등뒤에 선 그녀의 몸이 떨려오는게 느껴졌다. 강한 마기...그녀에게 충격을 줄지도...
「무슨 딴 생각을 하는 겐가?! 나를 무시할 만큼 강하다는 건가?!」
「...」
잠시 그녀에 대한 생각을 하는 동안 그의 일격이 날아왔다. 하지만 나는 창검으로 그 검을 튕겨냈다. 뒤에 그녀가 있는 이상 피하지 않을것이다.
그녀를 위해....


10.


「이런..젠장...!」
「...」
둘다 너무 지쳐 있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나도 조금씩 지쳐가고 잇엇ㄷ. 피범벅이 된 그는 나를 노려보고 있다...피에 옷이 조금씩 물들어가고 있는 나는 그를 그저 차갑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그가 검을 거두고 양손을 하늘로 들어중얼거렸다...나는 그 목소리에 집중했다..혹시나 그녀에게 거는 암흑술이라면..막아야하니까...
「..내앞의 적을 없애소서..」
「...?!」
그건....!! 소멸주문.....! 벌써 중반부까지 외워졌다. 저 속도라면 금새 암흑의 소멸 주문이 완성이된다....어디에..거는.....
나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당황한 그녀의 얼굴이 제일 먼저보였다....그리고...벌써 그녀의 발목까지 올라온 마기의 마법진을 바라보았다....소멸주문이 곧...완성된다...
「..비켜요!」
나는 그녀를 침대쪽으로 밀쳐내고 원래 그녀가 서 있던 자리에 내가 선다...암흑술은 다른 먹이가 없다면 원래 주술에 걸려야 할 사람을 따라갈테니까...주술은 바뀌어지지 않는다....멈춰지지도 않으며....바뀐 먹이감에게 몇백배의 더 심한 고통을 안겨준다...
「내 앞의 적을 영원한 어둠에 가두소서..」
「...!」
발밑의 마법진에서 뿜어져오는 마기가 내 몸을 감싼다....웃....가슴에...통증이...온다......뱃속 깊은곳에서부터 핏물이 올라오지만...그녀에게 약한모습보여서 걱정시키게 하고 싶진않아, 올라오는 피를 삼켰다....
그녀를 바라보는 내눈에....그녀의 뒤에선 헤르멧이 보였다....헤르멧...
「로제스티안!」
"....로제스티안....로제스티안....어..어서 그곳에서 빠져나와요!"
그녀가 나를 보며 외친다...흐릿하게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정신을 잃는다면...소멸되는 거겠지....미안해요...난.....끝까지 당신을 지키지 못해서...너무...미안...해요...
"..아...안돼..!"
그녀의 두눈에 눈물이 고이고...내 쪽으로 다가오려했다...그것을 헤르멧이 막아선다....
"놔요! 저대로 두면....저대로 두면...로제스티안이 죽는단 말야..!"
그녀의 울부짖음이 들린다....그녀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가슴의 통증보다 훨씬더...내 마음을 아려오게 만든다...울지말아요...나때문에...울지마요...
「사탄님의 이름으로..봉인되라, 로제스티안」
저것은...언령....헤르멧은...사탄님의 명령을 받고 온것이었나...?
헤르멧의 목소리를 끝으로 나에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눈엔 어둠만이 들어왔고..얼핏....그녀의 목소리를 들은것같다.....
"로제스티안!!"
그녀는.....무사해.....다행이야....


11.
「수고했다. 헤르멧..」
「...」
어두운 홀안에 두사람이 서 잇다.
한명은 마계의 유명한 마왕...사탄. 다른 한명은 봉인된 로제스티안의 영혼을 들고 돌아온 헤르멧이었다.
「로제스티안은 어찌하시겠습니까...?」
「이제 볼모가 필요없게 됐으니..천계로 돌려보내 줘야지..」
「네...」
헤르멧은 자신이 들고온 하얀 영체를 사탄에게 건내주었다. 사탄은 그 영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작게 속삭였다...
「..이제..천계와 마계의 싸움은 끝났다...그러니...네가 원래 있어야 했던 곳.원래 너의 자리...맑고 순수한 그 영혼을 가지고 천계로 돌아가라..로제스티안.」
그리고 영체를 공중에 띄워올린다...
「..워프.」
그리고...공중의 로제스티안의 영체가 사라진다....
「앞으론 이런 일이 없어야지...천계와 싸우게 되어서...순수한 영혼 둘에게 커다란 상처를 입히고 말았구나..」
「...」
허공에 시선을 두고 있던 사탄은 헤르멧의 얼굴로 눈을 돌렸다.
「헤르멧. 이제 넌 사신이 아닌 자유의 몸이 되었다..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거라.」
「..감사합니다...」
헤르멧의 말에 사탄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감사할 것 까지야 없지. 오래전부터 너에게 자유를 줄 생각이었으니까.」
「..그럼..이만..」
어두운 홀안에 있던 헤르멧의 모습이..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