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 ‘달인’들의 속도 유지법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재밌어요”
“1마일(약 1.6km) 경주는 장거리보다 고통스럽죠. 하지만 재미있는 데다 뭔가에 도전한다는 매력이 있어요.”
지난해 전미 마스터스 챔피언십 1,500m 경기 70∼74세 연령군 부문에서 5분12초40으로 대회 기록을 경신한 찰스 로즈(71)는 1마일 경주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또한 그는 이 대회 800m 부문에서 2분26초14의 기록으로 미국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화학회사 간부 출신으로 55세에 달리기에 입문한 로즈는 지난해 래리 브레드릭 코치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트랙 레이스에 도전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엄격한 로드 러너(Road Runner)로 모든 훈련을 마라톤에 맞춰 진행했으며 5,000m나 10,000m 레이스를 선호했다.
로드 레이스에 대비한 훈련과 1마일 레이스에 대비한 훈련이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로즈는 “조금 더 빡빡하긴 하지만 많이 다르진 않다”고 답했다.
“트랙에서 훈련을 조금 더 자주 하고, 1/4 마일을 빠른 속도로 달리는 연습을 하지만 그게 다예요. 어떤 이들은 트랙 훈련 중에 다칠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나는 지금까지 어떤 부상도 입지 않았습니다.”
양보다는 질!
뉴욕주의 캐시 마틴(52) 역시 훈련에 관한 로즈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지난해 3월 전미 인도어(Indoor) 대회 1,500m 경기에서 5분2초28로 대회기록을 달성한 마틴은 1마일 경주에선 5분19초2의 개인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마일 경기를 위해 특별히 훈련은 안 해요. 주로 5,000m나 10,000m 레이스에 대비한 훈련을 하는데 그걸로 1마일 레이스도 준비하는 셈이죠. 물론 스피드 훈련을 더 하면 1마일 기록을 단축할 수 있겠지만 또 그만큼의 부작용도 있으니까요.”
마틴은 1주일 훈련 거리가 35∼40마일로 짧은 편이지만 대신 강도를 높임으로써 훈련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녀의 훈련 방식은 장거리 선수보다는 마일러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훈련 거리를 좀더 늘린다면 장거리 레이스에서 큰 성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1마일 경기에서 마라톤까지
캐나다의 에드 위틀락은 스코티아뱅크 토론토 워터프론트 마라톤에서 70세 이상으로는 처음으로 3시간 이하(2시간59초09)의 기록을 세웠다. 그로부터 한 달여 전에는 1,500m를 5분8초에 뛰어 장·단거리 모두에서 뛰어난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위틀락은 훈련의 초점을 주로 마라톤에 맞춰왔다. 1마일 거리를 8∼9분에 뛰는 속도로 2시간씩 연습했다.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스피드 훈련이나 인터벌 연습을 열심히 해서 1,500m 기록이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의 스피드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지나치게 스피드 훈련에 몰입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스피드의 필요성
샌디에이고의 퇴직 교사인 짐 셀비(75)는 지금까지 40여 개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1956년 보스턴 마라톤에서는 16위를 차지하는 등 마라톤에 푹 빠져 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는 로드 러닝보다는 트랙 경기를 선호한다. 지난해 유진에서 열린 전미 마스터스 대회에서는 1,500m를 5분53초90에 달려 75∼79세 연령군 1위를 차지했으며, 800m와 장애물 경기에서도 우승을 거머쥐었다.
셀비는 트랙 경기의 매력이 ‘동료애’에 있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에 3일, 함께 트랙 훈련을 하는 모임이 있습니다. 만나면 마치 한 가족 같아요. 함께 훈련하면서 서로 격려하고 축하하고…. 로드 경기는 이런 맛이 없죠.”
스피드감과 그에 동반한 리듬감에 반한 셀비는 트랙 경기 중에서도 비교적 단거리인 800m, 1,500m를 좋아한다. 그는 웃으며 “스피드를 높이는 것이 위험하다고들 하지만 정기적으로 꾸준히 훈련한다면 다치지 않는다는 게 내 신조”라고 말했다.
셀비의 훈련은 어떻게 이뤄질까. 그는 일주일에 평균 30마일씩 달린다. 월·수·금은 트랙 훈련, 그 사이사이엔 가볍게 로드 러닝, 일요일엔 휴식하는 게 대략적인 훈련 스케줄이다.
뿐만 아니라 신체의 균형을 잡기 위해 매일 1시간30분 정도 스트레칭 하고, 일주일에 2∼3번 정도는 웨이트 트레이닝도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거리를 최대한 늘려야 할 것 같아요. 알다시피 내 나이엔 갖고 있는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거든요.”
전력 질주가 필요
2003년 전미 마스터스 대회에서 셀비에 이어 1,500m 2위를 차지한 조 킹(77)은 캘리포니아 배이 지역에서는 유명 인사다. 69세와 70세의 나이로 7.1마일 크로스컨트리 경기에서 두 번 우승했으며, 10,000m 로드 경기에서도 61세와 70세 때 대회 신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퇴직 고등학교 교사인 그는 스스로를 마일러로 생각하고 싶어한다. 실제로 그는 91년 핀란드에서 열린 세계 베테랑 챔피언십 대회 1,500m 경기 65∼69세 연령군에서 4분56초3의 미국 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바 있다.
“난 항상 스스로를 10,000m 러너라기보다는 마일러라고 생각해 왔어요. 하지만 1년 내내 1마일 경기만을 위한 훈련을 하는 건 상상할 수 없죠. 단조로우니까요. 또 스피드만 계속 강조하다 보면 부상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킹의 경우 1마일 경기에 대비해서는 확실히 다른 훈련 방법을 사용했다. “1마일 경기를 위해서는 반복적인 스피드 훈련이 필수입니다. 220, 330, 440 야드씩 인터벌 훈련을 반복하는 것이 도움이 되죠.”
장거리 경기보다 1마일 경기가 더 고통스럽냐는 질문에 셀비는 약간 망설이는 듯 주춤하다 입을 열었다.
“사실 1마일 경기에는 장거리 경기처럼 한 시름 놓을 수 있는 ‘안전지대(Comfort Zone)’란 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경기 내내 전력질주 해야 하죠. 그런데 많은 러너들이 잘 못하고 있죠.”
[단거리 달인들의 조언]
어떻게 하면 1마일 등 단거리 레이스를 좀더 빠르게 달릴 수 있을까. 여기 정상급 러너들이 애용하는 훈련법을 소개한다.
>> 캐시 마틴(71), 뉴욕주 노스포트
- 최근 1마일 최고기록: 5분19초2, 전미 인도어 대회 1,500m 50∼54세 연령군 부문 기록 보유자.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6분 이내로 1마일 달리기를 6번씩 반복하려고 노력합니다. 더불어 언덕 훈련도 반복합니다.”
>> 에드 위틀락(73), 캐나다 온타리오주 밀튼
- 최근 1,500m 최고기록: 5분8초, 70∼74세 연령군 세계 마라톤 기록 보유자, 1999년 월드챔피언대회 1,500m 65∼70세 연령군 부문 우승.
“잦은 레이스를 통해 스피드 훈련을 하죠. 훈련의 대부분은 1마일을 8∼9분에 뛰는 속도로 2시간 정도 달리는 데 할애합니다.”
>> 찰스 로즈(71),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롯
- 최근 1마일 최고기록: 5분37초, 70∼74세 연령군 1,500m 미국 기록 보유자.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트랙 훈련을 하려고 합니다. 그 중 한 번은 1/4마일을 80초에 달리는 것을 8회씩 반복하죠. 물론 사이사이에 100∼200m 조깅을 통해 몸을 풀어 주고요. 또 다른 한 번은 5,000m 템포런을 주로 합니다.”
>> 짐 셀비(75),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 최근 1,500m 최고기록: 5분53초90, 전미 마스터스 대회 1,500m 75∼79세 연령군 부문 우승자.
“월·수·금요일엔 트랙 훈련만 합니다. 훈련의 핵심은 200m씩 12번 반복해서 뛰는 거죠. 처음에는 각 구간을 42초에 주파하다가 나중에는 36초까지 속도를 냅니다.”
>> 조 킹(77), 캘리포니아주 알라메다
- 최근 1,500m 최고기록: 6분5초64, 전미 챔피언십 1,500m 75∼79세 연령군 부문 2위, 1991년 월드챔피언십 대회 1,500m 65∼69세 연령군 부문 우승.
“우선 440야드를 90초에 달리는 것을 5, 6회 반복하는 것으로 훈련을 시작합니다. 그 사이사이에는 트랙을 반 바퀴씩 가볍게 달리고요. 다음엔 1/4마일씩 달리기를 10여 회 반복하죠. 또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5∼6마일 정도 로드 러닝을 하는데 중간 중간에 100야드, 220야드, 1/4마일씩 속도를 높여 달리는 훈련을 합니다. 가속 구간이 일정치 않다는 면에서 ‘파틀렉’(급주와 완주를 되풀이하는 트레이닝)과는 차이가 있죠.”
- Mike Tymn -
첫댓글 71세의 나이에 기록을....누구에게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네요...좋은글 감사합니다...
형님 요즘 형님의 모습 정말 보기 좋습니다. 이제야 진정 마라톤의 매력을 깨으신것 같아서. 위의"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재밌어요." 이 글에 모든게 함축 되어 있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