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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낙인은 가슴이 데인 것처럼 지워지지 않는 상처입니다. 한 번의 잘못으로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 잔인하지만 현실입니다.
주홍 글씨는 간통한 여자의 가슴에 간음을 뜻하는 adultery의 첫 글자 ‘A’를 주홍색으로 새기는 징벌로써 불명예스러운 낙인(烙印)을 찍는 것입니다.
미국의 너새니얼 호손(1804-1864)이 1850년에 발표한 《주홍 글씨》는 17세기 식민지 시대 미국 북부 뉴잉글랜드를 무대로 하여 한 의사와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와 간통한 목사를 중심으로 일어난 비극적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주홍 글씨》는 감옥문에서 시작됩니다. 감옥 밖에서 사람들이 주인공 헤스터 프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낳았습니다. 어떤 남자와 간통한 것입니다. 그죄로 그녀는 평생 가슴에 간통의 첫 글자 'A'를 윗옷 가슴에 달고 살게됩니다.
원래 간통을 범하면 사형선고를 받지만 주인공 헤스터는 주홍글씨 형만 받아 주민들은 형벌이 약하다고 불만이 많습니다. 기독교의 사랑은 간데없고 오직 종교적인 율법만 강조하는 비인간적인 모습이 보입니다.
그녀는 일반 죄수와는 달랐습니다. 강인한 성격의 헤스터에게 죄인의 표정이나 행동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키가 크고 이목구비가 단정했으며 귀부인다운 화사한 우아함이 도드라졌습니다.
그녀는 가난하지만 유서깊고 지체 높은 영국 가문 출신으로 충동적이지만 열정적인 성격을 지녔습니다. 남편인 의사는 창백하고 수척한 얼굴로 늘 서재에 처박혀 은둔자로 살던 학자였습니다.
둘은 성격이 맞지 않았고 사랑하지도 않았습니다. 헤스터가 먼저 미국에 오고 남편이 뒤따라오기로 하였는데 그사이에 헤스터가 아이를 갖게 된 것입니다.
헤스터는 지금 광장 사형대에 일정시간 서 있는 형벌을 받고 있습니다. 엄숙하고도 끔찍한 군중의 시선 속에서 아기를 품은 그녀의 모습은 당당했습니다. “저는 죄가 많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라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저 아이의 아비 이름을 밝히고, 자식에게 아비를 찾아주라” 재판관의 추궁에도 그녀는 끝내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재판관은 법대로 사형을 내리지 못하고 남편이 사고로 바다에 빠져 죽었으리라고 생각하여 헤스터에게 고작 세 시간 동안 사형대에 서 있게 하고, 평생 동안 가슴에 치욕을 달고 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 지역의 원로 목사나 총독도 아비가 누군지 추궁하였지만 끝내 대답을 얻어내지 못했으며 헤스터는 자신은 물론 그 남자의 괴로움까지 자기가 짊어지고 싶다고 응답했습니다.
결국 담임목사인 딤스데일에게 그녀가 회개하고 고백하도록 권하지만 목사는 가슴 속 비밀을 털어놓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거절했습니다. 딤스데일 목사는 옥스퍼드 대학을 나와 종교적 열정이 많고 말솜씨도 뛰어난 학자다운 풍모를 지닌 전도양양한 목사입니다.
헤스터가 사형대에 서 있을 때 풍랑을 만나 오랫동안 표류하여 뒤늦게 도착한 헤스터의 남편 칠링워스는 천벌을 받을지라도 비밀을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헤스터 모습을 목격합니다. 그는 정체를 숨긴 채 감옥의 아내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자기의 정체를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남편 칠링워스는 헤스터의 정부(情夫)를 밝혀내 파멸로 이끌거나 생명을 해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간교한 수법으로‘마음의 성역’을 침범하여 고통을 주면서도 그가 명예를 계속해서 지니며 살게 할 의도를 품었습니다.
그는 의사라는 직업을 이용하여 목사에게 주치의로서 접근합니다. 육체의 병은 마음의 영향을 받아 발생한다고 설득하며 비밀이 있으면 자신에게 털어놓으라고 조언하면서 단서를 찾아갑니다. 어느 날 칠링워스는 잠 들었을 때 목사의 가슴에 새겨진 고통의 상징을 보게되고 헤스터의 정부는 목사가 틀림 없다고 확신합니다.
목사는 설교할 때마다 자신은 죄인이고 위선자라고 고백하지만 그런 모습 때문에 신자들은 그를 더 존경합니다. 어느 날 헤스터가 양심 때문에 점차 건강을 잃어가는 딤스데일 목사를 만나 위로를 합니다. 그들은 결코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죄인이 아니고 둘이가 저지른 일에는 나름대로 신성함이 있다고 말합니다.
헤스터는 목사에게 과거를 다 버리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유럽으로 떠나자고 합니다. 그러나 목사는 경축일에 사형대에 올라 수치스런 자기 죄를 고백하고 쓰러져 비로서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생을 마감합니다. 딤스테일 목사는 주홍 글씨를 스스로 양심에 새겨 자신을 징벌하고 그 양심으로 무너져 버렸습니다.
칠링워스는 딤스테일 목사의 위선을 집요하게 파헤쳤습니다. 간통보다 더 큰 죄를 지은 그는 나중에 질투와 복수의 무상함을 깨닫고 많은 유산을 헤스터의 딸 펄에게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헤스터는 주홍 글씨 때문에 오히려 타락하지 않고 천사로 변해갑니다. 혼자 딸을 키우면서 겪는 치욕과 소외를 견디는 인내의 삶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선행과 자선을 베풉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말미에 주홍글씨 ‘A’는 천사를 뜻하는 의미로 결말을 냅니다. 그녀는 사후 딤스테일 목사 무덤 옆에 묻혔으며 두 무덤에는 공동으로 검은 바탕에 주홍 글자 ‘A’ 비석이 서 있습니다.
작가 너새니얼 호손은 이성이라는 머리만 커지고, 이해와 용서라는 마음은 자꾸 작아지는 이 시대의 우리에게 무엇인가 메시지를 줍니다. 아울러 작가는 가장 악한 자는 무엇보다도 남의 ‘마음의 성역’을 침범하는 자라는 생각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