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일을 해도 집중이 잘되지 않는다. 나는 정말로 집중력을 도둑맞은 것일까?
책을 읽다가, 공부를 하거나 글을 쓰다가도, TV나 유튜브를 보면서도, 심지어 청소나 설거지를 하다가도 딴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면 하던 일을 멈추고 생각난 행동으로 옮겨갔다 돌아오는 일도 잦아졌다. 이렇게 일상이 산만해진 나를 계속 자책하며 괴로워한다. 그런데 이게 내 탓이 아니라고?
나는 최근 6개월 동안 크고 작은 사건과 문제, 걱정거리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심한 스트레스 상태에 놓여있다. 처음엔 화나고 속상해도 운이 나빴다고,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너무 자주 지속되면서 불안과 걱정, 긴장 상태가 일상이 되었고 긍정보다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지면서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
“과각성은 본질적으로 가는 곳마다 곰을 찾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초점은 잠재적 위험의 단서에 맞춰져 있어요. 현재 일어나는 일을 느끼거나, 배워야 할 수업을 듣거나,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집중하는 게 아니라요. [그러한 상태에 빠진 사람이] 집중을 안 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위험의 단서나 증거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는 거죠. 초점이 거기에 가 있는 거예요.” p.274
이른 새벽. 휴대폰 기상 알람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오랜 습관으로 알람이 없어도 일어나지만 만에 하나라는 불안한 마음에 알람 설정은 살려둔다. 남편의 출근과 아침 식사, 아이들 등교시킬 준비를 하면서도 휴대폰 앱에 출석해서 포인트와 용돈을 적립하고 수신된 메시지를 확인한다. 매일 아침 유튜브 뉴스를 시청하는 것이 루틴이 되었고, 이후 집안일을 하면서도 밥을 먹을 때도 하루의 상당 시간을 유튜브 시청에 쓰고 있다. 이정도 멀티태스킹은 오히려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니까.
그 와중에도 수시로 들리는 알람소리, 손목에서 울리는 진동으로 자주 휴대폰을 확인하느라 바쁘다. 방해받는다는 생각에 짜증이 날 때도 많다. 평상시엔 꺼두는 알람도 많지만, 놓치면 곤란한 알람은 살려두니 늘 대기모드 상태가 된다.
하루 중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주어질 때조차도 나는 요즘 온전히 하나에만 집중하지 못한다. 오지도 않은 알람과 메세지를 수시로 확인하거나 굳이 당장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떠올리며 실행하느라 이 일과 저 일을 왔다 갔다 한다.
"일상에서 너무 오랜 시간 방해를 받으면 모든 외부의 방해에서 벗어났을 때 스스로를 직접 방해한다." p.76
너나 할 것 없이 다 하는 SNS는 하지 않는데도 휴대폰과 아이패드, 노트북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잠들기 전까지 하루 종일 무언가를 들여다보며 지내고 있다. 기기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 같다.
집중력이 저하되고 산만해지는 나에 관해 답을 찾고 싶었다. 요한 하리의 책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는 동안 나와 주변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디지털 시대, 우리는 많은 지식과 정보를 더 쉽고 편하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거대 테크 기업의 감시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우리를 자극하고 화면 앞에 붙잡아 두려 한다. 책에 제시된 많은 근거자료는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되었다. 일상에서 우리의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인이 너무나 많은데 이것은 개인의 의지로만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사회 전체의 문제이자 제도 마련과 규제가 필요한 부분이다.
"좋은 삶을 살려면, 안 좋은 요소를 없애는 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겐 긍정적인 목표도 필요합니다." P.92
산만함을 줄이고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 일상에서 몇 가지 습관을 바꿔보기로 했다.
- 앱 사용시간을 설정하고 그 이상 사용하지 않기.
- 알람 설정을 줄이고 손목에서 밴드도 풀어 실시간 방해요인 줄이기.
-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기(청소, 설거지, 밥 먹을 때 밥 먹기- 멀티태스킹 하지 않기).
- 책 읽기와 명상은 정해진 시간에 온전히 집중하며 해보기.
간단해 보이는 이 몇 가지를 바꾸기도 쉽지는 않겠지만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을 위해 도전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