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정치기웃기웃>입니다. 오늘은 박지원씨와 김종인씨의 비교가 아니라, 김종인씨의 과거 인터뷰 발언 2개를 비교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했습니다. 불과 한 달여만에 신당창당에 관련된 발언과 행보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차이를 중심으로 인터뷰 내용을 다뤄보겠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포인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포인트들.
1. 이 사람들은 진정 누구를 향해 이 말들을 하고 있는가?
2. 이 사람들이 이 말들을 통해 의도하고 있는 효능은 어떠한 것인가?
3. 이 사람들이 하는 말들은 다른 말로 어떻게 번역될 수 있는가?
4. 이 사람들은 인터뷰어가 어떠한 질문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는가?
5. 이 사람들이 하는 말에는 어떠한 차이와 공통점이 있는가?
오늘도 인터뷰 영상 내용 자체는 영상을 보면서 남긴 메모를 첨부하여 갈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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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4일자. 김종인씨 인터뷰. / 무미건조한 인터뷰에 가까운(= 어필의 현장이 아니었음).
https://www.youtube.com/watch?v=4YgG1XFDMB0
2023년 11월 13일자. 김종인씨 인터뷰. / 무미건조한 인터뷰에 가까운
https://youtu.be/1MAwvFJ6rOA?si=UT6vQcMnAXEH4SC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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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2023년 10월 24일과 2023년 11월 13일. 김종인씨 발언과 행보에 어떤 차이가 있었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준석 신당과 금태섭-양양자 신당의 협력 내지 합류에 대한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10월 24일자 인터뷰에서는 인터뷰어가 한 언론기사를 인용하며, 김종인씨가 양양자 의원을 향해 '옆에서 도와줄 테니 열심히 해봐라', '금태섭과 함께해라'라고 발언했으며 '이준석을 합류시킬 것이다'라는 전망도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이에 대한 김종인씨의 답변은 "헛소리", "이준석은 이준석대로 딴 생각을 하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쉽게 합해지지 않을 거라고 봐요."였습니다.
그러나 불과 한 달이 지나기도 전인 11월 13일자 인터뷰에서는 본인이 직접 이준석씨와 금태섭씨의 점심만남을 주선하였다고 발언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두 신당은 새로운 정치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 나눠지면 목표발전에 지장이 있으므로 두 사람은 합쳐질 수 밖에 없다고도 첨언하였습니다.
이러한 김종인씨의 행보는 10월 24일자 인터뷰에서 인터뷰어가 "저는 다른데서는 박사님께서 이준석 손도 잡고 금태섭 의원 손도잡고해서 다 같이 모아줄 적임자라고 말씀 들었는데"라는 발언에 대해 "내가 왜 그 역할을 해요", "나는 절대 그 역할을 절대로 안할 거에요."라고 답변한 사실에 비추어 보자면 당혹스럽다못해 의혹이 들 정도입니다.
절대로 그러한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말해놓고서는 한달도 되지 않아 그러한 역할을 했으니 말입니다. 한번 첨부한 메모 2개를 비교해보시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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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사람들은 진정 누구를 향해 이 말들을 하고 있는가?
역시 기본적으론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위에서 상술한 입장변화를 돌이켜보았을때, 10월 24일자의 김종인씨 발언은 이준석씨 및 금태섭씨 그리고 기타 관계자를 향한 말은 아니었다고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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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사람들이 이 말들을 통해 의도하고 있는 효능은 어떠한 것인가?
두 가지 시나리오를 써볼 수 있을듯 합니다. 하나는 김종인씨도 10월 24일까지는 두 신당의 합류 가능성을 낮게 보았으나, 일련의 과정과 접촉들을 거쳐 11월 13일에는 두 신당의 합류 가능성을 본인 스스로가 만들게 되었다.
또 하나는 김종인씨도 10월 24일 시점에서도 이미 두 신당의 합류를 주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의 의도 혹은 이유로 인해 대중들에게 공표하고 싶지 않았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연막작전을 펼쳤다는 뜻입니다. 과연 어느쪽일까요. 제가 보았을때는 아무래도 후자이지 않나 싶습니다. 딱히 제시할 수 있는 근거는 없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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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 사람들이 하는 말들은 다른 말로 어떻게 번역될 수 있는가?
위에서 상술한 두 시나리오 중에서 후자를 따르자면 김종인씨의 10월 24일자 발언중의 "내가 왜 그 역할을 해요", "나는 절대 그 역할을 절대로 안할 거에요"라는 발언은 사실 이렇게 바뀔 수 밖에 없습니다.
'나는 표면상으로 드러나지 않은채로 다음 4월 총선에 영향을 가하려 한다. 이때 나의 목표는 양당대결 구도를 깨기 위해 신당을 만들고 부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하면 내가 표면상으로 드러내고 있는 세계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김종인씨의 세계관(구체적으로는 존재론이랄까요)은 늘 도돌이표처럼 반복되어 발언됩니다.
<이른바 '87년 체제'로 불리는 양당대결구도 속에서는 정치가 나라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역량을 발현시키지 못한다. 현재 정치권에는 나라가 처한 문제의 인식과 그에 대한 솔루션이 부재하다. 그러니 일반 국민들은 정치권(정치제도)에 순응하지 않는다. 이게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이러한 진단에 대한 김종인씨의 현재 처방은 제3세력의 부상을 통해 기성 정치권의 관심과 노력을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것에 있어 보입니다. 다만, 이렇게 기성 정치권에 충격을 가할 제3세력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롱런할까요 아니면 핵분열만 일으키고 아스라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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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 사람들은 인터뷰어가 어떠한 질문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는가?
김종인씨의 인터뷰를 쭉 둘러보면 이준석씨와 그의 신당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건 김종인씨가 질문을 유도하기보다는 인터뷰어들이 김종인씨를 통해 신당에 관한 사항들을 캐보려하는 중이라고 보는게 맞는거 같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김종인씨가 인터뷰어의 이러한 질문사항은 회피하려는 정황은 보입니다. 바로 현재 야당인 민주당에 대한 평론입니다. 이미 제가 앞서 작성했던 <정치기웃기웃>에서도 서술하였듯이 김종인씨는 야당에 대한 평론을 하질 않습니다. 물론 '원래 야당은 여당이 잘하면 희망이 없고, 지금 여당이 일을 잘 못하기 때문에 야당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을 뿐'이라는 지점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월 24일자 인터뷰까지 지켜보니 김종인씨는 어떠한 이유에서인가 야당에 대한 이야기를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민주당쪽 이야기에서는 김종인씨의 답변이 단답형으로 끝났기 때문입니다. 물론 답변 앞에 수식어구들은 있었습니다만 뭔가 중언부언한다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그냥 말의 분량을 채우기 위한 말껍데기들이랄까요.
특히 자신의 세계관을 개론할때와 민주당쪽 이야기를 할때 문장의 차이가 크게 드러납니다. 제가 보기에 김종인씨는 현재 야당인 민주당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 이유가 중요한 걸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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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 외.
이처럼 김종인씨의 발언에서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김종인씨의 발언은 발언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종인씨의 말에는 분명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그의 세계관은 왜 대중이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혹은 정치에 대해 염세적 반응을 보이는지를 심플하면서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과연 진단의 차원에서 지금 우리 정치의 문제가 양당체제의 문제인지 혹은 처방의 차원에서 제3세력의 등장과 부상이 유효한지라는 지점에서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와 민생의 단절이라는 테마는 적실하다는게 저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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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뜻하지는 않았는데 생각보다 눈에 띄는 것을 발견한 거 같습니다. 그리고 또한 정치인의 발언을 제대로 번역하기 위해서는 그 맥락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오늘 새롭게 발견한 듯 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확실히 김종인씨도 이번 판에서 꽤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듯 하네요.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 87년 이후 체제의 '발전적 해체'가 필요한 데는 저나 다른 많은 분들이 공감하겠지만, 이준석을 필두로 한 세력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여러면에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고 결국 본인들이 증명해야 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