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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가 2020년 11월 11일 광화문 광장 인근 스타벅스 커피전문점 앞에서 턱을 없애고자 뿅망치로 계단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는 장면. ⓒ에이블뉴스DB
지난번 칼럼에선 건강분야와 보육교육 분야에 대한 의견을 말했고, 이번엔 장애인 접근권 및 장애여성과 관련되어 드는 생각을 나눠보겠다.
장애인의 시설 및 건축물 접근권과 관련해 2023년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전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연구 및 의견수렴을 거쳐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설치 대상을 현행 50㎡ 이상 시설에서 50㎡ 미만 시설까지 확대 추진한단다.
그런데, 장애인 편의시설 전수 실태조사는 편의시설을 의무설치해야 하는 대상에 대한 실태조사이며, 2022년 5월 2일 이전에 지어졌으며, 건물 바닥면적이 50㎡ 이하 또는 50㎡-300㎡사이인 건물들은 실태조사에서 제외되므로 이런 건물의 장애인 접근성 증진방안이 나오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물론 편의시설 의무설치대상을 바닥면적 50㎡ 미만까지 확대 추진한단 점은 전보다는 조금 개선돼 고무적이긴 하나, 여전히 건물의 수용규모, 건축 일자 등에 따라 편의시설을 의무설치해야 하는 대상을 정하는 건 여전해, 건물과 시설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성이 제한되긴 전과 거의 비슷하다. 정부가 특히 소규모 시설에 대해선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에 대해, 세금공제나 지원금 등의 지원을 하면 될 일이지만 이 조치마저 언급돼 있지 않다.
결국 건축물의 규모, 수용 가능 범위, 건축 일자에 상관없이 모든 건축물과 구조물의 접근성 보장 의무규정을 포함하도록 국내법을 개정하라는 이번 2·3차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조차도 정부가 이행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2014년 1차 심의 때도 똑같은 권고가 내려졌고 작년에도 거의 비슷하게 권고했지만, 정부는 이 권고를 제대로 이행할 의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
올해 1월부터 노선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하고, 저상 좌석버스 표준모델 도입을 위한 연구개발(R&D)을 추진해나가며, 비 도시지역 특별교통수단 법정 운영 대수를 상향하고, 이동지원센터 운영비를 국고로 지원하며 24시간 이용, 광역 간 이동 지원 등을 통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지속 강화해 나간단다.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해 정의당 장혜영 의원(사진 왼쪽)이 작년 5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오른쪽)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는 모습. ⓒ국회방송 캡처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과 이동지원센터 운영비의 국고지원을 통해 장애인 이동권 증진의 실마리가 약간은 보인다. 그럼에도 시외버스, 광역버스, 고속버스, 공항버스 등이 저상버스 도입대상에서 아직도 포함되지 않으며, 시외지역의 경우 굴곡이 심해 저상버스의 도입을 꺼리는 구간에는 국가, 지자체 차원의 실태조사를 통한 구간 도로환경 개선 등의 구체적 계획을 언급해야 하는데, 이를 찾아볼 수 없다.
특별교통수단의 법정 대수 상향은 약간 고무적이긴 하지만, 그보다는 장애와 성적 지향 여부 상관없이 모두가 탑승하기에 접근 가능한 유니버설 택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지자체마다 예산 및 운영방식이 다른 근본적 한계를 더 잘 극복할 수 있을 텐데, 이에 대한 논의는 아직까진 지지부진하며 유니버설 택시 도입 방안에 대한 언급도 정책계획에선 부재하다.
또한, 휠체어 사용 가능 시외버스 시범사업의 경우, 고가의 외국산 전동휠체어만 안전성이 확보되는 등 장애인에게 큰 경제적 부담과 안전성 문제 등이 지적된 바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역마다 지하철, 특별교통수단 등의 장애인 이동권 인프라가 제대로 연계·구축되지 않았기에, 휠체어 사용 가능 시외버스 시범사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설령 휠체어 사용 가능 시외버스를 통해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했어도, 도로환경 등의 인프라가 장애인에게 접근 가능한 곳이 많지 않다. 지하철만 하더라도,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의 단차가 10cm 이상인 역사가 적지 않아 장애인들은 휠체어 바퀴 빠짐이나 전동차의 안으로 몸이 튕기는 등 안전사고 위험성에 노출되기 쉽다.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의 단차가 10cm 이상인 곳에 안전발판을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은 2004년 이전에 건축되거나 건축되고 있던 역사엔 적용되지 않는 맹점도 있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장애인 이동권의 사회적 인프라 구축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정책계획 속에 언급했어야 하는데 그게 부재하다.
따라서 시외버스, 고속버스, 광역버스에서의 대중교통 시스템에서 휠체어 이용 가능한 버스 수 증대 및 장애인이 안전하고, 접근이 가능하게 공공장소와 환경을 개선하라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가 정책계획 속에서 사실상 무시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앞으로 정부의 장애인 이동권 정책 추이를 장애인단체와 시민단체가 두 눈 부릅뜨고 더욱 감시할 걸로 예상되고 그래야 한다.
작년 5월 3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서울 지하철 3호선에서 휠체어에서 내려 기어서 지하철을 타는 ‘오체투지’ 투쟁을 벌이는 모습. ⓒ에이블뉴스 DB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에 따른 무인정보단말기(KIOSK) 및 모바일 앱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각각 2024년 1월 28일, 2023년 7월 28일 공공부문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6년 1월 28일부터 전면 시행할 계획이라는 정책계획도 있다. 그런데, 키오스크의 경우, 민간 등 일상생활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에, 민간이 운영하는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겐 전면 시행될 때까지 상당한 불편함이 예상된다.
더군다나 바닥면적 50㎡ 미만인 소규모 시설의 경우 모바일 앱과 키오스크 연계 등 보조적 수단, 상시 지원인력이 있을 시, 이를 정당한 편의제공으로 간주한다는 장차법 시행령 개정안이 얼마 전 입법 예고됐다.
그런데 이 시설에서 음성안내 등의 합리적 조정 미제공인 상황에서 상시 지원인력 있으면 정당한 편의 제공으로 간주되니, 키오스크 위치 찾기 어렵고 화면 내용 파악 어려운 시각장애인에게는 스스로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게 아닌 남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입법 예고안이 통과될 경우, 시각장애인에게는 차별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당한 편의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이면에는 장애인 접근성 있는 키오스크 설치 시 접근성을 장애인의 권리가 아닌 돈과 비용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져 있다. 접근성이 적용된 키오스크 구입 시 소상공인 부담이 걱정된다면, 이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보조금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될 일이나, 국가는 지원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
키오스크에서 지적·자폐성 장애인과 관련돼 정당한 편의 명시가 안 된 점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화면 컨텐츠에서의 단순명료한 구성, 쉬운 언어나 표현, 알기 쉬운 키오스크 이용 안내 책자, 화면의 밝기 조절 기능 등 지적·자폐성 장애인 관련 합리적 조정이 들어가지 않은 거다, 그러기에, 지적·자폐성 장애인도 키오스크를 스스로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결국, 모든 장애인, 특히 교육시설과 가정 모두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접근 가능한 디지털 기술을 보장하라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 반영이 사실상 부족한 정책계획이라 말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물론 권고에 지적·자폐성 장애인도 들어갔으면 좋았겠지만 말이다.
‘국민의 힘’ 김예지 국회의원, 정보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전문기관 협의체 공동주최로 작년 9월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디지털 시대의 정보 접근성 확보 전략’이란 제목의 토론회 전경 ⓒ이원무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free, BF) 인증 대상을 민간시설로 확대 추진하고, BF 인증 운영기관 설치 추진 및 BF 인증기관 확대(2027년까지 15개로 확대) 등을 통해 BF 인증제도를 활성화한다고 한다. 하지만, BF인증을 받고도 휠체어 장애인, 시각장애인 등이 이용하기 불편한 장애인화장실 등의 예를 보면 인증기준 높이기 위한 계획이 나와야 하는데, 그게 없다.
민간시설로 확대 추진하도록, 예비인증과 본인증에 대한 수수료 지원 방안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 또한 담겨 있지 않다. 여기에 감각통합실, 쉬운 건물 안내도 등 지적·자폐성 장애인과 관련된 BF 인증기준의 구체적 내용을 명시하고 실제로 시행하기 위한 계획, BF인증 이후 시설물 접근성의 지속적 유지·관리 미흡 시 인증 취소 등의 적극적 조치계획 등이 정책계획 속엔 없다.
장애인 정보 접근과 관련해선 장애인방송 제작 지원 인센티브 개선 등을 통해 장애인방송 제작 및 편성을 지속 확대하고 발달장애인 맞춤형 방송 컨텐츠 제작, 음성·자막·수어 변환시스템 상용화 추진 등 다양한 장애유형별 미디어 접근성을 개선해 나간단 계획 등의 내용이 있다. 세부내용엔 수어방송 의무편성비율을 5%에서 7%로 늘리고, 화면해설방송은 축소한다는 것 등이다.
그런데 세부내용은 주로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관련 내용이며, 장애인방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수어방송 시 2인 이상 수어통역사를 배치해야 하는 경우 화면배치는 어떻게 할 것인지, 지적장애인의 경우 읽기 쉬운 자막의 질 증진을 위한 구체적 계획 등이 정책계획 속에 담기지 않았다. 한 마디로 장애인방송의 양적 측면만 신경 쓴 대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군다나 발달장애인 맞춤형 방송 컨텐츠 제작이라고 했는데, 방송에서의 용어와 표현 등에 대해 장애 정도, 특성, 연령에 따라 표준화를 시행하는 단계적 방안과 관련한 계획이 나왔어야 한다. 그래야,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존중하는 것의 일환이라 볼 수 있는데, 이런 계획이 역시 정책계획 속에 없다.
이도 역시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 중 읽기 쉬운/이해하기 쉬운 콘텐츠와 그 외 커뮤니케이션 접근 형식, 방법, 수단을 통해 적절하고 접근 가능한 정보 제공 지침이 반영되도록 장애인 방송 프로그램 제공 가이드라인을 검토하라는 권고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읽기 쉬운 자료의 생산을 의무화하는 계획이 정책계획 속에 나오지 않은 점도 지적할 수 있겠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한여장) 등 6개 단체가 작년 9월 19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성장애인 예산 삭감을 규탄함과 동시에 제대로 된 예산 반영을 위한 ‘장애여성지원법’ 제정을 다시금 촉구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DB
여성장애인과 관련해 출산비용 지원대상을 적극 발굴하고, 지원단가 인상 추진 및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와 연계해 맞춤형 건강보건관리를 지원하며, 성·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시설에 대한 기능보강을 지속 지원하고, 평가 및 컨설팅 지원, 종사자 보수교육 등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개선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장애여성 정책을 가만히 보면 성·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및 출산비용 지원 등의 정책계획만 보인다. 결혼·임신·출산·양육 중심의 정책으로 이뤄진 것은 여전하고, 장애여성 지원사업 가운데 교육 지원이 있지만, 문해교육 등 단순 기초 교육 중심이며 이런 교육을 통해 의식화, 사회화 등 장애여성의 역량강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따라서 모든 삶의 영역에서 장애여성과 여아에 대한 역량강화와 완전한 참여, 모든 공공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를 달성키 위한 조치를 채택하라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가 반영된 정책계획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 마디로 성인지 개념이 부재한 성 역할 고정관념 속의 주류화되지 않은 장애여성 정책계획인 것이다. 아울러 장애여성지원법 제정이라는 장애계 기본요구를 무시한 거기도 하다.
정리하면 시설, 정보 등에 대한 장애인 접근권과 장애여성 정책계획엔 UN 장애인권리협약 정신과 권고가 녹아 들어가지 않았으며 역시 허울뿐인 약자복지 계획임을 말해주고 있다. 한 마디로 UN 장애인권리협약이 사실상 삭제된 정책계획이라 말하고 싶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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