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이 18일 기준금리를 4.25%로 동결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이사회가 끝난 뒤 "인플레율이 당초 예상을 넘어서고 있으나(금리 인상 요인), 신종 코로나(COVID 19) 확산세가 지난 2분기만큼 경제(성장) 흐름을 꺾기 않고 백신 개발에 따른 기대도 크다(인하 불가 요인)"며 금리 동결 결정 소식을 전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기준금리 연 4.25%로 동결/얀덱스 캡처
나비울리나 총재는 2020년 한해 인플레이션 전망을 3.9-4.2 %에서 4.6-4.9%로 상향 조정하고 "향후 경제 안팎의 여러 상황을 지켜보면서 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2021년 인플레이션을 3.5-4%, 그 이후에는 약 4%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2019년 6월부터 꾸준히 기준금리를 인하해 왔다. 한번에 무려 2% 포인트를 인하하는 등 1년 6개월여에 걸쳐 총 3.5% 포인트를 내려 러시아 기준금리는 5개월째 연 4.25%에 묶여 있다.
이번 금리 동결조치도 일찌감치 예상되어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금리 인상 요인인 물가 상승 심리가 뚜렷하고, 신종 코로나에 의한 경기 추락이 반등세로 접어드는 상태에서 금리의 추가 인하는 무리라는 분석에서다.
까치 브로치를 달고 기자회견에 나선 나비울리나 총재/사진출처:중앙은행, 유튜브 캡처
현지 한 언론은 나비울리나 총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달고 나온 브로치로 '금리 동결조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해석했다. 그녀는 이날 '까치' 모양의 브로치를 달고 나타났다. 까치는 '겨울이 왔다는 상징'으로, '금리의 장기간 동결'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녀의 '브로치' 소통은 지난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 그녀는 그 의미를 절하했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언론이나 전문가는 별로 없다. 이미 크리스틴 리카르드 유럽 중앙은행(ECB) 총재가 '브로치 금리 정책'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비울리나 총재는 지난 2월 기준금리를 6%로 인하할 때 '황새' 혹은 '백조'를 연상시키는 브로치를, 3월에는 '텀블러'(동결), 4월에는 '집' 모양의 브로치를 달았다. 집 모양의 브로치는 러시아 전체가 신종 코로나로 '자가 격리'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자가 격리'를 위로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기준 금리는 0.5% 포인트 인하한 5.5%로 결정됐다.
이어 6월에는 '비둘기' 브로치였다. '비둘기'는 금융시장에서 통화완화 정책을 뜻한다. 그녀가 신종 코로나로 인한 봉쇄(?) 조치가 끝나갈 무렵, 통화정책을 '매파'(긴축정책 지지)가 아닌 '비둘기파'를 택했고, 금리도 1%포인트 인하했다.
나비울리나 총재의 브로치. 7월에는 브로치 2개(위)와 10월에는 물결 모양의 브로치를 달고 나섰다/출처:유튜브 캡처, 중앙은행
봉쇄가 본격적으로 풀리기 시작한 7월에는 브로치 2개를 달고 나왔다. 라틴문자의 'V'자와 '말굽' 형태의 브로치였다. 금융 시장에서는 'V'자를 경기 회복의 힌트로, 말굽 형태는 (경기 회복 목표를 향해) 시장에 계속 유동성을 확대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이때 기준금리가 지금의 4.25%로 떨어졌다.
8, 9월에는 브로치를 착용하지 않았고, 금리도 변하지 않았다. 10월에는 '물결' 모양의 브로치를 달고 나타났다. 러시아 경제가 심한 기복을 겪거나, 신종 코로나의 재확산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또 미국 언론이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블루 웨이브'라고 부른 것도 감안됐다.
그리고 두달만에 나비울리나 총재는 '까치' 브로치를 선보였다. 5개월째 기준금리 동결, 나아가 내년에도 상당기간 동결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