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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새벽 4시까지 영업하고 집에 가서 1시간 눈을 붙이고 상갓집 한 곳에 들렀다가 봉사하러 왔단다. 일요일이면 보통 3, 4시간 정도 잠을 자고 9시경에 이곳에 온다. 평소에는 새벽에 집에 들어가 11시까지 잠을 자는데 일요일이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봉사하러 온다. 노래방을 하다 보면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이 쌓일 텐데 이곳에 봉사 오면 마음의 안정을 찾는단다. 그러면서 또 일주일 영업을 할 힘을 얻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몇 년 전 무료급식소 십시일반에 공사장 일 다니는 분이 비 오는 날이면 봉사하러 왔었다. 일하러 나가지 못하는데 집에서 쉬지도 않고 급식소에 봉사하러 온다. 그리고 토요일에도 정기적으로 이곳에 왔었다. 토요일에는 잔치국수가 제공되는데 국수 삶는 것이 힘이 들어서 자기 차지라고 한다. 대부분 여성이고 할머니인 봉사자분들에게 100여 명분의 국수를 삶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얼마 전부터 몸이 아파서 일을 나가지 못하고 물론 봉사도 못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혼자 생활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생활비로 나오는 돈을 아껴서 전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다른 어려운 나라에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항상 유서를 가지고 다니는데 유서에는 자신이 죽고 나서도 후원금은 통장에 돈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 지급해 달라고 쓰여 있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 분들이 많다. 떠오르는 한 분이 있어 더 소개한다. 나는 젊었을 때 안양에 있는 '성 라자로 마을' 봉사를 다닌 적이 있었다. 토요일마다 진료를 갔는데, 알고 보니 어느 치과 의사가 나보다 1년 먼저 봉사를 오고 계셨다. 일요일마다 치과기공사를 데리고 오셨다.
성 라자로 마을은 나병 환자들이 생활하는 정착촌인데 치과 진료가 매 주일 있다는 소문이 나고 전국에서 나병 환자들이 찾아왔었다. 당시 나병환자들을 받아주는 병원이 별로 없었다. 그 치과 선생님은 서대문에서 치과의원을 운영하고 계셨다.
요사이 뉴스에서 매일 흉측하고 추악한 사건들이 보도되고 있다. 뉴스 보기가 두렵다. 인간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사건들,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을까를 보여주는 듯한 끔찍한 사건들이 줄을 잇는다. 너무 무서운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곳이 지옥이 아닌가 생각도 하게 된다.
왜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되었을까. 과거에는 인의를 중시하고 효 를 최우선으로 했던 서로 돕는 사회가 아니었던가. 급격한 경제발전이 원인이고 그 부작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질만능 경쟁위주의 결과이고 생명과 인간성이 무시되는 사회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 우리 사회가 유지되고 살만한 사회라고 희망을 가져 볼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숨어서 좋은 일을 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것은 우수한 경제발전도 있지만 이러한 따뜻한 이웃들의 힘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요새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곽병은 밝음의원 원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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