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산[東方山] 749m 강원 삼척
산줄기 : 백두대간
들머리 : 도계읍 전두리 새비리골 시민휴식공원
위 치 강원 삼척시 도계읍
높 이 749m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대간 뒤에 은둔한 동방의...동방산(749.2m)
동방산은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서쪽 깊숙한 곳에 들어 앉아, 아직까지 자기 명함을 세상 밖에 한번도 밝힌 바 없는 산이다. 북, 서, 남으로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 동방산을 에둘러 자식처럼 보듬어 감싸, 방패막이 노릇을 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산행 시작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이치인데, 특별히 해발 920m의 피재에서 해발 749.2m인 동방산 정상을 내려다보며 찾아가는 이색적인 산행을 한다. 물론 삼척시 도계읍쪽에서도 산행이 가능하지만 산행거리가 더 긴 백두대간 상의 태백시 피재를 동방산 산행들머리로 택했다.
피재란 옛날 나라에 난리가 있었을 때 난을 피하여 태백 땅으로 피난 오던 고개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피재를 패러디하면 피향, 이상향, 십승지, 신천지로 넘어가는 엘도라도인 셈이다. 피재의 또 다른 이름은 '삼수령' 인데, 이는 하늘에서 떨어진 빗방울의 운명이 북한강, 낙동강, 오십천 등 세 곳으로 나뉜다 하여 붙은 이름이며 지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다.
백두대간에서 낙동정맥이 분기하는 물뿌리 피재에는 35번 국도가 지나고 삼수령 조형물과 삼수정이 있다. 태백여성산악회 권영희, 안순란, 이영숙, 김금순, 김부자, 현옥춘, 오은주, 박정숙씨와 함께 백두산 방향의 상행선 대간길로 들어섰다.
초장부터 숲으로 드는 대간길에는 성황당마냥 표지기로 금줄이 쳐있다. 쭉쭉 뻗은 태백송이 하늘을 찌르는 등산로 사이를 5분쯤 지나 적각동으로 이어진 시멘트 포장 수렛길을 따른다. 버들개지와 생강나무꽃을 보니 모두들 목소리가 산들어지고 발걸음도 새털구름이다.
수렛길로 5~6분 거리에 이르자 산줄기를 끊은 양쪽 절개지에 석축을 쌓았고 'L13호 하장간' 이라 표기된 전봇대가 나타났다. 옛날 사냥할 때 몰이꾼들이 노루를 쫓으면 창잡이들이 이곳에 지키고 있다가 노루를 사냥하던 길목이란 뜻에서 노루목이라 불린다. 또한 대간길과 동방산 산행길이 이별하는 곳이다.
대간은 수렛길을 버리고 왼편의 표지기가 수북한 능선 숲으로 올라서며, 동방산 산행길은 수렛길을 따라 곧장 직진한다. 헤어지는 대간길에 손을 흔들며 간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은 일분이깔나무군락 아래, 생강나무와 올괴불나무가 꽃을 피웠고 드릅나무 순도 손톱만큼 자랐다.
줄곧 조금씩 경사도를 낮추더니 피재를 떠난 지 30분쯤에 폐타이어를 이용해 둑을 쌓은 수렛길 삼거리다. 언덕 위엔 돌로 지은 샬롬태농원 건물이 있다. 철탑을 보며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내리막으로 들어서자 철탑 옆을 지나친 후 또 삼거리다. 길은 오른편으로 잘 정리된 묘를 보며 급히 원을 그리며 돌아가더니, 이번에는 왼편으로 갈지자를 쓰며 저절로 걸음이 빨라지게 만드는 비탈길이다.
잣나무 숲이 좋다. 개 짖는 소리와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 역암으로 쌓은 석축 위에 화전민들의 옛 모양이 조금 남아 있는 농가 앞이다.
시야가 확 트인다. 넓게 펼쳐진 청호밀밭이 격랑을 친다. 동방산 정상도 아지랑이 속에 있다. '동방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라는 시 구절도 좋다.
밭머리 끝으로 비닐하우스와 버드나무가 있는 농가 한 채가 보인다. 저곳이 동방산 가는 길목이라 눈여겨 보아두고 구불거리는 농로를 따라간다. 조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농가 한 채가 왼편에 나타나는 삼거리 목넘이다. 이곳 일대의 지형이 평평하여 평밭이라 부르는 곳인데 개무덤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옛날 어떤 사람이 술에 취해 이곳 풀밭에서 잠이 들었는데, 그만 산불이 났다. 그때 주인을 따라왔던 개는 주인을 깨워도 일어나지 않자 안골로 내려가 계곡물을 몸에 적셔 주인이 잠자는 주위의 풀밭에 몸을 뒹굴고 계곡으로 다시 내려가기를 반복하다 탈진해 죽었다. 덕택에 불은 주인이 잠자던 주위만 타지 않고 진화되었다. 그 충성스런 개를 이곳 어딘가에 장사 치러준 무덤이 있다는 곳이다.
목넘이 삼거리에서 오른쪽 수렛길로 접어들자 조금 전 언덕에서 봐두었던 버드나무가 있던 농가다. 농가가 가까워지자 고욤나무도 보인다. 농가 앞에 이르기 전, 지금까지 따르던 수렛길을 버리고 왼편 남쪽 농로를 따라 내려서자 이내 공터에서 길이 끝나 버린다. 닭소리 들리던 처음 만난 농가에서 15분이 걸렸고 피재에서 예까지 50분이 소요되었다.
들머리에서 여기까지 가벼운 트레킹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숲으로 들어가는 산행이 시작된다. 공터 오른편 밭쪽에 곧 무너져 버릴 것 같은 나무판자를 걸쳐놓은 다리를 건너자 숲속으로 내려가는 조붓한 옛길이 나타난다. 건너편 동방산 자락에 있는 철탑을 가늠하며 멋진 숲길로 이어진다. 진달래 붉은 꽃봉오리 터지는 안부에 이르자, 오른쪽으로 넓은 길이 유혹한다. 허나 능선을 놓치지 않고 안부를 뒤로하여 진달래나무 사이로 올라서자 조금 전 지나왔던 농가와 푸른초원, 병풍을 두른 백두대간, 서쪽으로 피재, 매봉산, 함백산, 태백산이 보인다. 버드나무가 있던 농가 옆 공터를 떠난 지 30분만에 철탑이 있는 723.3m봉에 닿았다.
철탑을 세우느라 사방이 훼손되어 있다. 철탑 아래를 지나 안부로 내려 다시 733m봉에 올라서니 등 굽은 소나무가 많다. 주능선은 오른쪽으로 서서히 방향을 바꾸어 나간다. 능선에는 아름드리 금강송이 솟았고, 왼편 사면으로는 신갈나무들이 빼곡히 자리를 잡았다.
진달래나무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철탑을 떠난 지 40분만에 삼각점(1975 재설)이 있는 동방산 정상이다. 황사 때문에 시야가 뿌옇다. 봄날 꽃산행을 즐기며 느긋한 중식을 하고 동쪽 능선으로 하산한다. 노송들의 멋진 폼을 감상하며 천천히 능선을 다른지 40분 지나 하산길이 뚜렷한 안부다.
여기서 능선을 버리고 왼편으로 내려서니, 사면을 끼고 가는 너덜길에는 군락을 이룬 생강나무에 노란 꽃이 한창이다. 안부에서 약 25분에 탱자나무, 측백나무, 유실수 등이 심어 있는 폐농가가 나타나며 진달래가 모다기모다기 소월의 시처럼 핀 사이로 오봉산, 육백산, 도화산, 응봉산들이 건너편에 솟았다. 폐농가 묵밭에는 음나무 묘목을 촘촘히 심어 놓았다.
왼편으로 내려서는 길을 찾아 밤나무가 서식하는 습한 계곡을 가로질러 폐농가를 떠난 지 10분 후에 묘가 있는 포장길 농로를 만났다. 구불거리는 급경사길은 무릎이 지끈거릴 정도다. 길가에는 봄철 입맛을 돋우는 씀바귀들이 많다. 시민도계휴식공원을 지나 새비리골을 빠져 내려서니 도계소방서 앞 38번 국도가 반긴다.
* 산행길잡이
피재-(50분)-느티나무농가-(30분)-철탑-(40분)-동방산 정상-(40분)-안부-(25분)-폐농가-(35분)-도계소방서-(15분)-도계버스터미널
동방산은 강원시 삼척시 도계읍 서쪽 깊숙한 곳에 들어앉아, 아직까지 자기 명함을 세상 밖에 한번도 밝힌 바가 없는 산이다. 북, 서, 남으로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 동방산을 에둘러 자식처럼 보듬어 감싸, 방패막이 노릇을 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피재를 출발, 정상을 거쳐 도계버스터미널에 이르는 산행의 소요시간은 4시간 안팎이다. 산행은 피재에서 북으로 대간길을 따르다 노루메기에서 대간과 이별하고 큰길을 따른다. 이후 평밭 목넘이에 버드나무 있는 농가에서 농로를 버리고 본격적으로 동방산 정상을 향하게 된다. 정상에서 남릉으로 천천히 40분쯤에 만나는 안부에서 왼편으로 내려서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 교통
태백시외버스터미널(033-552-3100)에서 임계, 하장 방면 버스(06:10, 07:40, 09:50, 12:20, 14:45, 17:00, 19:00, 19:30)를 타고 피재에서 하차하면 된다.
도계버스터미널(541-0380)에서 태백행 버스는 07:45~21:40까지 1일 26회 운행한다. 도계역 541-2788, 태백역 552-7788.
* 잘 데와 먹을 데
도계에는 논도랑참게(541-8555), 대지네손칼국수(541-5470), 로얄모텔(541-5599) 등의 숙박업소가 있다.
태백에는 맛나분식(552-2806), 분비네식당(552-1632), 성류각(552-9020), 태백터미널 앞 가마솥산나물밥(553-1201), 일미아구찜(019-413-3083), 조선특산기념품(554-1223), 태백고원자연휴양림(550-2849), 동경장여관(552-6624), 만장여관(552-4675) 등이 있다.
* 볼거리
긴잎느티나무 삼척시 도계읍의 긴잎느티나무는 느티나무의 변종으로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되고 있는 흔치 않은 나무인데 일반 느티나무 보다 잎이 더 길고 좁다. 도계읍의 긴잎느티나무는 나이가 1000여 년 정도 된 매우 오래된 나무로 추정되며, 높이 30m, 둘레 약 9.10m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성황당 나무로 섬기며 행복과 평안, 번영을 기원해 왔으며, 옛날에 많은 선비들이 이곳에 피난한 적이 있어서 지금도 입학 때가 되면 합격을 빌며 치성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이 나무가 학교 운동장에 자리하고 있어서 다른 나무로 서낭당 나무를 바꾸려고 하자 이 나무의 노여움을 사서 천둥과 번개가 쳤다고 한다. 도계읍의 긴잎느티나무는 크고 오래된 나무로서 생물학적 보존가치가 클 뿐만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나무에 영혼을 부여하여 신성히 해온 문화적 자료로서의 가치도 높아 1962년 12월 천연기념물 제95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글쓴이:김부래 태백주재기자 참고:월간<사람과산> 2007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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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벗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