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 살랑살랑 바람 숲
저: 박미정 동시집
출-학이사 어린이
독정: 2024년 7월 24. 수
『살랑살랑 바람 숲』 동시집이 재미있다는 소문에 나도 한 권 샀다. 동시는 4부로 나누어 각 20편 정도의 시를 담고 있다. 1부는 사계절 따라 피는 꽃에 대한 애정이 눈에 보이도록 그렸다. 대표 시로 <봄까치꽃>이 좋다.
봄이/자박자박/걸어오더니//논두렁/밭두렁에 /걸터앉았다//
봄/까치/꽃//무더기/무더기/피우려고
-고와서 정겨운 꽃들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르게 그린 참 좋은 시들이 담겼다. 읊기에도 좋다.
2부에는 자연의 모든 것이 아이의 놀이(터)가 되는 안목으로 살펴내어 그렸다. 대표 시로 <노래 불러요> 시가 좋다.
둥근 연못 무대 위에/연밥이 오종종/연밥이 꼭!/마이크 같아요
아빠는 연밥 들고 앗싸!/할머니는 덩실덩실/온 가족이/함께 부르는/사랑의 노래
3부에는 자연 속에서 찾아보는 가족애를 담고 있다. 대표 시로 <언제 불 켜질까> 시를 본다.
빈방 천장에/알전구 하나/ 환하게 불 켜질 날/ 그 언제일까
요영병원/입원하신/ 할머니 기다리다/온몸에/뽀얀 먼지/ 백발이 다 되었네
먼지 뒤집어쓴 백열전구 한 알에도 애정을 담아 애틋한 할머니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이런 섬세함으로 시니어 매일 기자 일을 하는 시인의 마음 바탕이 읽혀 힐링이 된다.
4부에는 자연과 노는 동심을 창의적 발상으로 시 항아리에 빚어 담았는데 시를 읽을 때 말의 가락이 운율로 살아나서 되읽다 보면 동요가 된다.
대표 시로 <가오리연>를 읽어본다.
연 날리기/좋은 날/ 바람 부는 날/바다처럼/ 파란 하늘/ 물 만난 듯/ 춤을 추네
툭!/ 어쩌나 줄 떨어졌네/줄 끊은 가오리연/ 바닷속으로/ 헤엄쳐 가네(헤엄쳐 가네)
작곡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리듬이 그냥 입으로 슬슬 흘러나오는 시다.
그리고 박미정 시인의 동시는 이야기를 품은 동화 시가 많다. 대표 시로 <유리창과 올챙이>시를 읽어 본다.
보슬비/내리는 날//우리 집 유리창은/작은 연못이 되지요//
한 마리 두 마리…/올챙이가 놀러 와요/소나기가 쏟아지면‘주룩주룩 주르륵//
올챙이가 떼 지어/ 미끄럼을 타지요
『시인은 비 오는 날 유리창에 미끄럼 타는 올챙이를 보면서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내가 알기로 시인은 『억새는 홀로 울지 않는다』 『뒷모습에 반하다』 『장미의 기억』 같은 수필집을 낸 유명수필가로 알고 있는데, 이런 심성과 재능과 감성이라면 앞으로 동시인, 동화 작가, 작곡가로도 다시 만날 것만 같다. ‘하, 재미있는데!’ 오늘은 『살랑살랑 바람 숲』 동시집을 다시 펼치며 입에 붙은 노래를 흥얼거려본다. (1271자)6매
그외 옮겨온 동시들
<맥문동>
그늘에서도 잘 살지요/추운 겨울에도 끄덕없어요
여름에는 보랏빛 꽃을 피우지요/뜨거운 여름을 이겨내고
찬바람 겨울을 견뎌내고/반짝반짝 흑진주를
조롱조롱 달았어요
<떡 잔치>
알록달록/무지개떡/
키가 큰 가래떡
찰싹 붙어라/ 찹쌀떡
나뭇잎 옷 입은 망개떡
꿀단지에 빠진 꿀떡
<쿵짝쿵짝>
쿵이와 짝이는 /쿵짝 친구
쿵짝쿵짝/손발도 척척
쿵이가 쿵 하면/짝는 짝하네//
쿵이와 짝이는/한마음이래요
<바라기>
낮에는 해바라기/해님보고 방글방글
밤에는 달맞이꽃/달님 보고 방글방글
세 살배기 내 동생/엄마 보고 생글생글
<할머니의 제주도 여행>
제주도 여행길에 나선/우리 할머니
공항에 /비행기 보고 하는 말
저 큰 물건이/어찌 하늘에 뜨는고!
제주 공항에 도착한/우리 할머니
수화물 가방이/나란히 나오는데
하이고! 너희들도 애먹었다/땅속으로 온다고!
<금빛 왕관>
할아버지!/왜 그러냐?/입 벌려 보세요/아~~~
할아버지 치아가/왕관을 썼네요
<쫌>
게임만 하는 동생에게/이제 그만 쫌!
다이어트 하는 누나에게/밥 좀 먹어 쫌 쫌!
똥배 나온 아빠에게/운동해요 쫌 쫌 쫌!
걱정쟁이 울 엄마는/쫌! 엄마
<자음 놀이>
할머니/나들이/갈 때/기역(ㄱ)자
할머니/추워서/웅크리면/디귿(ㄷ)자
개구쟁이/동생이/보챈다
할머니!/ 허리 펴세요/일(1) 자 놀이 하게요
<허수와 아비>
아빠 찾아/길을 나선/허수
논두렁/둑길 따라/두리번두리번
황금빛 들판에/두 팔 벌린/허수아비
아빠 이제 그만/집에 가요! 팔 아프잖아요
<가을가을 수숫대>
가을가을 수숫대/고추고추 잠자리 춤을 추네
멀리멀리 날갯짓 하면/하늘하늘 하늘에 닿겠네
<보름달>
달달 보름달/나뭇가지에/걸리면
동그란/순이 얼굴//
전봇대에/앉으면/
달콤한/막대사탕
<방석 탑>
식당/한편에/소복 쌓인/방석 탑//
방ㄹ석 위에/ 또!/ 방석//
방석이/방석을/ 깔고 앚았네//
손님이/떠가니/ 방석 탑/높아만 가네
<땅거미>
땅/땅/ 땅거미//
세상에서 /제일 큰/ 거미!
<연밥 샤워기>
연꽃 구경에/ 푹 빠진 내동생//
걸음 멈추고/ 고개 갸우뚱//
동글동글 알 품은/연밥 샤워기//
비 오면 금방이라도/물줄기 품을 것 같아
<단풍공>
길가에 단풍공/ 바람 타고 왔다갔다
바둑이도 신이 나서/단풍공 쫓아가네
누가누가 이기나/손뼉 치는 내 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