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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환경을 이용해 현대인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산림치유
(Forest healing)에 대한 국내외 연구사례가 발표되고 있고, 특
히 산림치유에 대한 언론보도가 잇따르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관
심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언론에서는 산림치유의 대상을 직접적인 질환의 개선으로 초점
을 맞추고 있으나, 산림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이 비단 ‘산림치유’
한 가지에 국한되지 않듯이, ‘산림치유’의 대상이 되는 건강의 범
위도 폭넓게 논의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건강이란 질병이 없고 허약하지 않
을 뿐만이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및 영적으로 완전히 안녕
한 역동적인 상태(Health is a dynamic state of complete physical,
mental, social and spiritual well-being and not merely
the absence of disease or infirmity)”로 정의하고 있다.
이를 산림치유에 적용한다면 산림환경을 이용해 현대인 질병
의 생활관리 및 건강위험요소의 관리뿐 아니라 대인관계 등 사회
적으로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으로 산
림치유의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초•중•고학생
10명 중 1명 이상이 우울증, 주의력 결핍 등 정서나 행동에 문제
가 있어 정밀검진이 필요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성인의 경우도 삼성서울병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75%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자아정체감이 매우 취약하여, 위
기에 약한 ‘폐쇄군’에 속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현재 급증하고 있는 현대인의 정서적, 사회적 건강문제를 수용
하기에는 보건의료나 사회복지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나
관심이 부족한 상태이다.
그러나 ‘정신상태의 문제나 마음가짐, 나약함’ 등 개인의 문제
로 치부하기에는, 당사자 개인이나 가족 차원에서 감당하기에 너
산림치유 프로그램 운영사례
✽ 글 . 사진 _ 홍수장 (한국녹색문화재단 사업팀장, 숲체원 교육운영팀장)
무 큰 부담이 된다.
어쩌면, 개인의 문제로 등한시한 결과가 우리나
라를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
겨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은 물론 국가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
로 생각된다.
한국녹색문화재단에서는 2005년부터 산림을 통
한 참가자의 정서적, 사회적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해오고 있다.
특히 알코올 중독자와 가족, 학대피해노인·아동·
여성,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산재/재난
피해자, 스트레스 고위험군 직장인 등의 정서적 문
제 개선을 위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산림분야, 보
건의료분야, 사회복지분야 전문기관들과 함께 수행
하여, 그 실증적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알코올 의존자의 정서적 치유효과의 평가연구
(2006~2009), ADHD 아동과 인터넷 과다사용 아
동•청소년의 개선효과 평가연구(2007~2009), 학
대 피해노인의 심리적 치유효과 평가(2008~2009),
PTSD 및 스트레스 개선효과 평가연구(2008~2009)
등을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수행한 결과 정서적 측면
에서 의미 있는 개선효과를 확인했다.
특히, 알코올 의존자 프로그램의 경우, 도시 내
센터를 이용한 사람들을 대조군으로 평가한 결과,
숲체원(강원도 횡성 소재)에서 산림치유 프로그램
을 이용한 사람들이 대부분의 항목에서 더 나은 결
과를 나타냈다.
가출, 왕따, 학교폭력 등 학교부적응 청소년, 노
숙자와 은둔형 외톨이 등 사회부적응의 문제 역시
산림치유의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다.
Reed et al(1988) 보고에 따르면 Vision Quest,
Outward Bound, Santa Fe Mountain Center와
같이 원생지 프로그램이 문제아 또는 비행 등 부적
응 청소년의 재활을 위해 제공되고 있으며, National
Outdoor Leadership School, Scouting
USA, Executive Challenge 등 사회성 증진을 위
한 프로그램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원생지 숲 프로그램인 Project USE 훈련에 참여
한 사람들의 자아실현 수준과 자아개념 변화를 조사
한 Vogel(1979), 비행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사회성
개선정도를 평가한 Kelly와 Baer(1969), Stoudenmire와
Comola(1973)등 여러 연구사례에서 그 개
선효과가 실증되고 있다. 최근에는 영국 ABC TV의
‘A Trek to Wellness(2002)’, ‘Brat Camp(2005)’
등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큰 반향을 일으키는 등 그
사회적 건강증진을 위한 산림치유 효과성에 대한 사
회적 관심과 시도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녹색문화재단이 2007년 미국의 Rites of
passage, Inc.와 공동으로 개발한 한국형 비전퀘스
트 역시 숲을 통해 현대인의 사회적 건강증진을 목
적으로 하는 대표적인 산림치유 프로그램이다. 비
전퀘스트는 일상을 벗어나 자연과 교감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본연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잊고 있던 자
신의 정체감, 가능성 그리고 비전을 수립하는 자아
APRIL. 2010 47
숲과 건강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숲의 건강 증진효과를 바
탕으로 공동체 활동, 자아노출(Self-disclosure),
자아성찰(Reflection), 혼자만의 시간(Solitude)과
카운슬링 등 전문 프로그램(Therapy techniques)
이 대상자의 특성 및 목적에 맞게 이루어지는 구조
를 갖고 있다.
비전퀘스트와 같이 사회적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특히 자연환경에서 개인
(Physical self)과 사회적 개인(Social self)의 정체
감 수립을 주 내용으로 한다.
숲이 갖는 봄의 생명력, 여름의 생장력, 가을의
나눔과 공유, 다음 생명을 위한 준비로서의 겨울이
순환하며 성장하는 사계의 섭리는 유년기부터 노년
기로 발달하는 인간의 발달단계와 맞닿아 있다. 숲
의 성장과 순환, 균형 그리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시프트(Shift)의 섭리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우
리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고 미래를 준비하
는 계기를 갖게 된다.
환경심리학자 캐플런(Kaplan)에 따르면 산림이
주는 심리적 안정과 회복기능은 산림이 복잡한 현실
로부터 도피와 탈출의 자유, 즉 일상으로부터의 해
방감을 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회 심리적 환경이 우리의 마음을 열고,
숲이 살아가는 모습에 자신을 투영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을 제공하여 사회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기
여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08년 진행한 비전퀘스트 참가자를 대
상으로 사전 사후 자존감과 탄력성을 조사한 결과,
자존감의 경우 참여 전 30.06에서 33.00으로 개선
되었고 탄력성은 70.88에서 81.00으로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이러한 산림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건강증진
효과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자연교육의 선구자로 알려진 스위스의 교육가 페
스탈로치(Pestalozzi)가 교사들에게 보낸 메시지는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동산이나 계곡과 같은 자연을 찾
아가서 이들을 가르쳐 보라. 그러면 아이들은 당신
의 말을 더욱 귀담아들을 것이며, 자유스러움이 그
를 훨씬 강하게 만들어서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만들
어줄 것이다. 이 자유로운 시간에 당신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연을 통해서 학습할 수 있도록 배려하라!
발걸음을 멈추면 새들이 지저귀고 풀벌레들이 잎사
귀 위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새와 곤충
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도록 인도하라.”
나무, 시냇물, 바람, 햇빛 등 숲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가지 자연의 요소들을 우리가 가진 오감을 통
해 천천히 그리고 자주 마음을 열고 접할 때 숲이 주
는 여러 가지 편익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멀리 있는 울창한 숲이 아니더라도 집이나 직장
근처에 있어서 자주 이용할 수 있는 나만의 숲을
만들어 울적할 때나 즐거울 때나 함께하고 자주접
할 때 자연을 통한 건강한 삶을 사는 지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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