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란 비극은 악귀보다 힘이 세다
치영
1
먹장구름이 캄캄한 속눈썹을 밀어올린다
충혈된 눈동자처럼 붉은 달이 열리고
돌아가지 못한 짐승의 울음이 목젖을 치는 밤
곳곳의 어둠 속에 어둠이 되어 숨은 좀비가 돌발적으로 출현한다
화면은 피투성이다
뜯긴 팔다리와 떨어진 목이 나뒹구는 사방에 내장이 국숫발처럼 쏟아졌을 때
무감각과 매우 감각적인
널브러진 내장처럼 울음이 터진 그날의 내가 스크린 속에서 오버랩 되고 있었다
무거운 침묵 속에 인사하는 짧은 엔딩에 대해
공원 벤치 아래 허리가 잘려 나간 빈 곳의 감정에 대해
무중력 해지다가 불시에 추락하는 낙원
불사不死의 머리들이 팝콘처럼 터지는 장면에서
공포와 죽음은 내 비극의 성전에서 배가 터져 죽었다
옆 좌석의 연인이 팝콘 알을 입에 넣다가 힐끔거렸고 나는
나를 들키기도 전에 무너지고 있어서
내게 분개하는 마음을 잡으려다가 붕괴돼버려서
객석은 이따금 엄마 찬스를 꺼내 비명을 지르고
관객은 종종 주위를 두리번거리곤 했다
골목에 어둠이 내리면 나의 비명이 떠돈다는 소문이 돌았다
관객이 없는 나와 나의 객석은 늘 비어 있었으므로
천국과 지옥은 선택적이지 않았다
2
불이 켜지고 엔드 크레딧(end credits)이 영화를 조문한다
화면 속엔 오래전에 죽은 사람들 이름이 나열되고 나열된 이들이
엑스트라처럼 우르르 객석을 빠져나갔다
나는 내내 물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좀비에 악물린 것처럼 전이된 세포마다
생시生時처럼 깨어나는 당신이란 붉은 감각들
불멸不滅이거나 불면不眠이거나
당신이란 비극은 악귀보다 힘이 세다
카페 게시글
―······카페회원 발표시
당신이란 비극은 악귀보다 힘이 세다
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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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0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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