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민락동 재래시장엘 들렀다.
추어탕이나 한그릇 사 올까 하고 갔더니
추어탕 파는 반찬가게 앞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보름날 먹을 나물거리를 사려고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몇가지 나물을 스티로폴접시에 담아 작은 것은 5천원 큰 것은 만원 했다.
우선 추어탕부터 한그릇 5천원을 주고 사고 다음에 세트로 된 나물을 5천원 주고 샀다.
나물 종류를 보니 시금치,도라지,고사리,고구마잎줄기,생미역,시래기등이었다.
오늘 아침 정월대보름날이라고 집사람이 일찍 일어나 오곡밥을 했다.
어미니가 살아계실 적에는 찹쌀, 보리,조, 수수,콩 이 들어간 오곡밥을 지어
시래기국에 호박 우거리(길게 잘라 말린 것)와 들깨를 넣고 끓은 것을 먹었다.
생선도 조기를 한 손 사다가 굽었다.
귀밝기 술이 빠질 수가 없다. 보름날 술을 한 잔 해야 남의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는 귀가 밝아진다는 의미로
정보의 획득과 소통을 강조한 셈이다.
어린아이들은 꿩알을 잘 줍게 된다고 했다.
아침을 먹고 나면 이웃집에 밥을 얻어러 다녔다, 타성인 집 세집 이상의 밥을 얻어 먹어야 운이 좋다고 했다.
새벽부터 복조리를 팔러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리는 밥 할 때 쌀에 섞인 돌멩이를 가려 내는데 사용하던 도구이다.
지금이야 정미소에서 자동으로 선별하지만 예전에는 쌀에 돌이 많이 섞여 있었고 밥에도 돌이 나와 식사중에 돌을 씹는 경우도 허다했다.
농촌에서는 설에서 보름날까지는 농사철이 아니므로 충분한 휴식을 취한 다음
입춘도 지났으니 이제부터 농사를 준비하기 위한 일을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아침 식사후엔 동네 집집마다 다니면서 농악을 울리고 집안 액운도 쫓는다고 꽹과리를 치고 벅수를 넘는다.
그러면 그 집에서는 먹을 것과 술을 내어 놓는다.
점심때가 지나면 젊은이들은 산으로 가서 톱으로 소나무와 대밭에서 대나무를 베어와
달집을 짓는다.달집에는 불이 잘 붙게 짚으로 두른다. 대나무 끝에는 어린아이들이 날리던 연을 꼭대기에 매달아 둔다.
동녁에서 달이 뜨는 순간 두손을 모아 소원을 빌고 달집에 불을 붙인다.
짚으로 올라붙은 불길이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청솔가지로 대나무로 옮겨 붙으면 불길을 하늘높이 치솟고 대나무 통 터지는 폭음이 천지를 진동한다.
달집이 거의 다 탈 무렵에는 벌건 숯불에 콩을 구워 먹는다.
어린아이들은 깡통에 구멍을 뚫어 쥐불놀이를 한다. 달집에 남은 재를 퍼 담아 빙빙 돌리면 불길이 다시 살아난다.
이불을 논두렁에 다니면서 바싹 마른 풀에 붙여 논두렁을 태운다. 풀숲에 숨어있던 해충들을 없애는 방제역할도 했다.
도시로 나오고 나니 예전의 달집태우기 놀이도 구경하기 힘들다.
부산에서는 해운대 백사장과 영도 매립지에서 달집 태우기 행사도 하는 모양인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옛날 같은 감흥이 그렇게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