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 부 : 악 동(惡 童)
자욱한 안개가 산하를 감싸는 새벽이었다.
하얀 소복 차림에 바위 위에 무릎을 끓고 앉아 있는 산발한 여인은 안개로
보이지 않는 산 아래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늙은 노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속을 아프게 파고 들었다.
" 성지의 수호를 맡은 자로써 교를 배신하고 외인과 내통하여 성물을 유출시
킨 죄 죽음으로써 속죄하라!"
머리 위에는 칙칙한 검은 색의 관을 쓰고 옷도 검은 장포를 입고 있는 노인
은 불같이 노한 음성으로 소리치고, 얼굴에 검은 두건을 쓰고 윗통을 벗고 있
는 한 사람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성녀의 처형은 신속하게 이루어져야만 했다. 만약 교내에 다른 사람들이 안
다면 성녀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교의 안정을 위
해서라도 그녀는 죽어 마땅한 존재였다.
날이 시퍼렇게 선 칼이 허공으로 떠오르고, 고개를 숙인 여자의 목을 향해
내리쳐졌다.
" 깡!"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리고 처형에 사용될 검은 하늘 높이 솟구치다 벼랑 아
래로 떨어져 내려갔다.
그리고 안개 속에서 검은 복면인이 튀어나와 한 자루 검을 들고 성녀의 옆에
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잡아라! 멋들 하느냐?! 저 자를 당장 죽여버려라!"
검은 장포를 입은 노인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처형이 이루어지고 있는 바위를 둘러싸고 있던 다섯 명의 무사들은 두 눈에
혈광을 일으키며 갑자기 튀어나온 불청객을 향해 검과 도를 날리기 시작했다.
일대 육의 싸움은 그렇게 시작되고 복면을 한 그의 몸에는 하나하나 몸에 혈
선이 그어지기 시작했다.
복면인의 실력은 분명히 뛰어난 것이었지만 교의 최정예인 암흑전사단의 고
수들을 다섯명이나 상대할 실력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싸움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그의 검은 부러지고 바닥에 넘어진 그의
몸은 넝마처럼 할퀴고 찢기어진 상처로 뒤덮인 혈흔이 가득했다. 그리고 고개
를 들고 있는 그의 목 좌우에는 금방이라도 목을 베어 넘길 것처럼 두 자루의
칼날이 바싹 붙어 있었다.
상처의 고통도 코앞으로 죽음이 다가온 것도 느껴지지 않는지, 그의 두건 사
이로 드러난 두 눈은 안타까움에 가득 차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인을 향해
있을 뿐이었다.
여인의 고개는 서서히 들어올려지고 얼굴을 가리고 있던 검은 머리카락이 옆
으로 드리워지면서 그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백옥 같은 피부에 추수 같은 눈망울 오뚝한 코와 붉은 입술---, 그녀는 안타
까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복면인을 바라보다 고개를 흔들더니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온 이 남자가 가엾기는 했지만, 이
자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사람이 아니었다.
'챙 챙'
그리고 다시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아련하게 산밑에서부터 들려오기 시작
했다.
자욱한 안개로 인해 산밑에서 누가 싸우는지 알 수 없었지만 절망의 끝에 서
있는 그녀의 고개는 다시 들어올려져 산밑을 내려다보았다.
검은 장포를 입고 있는 노인과 다른 여섯 명의 무사들의 시선 역시 산밑으로
향했다.
언뜻 언뜻 검은 그림자가 안개 위로 드러났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짙은 안개
로 인해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파공음과 호통소리 그리고 쇠와 쇠가 부딪
치는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안개 속에서 한 사람이 튀어 올라와 그녀가 묶여 있는 바위
앞에 내려섰다.
"다---당신은----?"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 같은 그녀의 입에서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곳까지 오기 위해 그가 얼마나 격심한 격전을 치렀는지, 넝마처럼 갈기갈
기 찢긴 옷과 피로 물들은 옷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혈인(血人)이 되어 이곳에 찾아온 마른 몸매에 삼십대 초반의 얼굴을 하고
있는 그 사내는 더 이상 서 있을 힘도 없는지, 그대로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땅
에 박고 넘어지려는 몸을 간신히 지탱한 후에야 속삭였다.
"다-- 당신은 죄가 없소. 죽지 --- 죽지 마시오. 보란 듯이----, 결혼도 하
고 아기도 낳고 보통 사람처럼 그렇게 살 권리가 당신에게--- 당신에게도
-----."
힘겹게 속삭이듯 말하던 그 사내의 몸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땅바닥으로 쓰
러졌다.
슬픈 눈망울로 눈앞에서 죽어간 남자를 바라보던 여인은 하늘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지금 이 한마디만을 전해주기 위해 이 남자는 목숨을 걸었던 것이다.
그녀의 눈에도 이제 산 위로 떠오르는 붉은 해와 푸른 하늘이 보였다.
" 그래, 그가 오지 않으니 내가 가면 되는 거야!"
그녀는 소리쳤고, 그녀의 몸을 묶어놓았던 밧줄은 그 순간 조각조각 나서 땅
으로 떨어졌다. "막아라! 너는 어디도 갈 수 없다! 이곳에서 죽어야 할 운명
이란 말이다!"
검은 장포의 노인은 소리치고 다섯명의 검은 색 일색의 옷을 입고 손에도 검
은 색 도를 들고 있는 다섯의 암흑전사단이 그녀를 둥글게 포위했다.
"비켜요, 난 갈 거예요!"
그녀는 소리치고 그 순간 그녀의 두 손은 백옥 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하얀 소수가 천지를 뒤덮는 순간------------.
"따악!"
"아야!"
한창 꿈나라를 헤매고 있던 여자아이는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글 선생을 쳐다
보았다.
"련이도 저기 가서 무릎 끓고 손들고 있어라."
글공부는 후원 연못 위에 세워진 정자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었고, 가운데에
앉아 있는 것은 이제 방씨 집안의 장남 방종대 하나뿐이었다.
두 명의 여자아이와 한 명의 남자아이는 정자의 한쪽 구석진 곳에 나란히 무
릎을 꿇고 두 손으로 하늘을 떠받치는 자세가 된 채 글공부가 끝날 시간을 기
다려야 했다.
방씨 집안의 둘째 딸의 머리에 회초리를 먹인 후 벌을 내린 문학사는 못마땅
한 얼굴이 되어
과거시험에만 필요한 팔고문을 만드는 법에 열중하고 있는 이 집안의 장남
과, 나란히 앉아서 벌을 서고 있는 세 명의 아이를 둘러보았다.
첫째인 장남 방종대는 열심히 팔고문을 만들어내려고 끙끙거리고 있었지만
이 아이는 애시당초 진정한 학문를 알기에는 그른 아이였고, 둘째 딸 장화련이
라는 아이는 수업시간 내내 딴 생각에 빠지기 일쑤라 회초리를 항상 들고 있게
만드는 아이였다. 셋째 딸 방수련이라는 아이는 화선지 위에 글씨를 연습하는
대신 그림과 낙서만을 하고 있어 보기 싫은 아이였고, 마지막으로 막내를 쳐다
본 문학사는 허탈한 심정이 되어 천장만 바라보았다. 수업시간 내내 졸던 아이
였다. 그래서 지금도 벌을 받는 중에도 열심히 졸다가, 방금 누나가 맞는 소리
를 들었는지 잠깐 깨어있기는 했지만, 쳐다보고 있는 그 순간 다시 졸음이 밀
려오는지 고개를 끄덕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내가 미쳤지. 아무리 거금을 들이밀었다지만 괜히 이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했어-----. 에구 그나저나 저놈이 글씨라도 읽게는 만들어야 할텐데-----.'
문학사는 때늦은 후회를 하면서 속으로 허탈한 한숨을 내쉬며 아이들과 마찬
가지로 이 지겨운 수업시간이 끝나길 기다렸다.
그러면서 석달 전 이 집에 들어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알게 된---, 아이들
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 보는 문학사의 입에서는 절로 한숨이 흘러나오고 있었
다. 하남성 일대에서 그 학문과 인품으로 가장 명성이 드높은 문학사로서는 이
런 학문을 배울 자세가 전혀 안돼 있는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사실 자체가 고문
인 것이다.
방씨 집안의 막내인 방소구는 흘끔 새로 온 글 선생을 쳐다보다 옆으로 눈동
자를 돌렸다. 글 선생의 바로 앞에 앉아 있는 형은 새로 온 글 선생이 말한 대
로 열심히 팔고문이라는 이상한 것을 만들어 내려고 끙끙거리고 있었고, 옆에
서 벌을 서고 있는 둘째 누나는 천장을 쳐다보며 또 이상한 상상을 하고 있다
문학사에게 머리를 맞았는지, 한 손으로는 하늘을 향해 올리고 있지만 또 한
손으로는 연신 머리를 비비 대고 있고, 셋째 누나 역시 얼굴과 소매에 먹물을
잔뜩 묻힌 채 옆에서 벌을 받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보나마나 수련 누나는 또
쓰라는 글은 안 쓰고 엉뚱한 그림과 낙서를 하다 글 선생에게 걸렸을 것이다.
두 손을 하늘로 뻗고 있는 상태였지만 방소구는 그런 광경을 보면서 다시 졸음
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안돼! 조금만 더 참으면 글공부 끝나는 시간인데-----.'
속으로 비명을 내지르면서 졸음을 참는 방씨 집안의 막내 소구였지만, 쏟아
지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벌서는 자세로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소구는 다시 잠
들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소구는 항상 졸렸다. 하루종일 원 없이 자본적도 있
지만 그래도 언제나 졸음이 밀려오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문학사는 시선을 하늘로 던졌다.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한 아이 외에 나머지
세 아이가 열심히도 꾸벅꾸벅 졸고 있는 광경을 보기가 싫은 탓이었다. 그것도
벌을 받는 상태에서-----.
첫댓글 즐독하였습니다
즐감합니다.
즐~~~감!
새로운글 감사함니다
즐독합니다,
즐독 ㄳ
감사합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입니다
노려타곤,,감사히 즐독 하겠습니다
즐독 입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시작하시는 군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