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산길 / 안학수
할아버지 묘소 옆
오래된 고갯길
말도 가마도 다니고
지게꾼도 다녔다는 길
우거진 나무와 풀들이
모두 지워버렸다는 길
자세히 보면
다 지우지 않았다
고라니가 늘 다니고
멧돼지랑 산토끼도 다닌다
사람 다니는 길만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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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오래 전, 시댁에서 성묘를 갔을 때였다.
도시에서 자라나 처음 대면하는 성묫길은
여행 같기도 하고 탐험 같기도 했다
여름 내내 키대로 자란 풀을 낫으로 헤치며
앞서가시는 아주버님을 뒤따르며 가는 데
정글 숲을 헤치며 가는 것 같았다.
한 복 치마를 둘둘 감아 올리며
한 발자욱씩 걸음을 옮겼다
고라니도 몰래 다녀갔을 거고
멧돼지도 가끔 출현했다는 길...
사람 다니는 길만 해마다 지우고 있었다.
지금도 아련히 떠오르는
오히려 고마운 추억의 길이다.
카페 게시글
사랑채
옛날 산길...
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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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2
22.01.27 04:57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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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골 산길이 대개 이럴 듯해요.
그런거 같아요. 요즘도 추석 전에 벌초를 가면 우거진 숲을 헤치며 조상의 묘를 찾곤 하니까요...^^
동물들도 많이 다니지 않아 그나마 지워질 게 걱정 .. ㅡㅡ
맞아요선생님...
점점 지워지고 있었어요...
그낭 보면 길이 없는 것 같은데 ㅎ 동물들만의 표지판이 있을라나요 ? ㅎ
동물들은 더듬이를 곧두세우고 없는 길도 짲아가는 능력이 있어서요...🍀
어릴적 명절 날 산길을
가로질러 아버지따라
쫄랑쫄랑 따라나서던
그 길이 생각나네요^^
숲이 우거진 길, 아버지 뒤만 따라가는 길...
추억의 길이 되었지요...★
그런 산길 걸어본 게 언제였던가 싶네요.
그립습니다.
지나간 날들 생각이 많이 나는 요즘입니다.
별빛 반짝이는 밤 산길도 아련하지요..
그 울울한 숲에서 소쩍!소쩍!
소쩍새 소리가 한 밤을 진동하고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