뺄셈의 춤 [이성미]
뺄셈을 계속 하니 나만 남았어요.
혼자 먹는 식탁.
연필심처럼 뾰족해지는 저녁.
옛날 고독한 왕이 식탁 위로 올라가 춤을 추었죠.
구두를 따가닥거리면
많은 발이 있는 것 같았죠.
식탁이 부서졌지만 계속해서 춤을. 단일한 밤이여,
단일한 공기여.
밤에는 검푸른 고등어와 까치만 돌아다녀요.
사과나무에 빨간 전구를 가득 켰어요.
버찌를 먹고 까매진 이빨은 빼버릴래요.
뺄셈. 마이너스 부호만 남을 때까지.
뺄셈. 리듬이 태어날 때까지.
달은 다시 나타나 나를 내려다 보았죠.
하얀 밤도 풋사과도 없이
삼만 개의 밤을 건너가려고?
뺄셈을 그만두면 잇몸이 근지러웠죠.
고집스러운 뺄셈. 나를 뺄 때까지.
고독해진 나는 자전거에 올라 바퀴를 돌렸어요. 미
세한 오르막과 미세한 내리막이 다리로 전해질 때,
눈을 감고 달려.
사람들의 말소리가 햇빛 속에서
부서져 귀를 스쳐갔어요.
까만 개미들......
까만 이빨들......
뺄셈의 춤을 느끼는 까만 밤에는 책을 읽었어요.
까만 글자들이 방 안을 떠다니며 내게 물었죠.
당신 어때요?
나는 아직 흑백의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어요.
밤을 끄덕끄덕 건너가보려고요.
* (시인의 작의는 아니겠지만)
인생을 팔십까지로 본다면
사십은 정오의 삶이 된다.
나이가 어릴 때일수록 나이를 먹고 싶어 하고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다.
학년이 올라가고 졸업을 하고 또 학년이 올라가고 졸업을 하고
키는 점점 자라 덧셈 덧셈 덧셈을 하고
직업을 얻으면 오년차가 되고 십년차가 되고
결혼을 하면 결혼 오년차가 되고 십년차가 되고
열평 아파트가 이십평 아파트가 되고 삼십평 아파트가 되어 덧셈 덧셈 덧셈이 되고
그렇게 정오까지 달려간다.
그게 훤한 대낮의 삶이고 덧셈의 삶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결국 밤이 오고 만다.
밤이 되면 계속 남은 시간에서 뺄셈 뺄셈 뺄셈을 한다.
나를 뺄 때까지 고독한 춤도 추고 자전거도 타고 책을 읽는다.
이게 캄캄한 한밤의 삶이고 뺄셈의 삶이다.
(삼만 밤 나누기 삼백육십오일은 팔십이. 팔십이세까지......)
(시인의 작의는 아니겠지만) 밤만 되면 단일한 밤을 보낸다. ㅠ,ㅠ
첫댓글 마지막 남은 하나
부끄럼없는 삶이 되게 해 주소서
동송님의 뺄셈의 기도입니다. 하나님, 들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