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가 근 2-3년간 봐왔던 썬더스 경기중 가장 경기력이 좋았던 오늘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지네요.
2. '경기력이 좋았다' 라는 건, 동부산성씩이나 되는 분들을 단순히 1쿼터에 휘몰아쳐서 따블스코어로 벌렸다는것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3. 그건 어디까지나 스코어러닝과는 무관하게도, 이정석-김승현-차재영-임동섭 요 네명이 한 경기에 동시에 터진적이 단 한번도 없음을 의미합니다. 그게 오늘 터졌지요.
4. 원래 오늘만큼은 이정석-김승현-차재영-임동섭, 그리고 21점을 기록한 이동준까지 끼워줄려고 했는데, 4쿼터에 놓친 이지샷 하나, 미들슛 두개, 그리고 볼을 두번 어이없이 흘렸기에 제외시켰습니다.
5. 우선 김승현 얘기부터 해보도록 하죠. 이번시즌 연봉이 대폭 삭감된 이후로 정말 '절치부심' 이라는 말이 적당합니다. 오프시즌때 이미 김승현 삼성 온 이후로 요번만큼 운동 열심히 한적이 없다는 애길 줄곧 들었습니다. 그러나, 선수 특성상 이미 농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떠난지 오래라 생각했기에 어느정도 한계에 부딫히지 않을까 막연하게 걱정했었는데, 와 오늘 정말 김승현이 왜 이름 석자만으로 여전히 농구팬들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수 있는지 새삼 실감했네요. 썬더스에서의 김승현의 경기들중 단연 오늘이 최고였습니다. 4쿼터 클러치 턴오버.. 그건 논외로 했으면 합니다. 그 실수가 팀 패배로 직결 되긴 했지만, 오늘 보여준 김승현의 모습은 정말 인크레더블, 언빌리버블 그 자체였어요.
6. 그리고 임동섭. 시즌 개막 전에 이미 저는 '이번 시즌의 키는 임동섭이 쥐고 있다' 고 언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인 즉슨, 강팀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선 토종 3번 스코어러의 솔리드한 스코어링이 필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임동섭은 삼성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이며, 하드웨어로 보나 멘탈로 보나 그 역할을 담당할 충분한 그릇이었기 때문이지요. 지난 시즌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스스로 썬더스에서의 아이덴티티를 찾지 못해서 우왕좌왕하기 일쑤였고, 그걸 발견하는데 고박 일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네요. 요 몇경기 사이에 정말 놀라울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저 부상없이 꾸준히 이번시즌 소화해주길 바랍니다.
7. 이정석.. 할말이 많다가도 무슨 얘길 해야할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시즌은 부상때문에 거의 시즌의 반절을 통째로 날려먹었고, 이번시즌 출발도 최악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 체력적인 부담이 커지고, 고질적인 무릎은 가드에게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합니다. 원래 리딩이 아주 뛰어난 가드가 아닌지라, 단독으로 리딩을 도맡을 경우엔 팀이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가는 경우가 많았더랬지요. 현재의 이정석에게 팀이 거는 기대, 그리고 현재의 이정석이 팀을 위해 해줄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는 오늘과 같은 그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이만큼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정말 전날 좋은꿈이라도 꿨는지 진짜 약 3년전의 이정석이 오버랩되더군요.
8. 차재영도 오늘 평소보다 200배 이상 잘해줬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슛모션에 비해서 셀렉션이 좋지 않고, 내구성이 시망이라서 늘 의문부호가 따라다녔던 선수.. 그러나 오늘의 차재영은 헤지테이션이 전혀 없었고, 특히나 4쿼터에 보여준 그 무브는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군요. 지난 경기때도 수비할때부터 정말 어그레시브 했습니다. 삼성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선수중 하나였는데, 이번시즌 조금 늦게나마 스텝업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더더더 분발하길 바랍니다.
9. 이동준.. 매치업 상대가 크면 힘이 딸려서 헤매고, 상대가 작으면 느려서 털립니다. 애초부터 운동능력이 좋은것도 아니었고, 슛터치나 셀렉션이 태생적으로 심플하고 간결한 부류도 아니었습니다. 수비마인드도 헬이고, 기복이 거의 조울증 급으로 심한 선수이지요. 그러나 이 선수가 그나마 삼성 팀 전술에있어 어느 정도의 포션을 담당 할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단 하나 이상할정도로 잘들어가는 미들슛에 기인합니다. 공수에 있어서 그거 하나 제껴놓고는 그냥 그저 그런 수준인게 현실이지요. 오늘 3쿼터까지는 만점 활약이었습니다. 특히나 친형과의 경기에서는 평소에 절대 볼수 없는 오펜스 리바운드에 대한 엄청난 열의까지 보이죠. 그러나 4쿼터에 가서 뭔가 본인 손으로 이경기를 끝내겠다는 그런 의지가 넘쳐서인지, 이지샷 놓치고, 볼두번 어이없이 흘리고, 그리 멀지 않은 스팟에서 던진 두번에 미드레인지 점퍼가 그만 림을 벗어나고 맙니다. 삼성이 강해지려면 이동준이 더 냉정하게 게임에 임해야 합니다. 이동준이 헤매기 시작하면 그 부하가 고스란히 존슨에게 걸리게 됩니다. 더니건이 돌아오게 되면 보드장악 측면에선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이동준의 도움없이는 한계가 있지요.
10. 더니건이 예상외로 복귀가 늦어짐에 따라, 지금 현재 돌릴수 있는 이 멤버로 최소 2-3주간은 더 분발해야 합니다. 오늘 게임 지긴 했지만 참 감동적이었는데, 앞으로의 일정들이 걱정이로군요. 오늘만큼의 경기력이 매번 반복되고 꾸준히 유지된다면야 바랄게 없겠지만, 불가능 하겠죠.. 더니건이 복귀하는 그 시점부터가 삼성의 경기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수 있을것 같네요.
11. 박재현은 정말이지, 삼성에게 신이 내려주신 선물입니다. GOD says : "앞으로도 착하게 살아라"
첫댓글 이정석보다 이시준을 조금 더 썼으면 어떻까 싶네요 김승현은 이시준 처럼 동적인 가드가 필요한데 박재현은 1번 기질이 커서 이정석 - 박재현 이시준 - 김승현 라인이 나을듯 싶네요 2쿼터에는 정말 암울했죠 삼성;;
1쿼터엔 김승현-박재현, 2쿼터에는 이정석-이시준을 기용했죠.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후반에 그대로 기용하는게 광간지 스타일인데, 오늘은 뭐 박재현 이시준이 생각도 안날만큼 김승현-이정석의 컨디션이 역대급이어서.. 가드진 구성이 패착이었다 치부하는건 좀 결과론 적인것 같구요. 4쿼터에 존슨의 난사와 이동준의 본헤드 플레이 몇개가 패인이었다고 봅니다.
아 정말 이동준..ㅠㅠ잘하다가 정말 뜬금 본헤드 날려주네요 아쉽습니다
동준이형 정말 이제는 기대도 미련도 접어야만 하는건지 참 안타깝습니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임동섭 선수에 대한 코멘트. 썬더스는 이 선수가 15점은 책임지고 가져가줘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죠. 오늘 경기에서 수비수가 살짝 떨어져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바로 슛을 올라가는 모습에서 전율이 일었습니다.
슛올라가는것도 그렇고, 김주성 앞에 놓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레이업 올려놓는거 보고 깜짝 놀랬네요. 나이에 비해서 은근 강심장이라서 어지간히 급박한 상황에서도 절대 서두르질 않습니다. 이지샷놓치는건 거의 본적이 없죠.
평득 15점은 MVP급 스탯이죠...
제가 댓글을 오해하게 적었네요. // 임동섭 선수가 LG시절 문태영도 아니고 평균 15득점은 저도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이 좋은 경기를 하기 위해서 임동섭 선수의 득점력이 필요하다는 뜻이었어요. 욕심내서 54경기중 절반 정도는 15점 가까이 올려주기 바라네요.
작년의 그 선수가 맞나 의심갈 정도로 임동섭 선수 달라졌던데요. 슛 셀렉션이 완전하다곤 못해도 작년의 쏠때안쏘고 안쏠때쏘던 수준은 아니더군요. 슛만 아니고 돌파나 속공에서도 자신감이 붙었어요. 조금만 더 노력하면 15점을 넣어주는 국내 득점원의 탄생도 기대될만큼.... 아쉬운건 수비와 리바운드가 조금 약하다? 리빌딩 코어가 전무했는데 임동섭ㅡ박재현이 생겼네요. 이제 이승현만 들어오면 완벽한데 말이죠.
15점? 거의 국내득점 왕 수준인데..쉬운것처럼 말씀하시네요..ㅎ 제가볼때 평득 10점 찍기도 몇년 걸릴거 같습니다...
제가 오해하게 댓글을 쓴것도 사실이지만 평득 15점을 절대로 쉬운것처럼 생각하지 않습니다. MVP 시즌의 박상오, 윤호영 선수도 이루지 못한 점수인데요. 삼성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한 점수지 평득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덧붙이면 임동섭 선수는 기복이 굉장히 심한 선수죠. 6경기 득점이 0(16분) / 0(6분) / 21(28분) / 6(24분) / 20(39분) / 8(21분)점을 기록했습니다. 삼성이 이기거나 박빙의 경기에서 임동섭 선수가 15점 정도를 책임져주는 것이 무리는 아니라고 보네요.
차재영의 운동능력은 정말;;; 올해의 하이라이트 중에 가장 기억이 남을듯 합니다. 아직도 선명하네요 그 무빙이 어떻게 저 신장에 직각에 가까운 체인지 오브 디렉션을 유려하게 구사할수 있는지... 차재영 화이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