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기 앞서
이번 올림픽 야구는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에 그룹 3위간은 싱글 엘리미네이션, 원래는 필요없는 3,4위전까지 추가하는 등 변형을 준 탓에 전례가 없을 정도로 복잡한 시스템이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이번 올림픽 야구에 사활을 건 일본이 만약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뜻밖에 우리나라 국대가 까이는 이유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준결승전 두 경기를 다 지고도 아직도 동메달이 사정권이라는 이유로 말이죠.
사실 변형된 형태라 그렇지 모든 더블 엘리미네이션은 강팀에게 더 유리합니다. 싱글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에 비해 운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이죠.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력이 열세인 우리나라 입장에선 세간의 편견과는 달리 꽤나 불리한 방식이었습니다.
1. 이스라엘 전(B조 1경기)
이스라엘은 본선 진출팀 중 가장 최약체였습니다. 하지만 매우 생소한 팀이었고 해서 전력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이 경기가 B조 첫경기였기 때문에 현지에서라도 전력을 파악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물론 KBO에서 데이터 자료 정도는 제공해줬다지만 얼마나 도움이 됐을지 의문입니다. 내용의 질이 문제가 아니라, 어차피 안 봤을 것이기 때문이죠.
[반면 한국 대표팀은 데이터보다는 전통적인 방식의 전력분석에 비중을 뒀다. 29일 상대한 이스라엘은 최일언 투수코치와 김평호 전력분석원이, 31일 상대 미국의 전력은 김경문 감독이 직접 미국을 방문해 눈으로 보고 장단점을 분석했다. 물론 KBO가 제공한 데이터 자료가 있긴 하지만, 현장 야구인의 통찰력과 감을 중시하는 대표팀 코칭스태프 구성으로 볼 때 활용도는 그리 높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전력분석에서 데이터 분석으로…국제대회 정보전, 차원이 달라졌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naver.com))]
대한민국 대표팀은 레이더 따위에 의존하지 않고 견시만을 고집했던 고고한 황군의 정신이 아직도 살아있던 탓에, 이스라엘의 빠른 투수 교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맙니다. 물론 이스라엘이 고의로 위장선발을 한 것은 아니고, 선발이었던 모스콧은 팔꿈치 인대 부분 파열로 인해 그대로 대표팀에서 아웃됐습니다. 다만 이처럼 선발투수가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내려가는 경우, 같은 손 투수로 교체하는 것이 관례이고, 우완을 좌완 사이드암으로 교체한 이스라엘은 이러한 관례를 깬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선발투수만 보고 좌타자를 7명씩이나 올린 스타팅은 지나치게 비범했죠. 너무 비범한 나머지 결과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었을 뿐.
왜 우타자 대타를 바로 내지 않았는지 의문이신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놀랍게도 우리나라 대표팀 엔트리엔 우타자가 총 5명 밖에 없습니다. (그나마도 5명 중 포수가 둘, 3루수가 둘이라 정상적인 배치로는 전원 투입이 불가능합니다.) 남은 세 명 중, 박건우는 클러치 상황에서 늘 약한 모습을 보였기에 대타로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지 제외. 양의지와 황재균은 10회에 가서야 투입했는데 그나마도 기존 3루수였던 허경민 또한 우타인 탓에, 작년에 3루수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황재균은 2루수로 출장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밀어내기 사구 끝내기라는 결말까지 완벽한, 매우 매운 맛의 경기였지만 어쨌거나 승리는 승리였습니다. 리그 최정상 타자인 강백호와 양의지가 타격에서 죽을 쑤긴 했지만, 클라스가 있는 선수들이니 언젠간 올라올 거라 다들 생각했더랬죠. 사실 강백호는 타격만 죽쑨 게 아니라 뇌주루까지 했..읍읍
계속해서 우려했던 투수진은 크게 문제는 없었습니다. 투입한 투수 중 조상우를 제외한 원태인과 최원준, 오승환이 각각 홈런 1방씩 맞긴 했으나, 적어도 멘탈이 나가서 볼넷을 남발하며 자멸하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경문의 눈에는 다르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이 경기 이후로 원태인이 선발 투수로 등판하는 날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날 최원준은 굉장히 미묘하게 보였는지 이후 불펜 5분 대기만 하는조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경기 최고 수훈 선수는 단연 유격수인 오지환이었습니다. 공수 가릴 것 없이 지난 아시안 게임의 불명예를 잊게 해줄 정도의 활약이었습니다. 키스톤 파트너가 모두 문제가 있던 탓(2루수 알바 황재균 or 언더 송구의 김혜성)에 수비에서 늘 엄청난 부담이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 이번 대회 전체에서 오지환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2. 미국전(B조 3경기)
처음부터 전력차가 예상되는 경기였고, 이변없이 예상대로 흘러갔습니다.
특기할 사항이 있다면, 이날 구원으로 투입한 김민우를 하루 휴식 뒤 선발로 투입했다는 것(...)과 박세웅, 김진욱을 추격조(패전처리)로만 쓰기 시작한 첫번째 경기였다 정도라 하겠습니다.
김진욱이야 발탁할 시점부터 그리 믿는 눈치는 아니긴 했습니다. 대체선발로 뽑기 전엔 "1~2년 뒤에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한 게 김경문 본인이니까요. 그 말을 뒤집고 발탁했다는 점에서 워낙 놀라다보니 대놓고 추격조로 쓰는 것 정도야 뭐..
하지만 박세웅은 상당히 억울할만 합니다. 단 한 번 뛴 평가전에서 부진했다는 이유만으로 커리어가 훨씬 뒤지는 팀 후배 김진욱과 같이 구원 투수로 경기에 투입되었으며, 투입된 경기들조차 대체로 이미 승기가 넘어간 이후였습니다. 즉, 박세웅은 대회 시작 전부터 찍혀서 강제로 패전처리를 맡아야 했습니다.
3. 오프닝 라운드 총평
경기가 진행되는 요코하마 구장은 작은 구장(좌우 94.2m, 중앙 117.7m로 그라운드 기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1군 구장인 사직구장보다도 약간 작습니다.)이라 홈런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장입니다. 하지만 김경문은 홈런을 맞을 때마다 어김없이 투수를 교체했습니다.
가득이나 변형 더블 엘리미네이션 때문에 경기 수가 많아질 수 있는 대회인데, 대회 초반부터 선발투수까지 구원투수처럼 끌어쓰는 이러한 운용은 당연하게도 정상이 아닙니다. 투수 분업화가 진행된 이래, 구원투수와는 달리 대부분의 선발투수들은 연투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조급한 운용은 오히려 투수진 전체에 악영향을 불러오기 쉽고, 실제로 원태인과 최원준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부진한 모습만을 보였습니다.
또한 오프닝 라운드 내내 유일한 전문 2루수인 최주환을 전혀 활용하지 않았는데, 박민우의 사퇴 이후, 2루수 자원인 정은원이나 안치홍 대신 구원 투수인 김진욱을 선발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 또한 이해가 가지 않는 운용이었습니다. 그 결과, 2루수는 언더 송구로 악명높은 유틸리티인 김혜성과 커리어 대부분을 3루수로만 출장했던 황재균이 맡아야 했습니다.
최주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2루수로 출장했던 것이 엘지와의 평가전(25일)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해당 경기에서 햄스트링 이슈가 재발했다는 썰이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김경문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본 대회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선수 기용을 강행했습니다. 부상 등으로 인한 엔트리 교체 시한이 7월 28일이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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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파도 괴담만 나오는 거 같다면 기분 탓이 아닙니다.
첫댓글 아냐...아닐거야...그래도 이정도로 엉망일 리가 없어...이게 사실이라면 이건 처음부터 제대로 할 생각이 없었다는 말밖에 안나오는데요.. 대체 13년전 그 명장은 어디 간 겁니까? 아닌가? 13년 전이라서 이런건가? 나믿가믿 수준의, 아니면 김기태 수준의 믿음야구인데요.
벌써부터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다시는 야구판에 발 들이지 말아야할 사람
어.. 협회가 선수 인선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EterniA KBO가 노답 집단인 건 맞고 과거 KBO 기술위원회가 형평성 논란에 휩싸인 것 역시 맞습니다만, 적어도 이번 엔트리 선발에 있어서는 그정도로 막 나가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예비 엔트리를 한 차례 확대(111명->154명)해줬습니다.
@우주존엄깻잎파닭 확대해서 자기들 입맛대로 끌고갔을수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절대 김경문을 옹호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저 현장의 감 이라는 기사를 봐서...
@EterniA 글쎄요. 김경문이 기술위원회 탓을 하긴 했는데, 그 시점이 이미 준결승전을 모두 패배한 다음이었습니다. 또한 해당 발언이 나오게 된 상황도 기자회견에서 구원 전문 투수를 더 데려갔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의에 대한 책임회피성 대답이었습니다.
@EterniA “결과를 갖고 이야기한다면 감독이 할 말은 별로 없습니다. 중간을 많이 뽑았다면 지금 선발 투수들이 이닝을 이 정도 던지는데 중간 투수들이 매일 던지면 되겠어요? 스태프들이 생각이 있으니 이렇게 뽑았겠죠. 아직 마지막 경기가 남아 있으니 좀 더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terniA 이게 해당 발언인데 대충 선발 투수들이 이닝을 소화 못 하니 더 많은 선발투수를 뽑아 소화시켰다 구원투수를 더 뽑았으면 버텼겠느냐 정도의 의미겠죠.
이전 글에도 썼던 내용이지만 강재민을 제외할 때 역시 여러 투수로 짧게 잘라 막으면서 운용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즉, 김경문은 처음부터 선발이 이닝을 많이 먹게 할 계획이 아니었습니다. 실전에서 나온 다수의 선발 투수들에게 이닝을 쪼개서 부담시키는 광경은 김경문의 애초 구상이 맞습니다;;;
@EterniA 그런데 거기에 스태프들이 생각이 있으니 이렇게 뽑았겠죠 라는 발언은 앞뒤가 안 맞습니다. 그냥 처참한 결과에 대해 본인이 책임지기 싫었던 겁니다.
다른 팀들 우리 상대로 타자 맞춰서 쉬프트 하는데 우리는 황재균 2루거리고 있었졈 -_-
연투를 시킬거면 불펜을 뽑아야지, 선발만 저렇게... 하아...
+ 거기다, 황재균 2루수로 쓸거면... kt는 틀드 안해도 됐겠어요! 그냥 황재균 2루로 쓰면 되는데, 왜 2루 보강을 했을까? 이 돌경문...
김경문이 왜 코시 우승 못했나 하는 의문에 대답을 주는 느낌?
근데 축구는 이런 문제가 덜했나보죠?
제가 축알못이라..
@우주존엄깻잎파닭 적어도 코로나로 선수가 분란을 일으키진 않았죠
@자유공룡당원 티렉스 그거랑 국대 선발이 연관이 있나요?
@자유공룡당원 티렉스 네, 맞습니다. 이전 글에도 적었다시피, 야구발 코로나 확산 사태는 시작 전부터 야구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킨 가장 큰 요인이었죠.
@931117 국대 선발과 아주 관련이 없진 않습니다. 이전 글에 적었다시피, 코로나 확산 관련 선수 중 최종 엔트리가 2명 있었고, 이들이 사퇴하고 대체 인원 발탁하는 과정에서 또 한번 야구 팬덤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우주존엄깻잎파닭 몰라서 묻는거죠.확진자 몇명 나오는데 아주 분란짓을 벌였다고만 알고 있어서.
@931117 네. 연관성은 파닭님이 설명해 주신대로고, 축구에서 나온 비판점은 구시대적인 마인드에 기인한 거라 그런걸로 욕을 좀 먹는 거지 인성, 사건 논란은 없었습니다.
@자유공룡당원 티렉스 왜 손흥민을 안썼냐 와일드카드를 왜 골키퍼를 안데려 온거냐!라는 비난이 있던것만 대충 줏어 들은지라...
하긴 선수 구설수가 안보이긴 했네요...
@931117 올스타전 취소, 리그 중단까지 일으킨 상당히 큰 사건이라 올림픽 야구와 같이 다루기엔 분량이 너무 많기도 하고 다들 아실 거라 생각해서, 이전 글에서도 짧게 언급만 하고 넘어갔던 거였습니다. 이해에 지장을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우주존엄깻잎파닭 아뇨.그럼 제가 부담되네요.ㅎㅎ
축구 대표팀도 황의조 한명만 뽑은 스트라이커문제나 권창훈의 왼쪽기용, 대회직전에는 컨디션이 올라와야 되는데 정작 대회내내 퍼져버린 구시대적 체력훈련, 멕시코와의 기량차이를 고려하지 못한 전술실패등 여러 문제점이 있었습니다만... 선수운용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는 원래 축구가 종목 특성상 야구보다 경기당 더 많은 체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반드시 로테이션이 될 수 있게 구성해야되는 이유도 있기도 하지만요.
선수운용뿐만 아니라 데이터분석도 엉망이었군요.
데이터 분석을 아예 하지 않았으니 엉망일 수조차 없죠 ㄲㄲㄲ
@우주존엄깻잎파닭 와 명쾌한 정리네요 ㅋㅋㅋ
모든면에서 할말이없었죠 선발이 불펜알바가는거야 없는건아니지만 그럴거면 전문불펜을 대려갔어야지-_-;; 박세웅이 패전조할거라곤....-_-;;
올림픽 시작전
코로나 방역수칙 위반
올림픽 : 4위로 망
올림픽 이후 :
음주운전
마약 반입...
한달만에 일어난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