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 비움
여든 문인화 철 늦은 꽃이라 풀 죽고 향도 없지만
정성껏 가꾸어 내놓습니다.
팔십 번째 생일에 나는 새로운 결심 하나를 했습니다.
죽기 전에 내가 제일 못하는 것을 해봐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바로 그림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뒷벽에 한 번도 붙어보지 못한 내 그림 실력.
한이 맺혀서일까요.
한 번 해 보자는 오기가 발동했습니다.
여든 영감이 이제 와 무슨 그림이냐고 타박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며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그림은 기술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좋은 그림에는 내공이 필요합니다.
붓을 잡은 이가 평생 동안 쌓아온 온갖 지식과 경험,
세계를 돌아다니며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맛보았던 모든 것들이
용광로처럼 녹아들어 있어야 합니다.
한참 늦깍이로 시작한 그림이라 부끄럽지만 나의 문인화 안에는
나의 인생과 걸어온 나날들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그것들이 어떻게 읽힐지는 보는 이의 몫이겠지요.
이시형 작가의 사색집을 필사 해 보려 합니다.
매일 한쪽의 글과 하나의 그림으로 나를 정화시켜 보려고 합니다.
마음 끌리시는 분은 저와 함께 한 권의 책을 읽어보아요.
첫댓글 저도 80을 바라보며 이 나이에 춤을 마음으로 춘답니다.ㅎ
인생은 80부터랍니다~
아직 어린아이시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