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스페인의 3쿠션 레전드' 다니엘 산체스(에스와이)가 오랜 침묵을 깨고 지난 8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024 PBA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에서 프로당구 데뷔 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23-2024시즌 프로당구 PBA 투어에서 새로운 경력을 시작한 산체스는 이전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2023-2024시즌 동안 9차에 걸친 PBA 투어 중 단 두 번 32강에 올랐을 뿐 번번이 128강 첫판과 64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특히 7차 투어 '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부터 8차 '웰컴저축은행 웰뱅 챔피언십'과 9차 '크라운해태 챔피언십'에서 세 차례 연달아 승부치기에서 패하며 PBA의 험난함을 몸소 체험했다.
결국 산체스는 '이제 예전의 산체스가 아니다', '산체스의 시대는 끝났다'는 혹평까지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PBA에서 두 번째 맞는 2024-2025시즌은 달랐다. 2차 투어 '하나카드 챔피언십'에서 32강 벽을 뛰어넘고 첫 16강 진출에 성공한 산체스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PBA의 첫 해외 투어인 3차 투어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에서 결승까지 올라 첫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우승의 기쁨도 잠시 산체스는 자리에 앉아 한참을 일어서지 못하며 감정을 추슬렀다.
이 순간에 대해 산체스는 "우승 직후 너무 힘들었던 지난 시간의 감정들이 훅 올라왔다. 긴장이 풀리기도 했고. 그래서 한동안 의자에 앉아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은 모든 경기들이 내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 평생 해 온 대로 꾸준히 훈련했지만, 매번 1, 2라운드에서 탈락했고, 또 승부치기에서 계속 지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지난 30년간 나는 16강에서 떨어지고, 32강에서 떨어지는 선수가 아니었다. 항상 준결승이나 결승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였는데 PBA 이적 후 심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우승의 짜릿함은 그 모든 힘든 순간을 덮고도 남았다.
"드디어 PBA에서 첫 우승을 했을 때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기뻤고, 그동안의 긴장감이 말끔히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또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해소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산체스는 사실 우승의 순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그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일단 마지막 1점을 치기 위해서 굉장히 집중을 하고 있는 상태였고, 마지막 1점이 들어갔을 때는 스스로 이 감정을 어떻게 기쁨으로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팀원들이 나를 위해 기뻐해 주는 모습을 보고나서야 기쁜 감정을 느꼈고, 거의 울 뻔했다. 하지만 우승 후에 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꾹 참았다."
우승 직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스페인에서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을 가족들이었다.
"가족은 내 최고의 팬이다. 스페인 시간으로 새벽 4시에 경기가 있어도 항상 라이브로 내 경기를 시청하고 응원을 보내준다. 심지어 여든세 살인 어머니도 항상 나의 경기를 시청하시고 응원해 주신다. 몇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는 내 1호 팬이셨다. 이번 우승도 지켜보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록 지난 시즌 부진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지만, 올 시즌 한 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산체스. 그에게는 이제부터가 프로 당구선수로서의 커리어를 쌓을 시간이다.
산체스는 "PBA로 와서 너무 많이 다른 시스템과 환경, 대회장 분위기, 공과 테이블 등에 적응하느라 시간을 보냈고, 그 다른 환경에서도 나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다. 여전히 나는 당구선수로는 젊은 나이다. 은퇴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았고, 당구라는 스포츠가 60대가 돼서도 칠 수 있는 스포츠기 때문에 계속해서 내 자신을 증명해 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이용휘 기자)
출처 : 더빌리어즈 https://www.thebilliards.kr/news/articleView.html?idxno=26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