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ke a contract with vampire- 그 여덟번째:그 날의 일 “살려줄까?” 그때는 추운 겨울이었다. 하늘을 뒤덮는 붉은 불꽃. 땅을 뒤덮는 붉은 선혈. 그때를 떠올리노라면 나의 눈앞은 온통 붉어져 어지러웠다. 쓰러진 어머니,아버지.시종들…. 그 가운데 그가 서 있었다,오만하게도 나의 부모를 밟고서. “…악마인가.” 죽기 직전 사람을 유혹한다는 악마가 나의 눈에도 보이겠거니 했다. 나는 미리 준비했던데로 쿡 웃으며 눈을 감았다. 손의 감각이 사라지고 점점 몸이 식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살려줄까?” 그가 재차 묻는다. 붉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넘실거린다. 나의 까맣고 긴 머리카락도 피에 젖어 붉어진다. 난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까만 눈동자에 붉은 기가 서려있었다. 그의 눈동자 위로 나의 모습이 비춰진다. 새하얀 드레스위로 처참히 뭉그러뜨려진 나의 모습이. 나의 가족을 살해했던 암살자들의 인영이 겹쳐진다. “응.” 난 살고 싶었다. 그 무슨 일이 있더라도. - “도련님.” 샤이는 눈을 반쯤 뜨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도 없었던 방의 창가에 그가 흐릿하게 나타나더니 이내 또렷해졌다. 샤이는 푹신한 접대용 의자에 몸을 뉘였다. “뱀파이어는 몸을 숨기는 것 이외에 또 무엇을 할 수 있지?” “글쎄요,빵대신 피를 주식으로 한다는 것 정도?” “보잘 것 없군.” 샤이가 입꼬리를 올리며 눈을 감았다. 그러자 칸이 가볍게 킬킬거리며 대답했다. “보통 인간이 할 수 없는 건 다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놀라운 전투력정도일까요?인간이 절 살해할 수는 없으니. 게다가 인간보다 훨씬 오래,아니 어쩌면 영원히 살 수 있죠,젊은채로.” “…넌 그게 좋은건가?” 그러자 칸이 다시 한번 킬킬거렸다. 그리곤 샤이의 턱을 가볍게 들어올리며 말했다. “당신이 죽는 걸 지켜볼 수 있다니 오싹하게 기분이 좋더군요. 샤이는 잿빛눈을 또렷히 뜨며 칸과 시선을 맞췄다. 오싹한 느낌. 칸의 손은 미치도록 차가웠다. 곁에 있으면 순간 돋는 소름엔 아직도 적응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칸 역시 오싹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샤이의 잿빛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어느때보다도 흥미롭고 기분이 좋았다. “뱀파이어는 물어서 상대를 뱀파이어로 만든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 인간은 죽기 직전 뱀파이어에게 구원받아 영생을 산다고….그런데,” 샤이가 조금의 텀을 둔채로 칸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왜 날 물지 않았지?” 칸은 말없이 샤이의 턱에서 손을 떼고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물지 않고 날 살렸지?” 칸은 샤이에게 다가갔다. 그의 입꼬리가 다시 가볍게 올라갔다. 그는 샤이의 블라우스자락을 손에 쥐고 윗단추를 두개 끌러내렸다. 은색 줄에 매달려있는 와인빛깔의 붉은 가넷이 세심한 장신구 가운데에 달려있었다. 그 가운데엔 햇빛에 비춰야만 보이는 ‘P(Praesepe의 약자)’가 새겨져 있었다. 프레세페 가문에 내려오는 가보인 후계자 정통 목걸이에서 칸은 시선을 한참 주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 샤이는 여전히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칸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샤이의 목덜미 아래,쇄골 부분에 알아볼 수 없는 문자가 새겨진 둥그런 원모양의 문신이 있었다. 칸은 그 문신위에 손을 올리며 가볍게 어루만졌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성인도 안 된 당신을 물어봐야 쾌감이 없거든요.” 그는 장난스러웠다. 어리단 것에 민감한 샤이가 울컥해 칸을 째리자 칸이 말했다. “제가 왜 제 피를 먹여가며,저의 영생을 포기해가며 도련님을 살렸을까요? 고작 그대의 하잘것 없는 꺾이기 쉬운 목숨을 걸고 계약을 맺고, 저의 먹이를 도련님이 마련해주는 대가로.” “….” 칸은 아무런 대답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샤이의 시선을 피하며 즐겁단 듯이 웃었다. 그리곤 잠옷을 건네며 달콤하면서도 오싹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의 향기가 달콤했으니까. 전 그 날이 갈수록 짙어지는 진한 향기를 놓치기 싫었던 것 뿐입니다.” 그러자 이번엔 샤이가 재미있단 듯 말을 꺼냈다. “니가 날 사랑이라도 해?” 칸은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고 유혹적인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열일곱까지입니다.나의 주인님. 어디 한번,마음껏 까불어보시죠.”
샤이는 전혀 주눅들지 않고 오히려 빈정거리는 듯한 눈을 한채 차갑게 비웃음을 내뱉었다. “누가 할 소릴, 내 목적을 달성할 때 까지,넌 내 개일 뿐이다.
나에게 복종해,Kan.”
|
첫댓글 오우 재미있어요
감사합니다ㅋㅋㅋ
재밋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