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運命)으로 온 사랑-17]
"내가 사랑하는 혜정이가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럴까?"
그는 나를 보며 말하며 미소 지었다. 저 음성과 미소에 내가 퐁당 빠졌다. 나는 그 함정에서 빠져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함정에서 녹아 같이 새로운 호수가 될 것이다.
"여보. 제임스. 당신은 여기서 코비드-19백신을 맞고 어떻게 할 거예요. 저는 당신이 여기서 살고 싶다면 저도 여기서 살겠 어요. 그러나 당신이 해드무스에서 살고 싶다면 저도 함께 그곳에서 살 거예요. 그곳 에서도 저가 할 일이 있을 것 같아요. 당신이 사는 곳에는 당연히 저가 있어야 해요. 저는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어요. 저는 이제 혼자가 아니 예요. 결혼한 지 아비가 있는 유부녀예요. 저는 당신과 함께 라면 무엇이든 할 수가 있어요. 제 말 가슴에 꼭꼭 넣어 두세요. 그리고 지금 당장 약속해주세요."
그는 담배를 재털이에 넣은 지 좀 되었다. 그리고 나를 보고 있었다. 한국 속담에 콩깍지가 눈에 씌면 앞에 있는 것은 다 좋아 보인다 고 한 말이 생각났다. 지금 내가 그 콩깍지를 영원히 씐 것이다. 그는 눈 깜짝하지 않고 내 입을 보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
"무슨 약속?"
그는 흔들림없이 입만 열어 말했다. 거실 공기는 적당히 더웠다.
"저와 죽을 때까지 함께 한다는 말. 그 약속을 해주세요. 지금 당장."
"지금 당장?"
"예. 지금 당장."
"보증서도 없는데…"
"저는 당신을 믿잖아요. 당신 말이면 돼요."
갑자기 그는 일어나 빽쌕을 찾았다. 나는 깜짝 놀랐지만, 믿었다. 그는 빽쌕에서 나이프를 꺼내 가져왔다.
나는 놀라서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무슨 일을 벌이려고 저럴까? 걱정하며. 그는 칼을 폈다. 저 정도 크기면 급소가 아니면 살인할 수는 없다. 내가 내과 의사이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그의 움직임을 주시하였다. 그는 다시 내 앞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는 뚫어지듯 나를 봤다. 내 얼굴을 주시하였다. 긴장된 얼굴이다. 왜? 어쩌려고? 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보고 있었다. 그가 나를 찌른다면? 나는 그냥 찔리리라. 제임스 맘대로 하세요. 나는 제임스 것이니까요. 그렇게 마음의 각오도 하였다.
"김혜정!"
나는 놀라 정신을 차리고 대답하였다.
"나, 제임스 리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김혜정만 사랑하며 죽을 때까지 함께 같이 살 것이다. 나는 피로서 김혜정 앞에서 내 운명에 맹세한다."
그는 말을 마치자 칼 날로 왼쪽 검지 손가락을 그었다. 피가 솟아올라왔다. 피는 맑고 붉었다. 그가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나는 감동보다 먼저 의사 로서의 관찰이 먼저 튀어나온 내가 미웠다. 나는 왼손으로 그의 칼 든 손의 팔목을 잡고 앞으로 당기며 내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그 칼에 그었다. 맑고 붉은 피가 튀어나왔다. 나는 그의 피 나오는 손가락에 나의 피 나고 있는 손가락을 붙었다. 두 피 나오는 손가락은 하나로 붙었다. 나는 너무 행복하여 눈물이 나왔다. 그는 놀라며 내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속삭였다.
"혜정아. 사랑하는 혜정아. 너가 이렇게 하다니… 너는 안 해도 되는데."
"바보 같은 내 남편 제임스야. 당신과 나는 이제 피로 운명의 신에게 맹세한 부부예요. 여보. 안아 주세요."
"혜정아."
그는 일어나 나를 일으켜 세워 꼭 껴안았다. 그는 울고 있었다. 나도 울었다. 너무 행복해도 감격해도 울음이 나오거든.
나는 이미 전화해둔 접견실로 제임스와 함께 갔다. 백신은 이곳에서 무료로 맞을 수 있었다. COVID-19 vaccine은 First line 근무자에게 우선하였다. 담당자의 말로는 다음 주 부터 일반인들에게 접종한다 하였다. 나와 함께 내과에서 일하고 있는 닥터 가브리엘에게 가서 맞았다. 그는 제임스를 소개하자 놀라며 멋지다고 큰 소리로 말하여 주변의 동료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알아버렸다.
"헤이. 닥터 스쟌나. 언제 웨딩마치 들을 수 있오. 나는 꼭 참석할 거요."
주변의 몇 몇 동료 의사들이 서운해 하였다. 참 나 원. 제임스는 멋쩍어 하여 우물 주물하였다. 그게 나를 웃기고 동료들을 웃겼다. 멀쩡한 사람이 싱거운거다. 제임스가 그 중에서 제일 키가 컸다. 그런데 작아 보였다. 지가 놀던 동네가 아니거든.
"제임스. 미안해요. 동료들이 짓궂어서."
"아니. 아니. 괜찮아. 좋잖아. 그들이 나를 부러워하는데."
그건 맞았다. 제임스는 정말 멋져 보였다. 비록 양복은 입지 않았지만, 점퍼와 바지와 부츠로 그들 약해 보이는 의사들을 제압하였다. 멋진 내 남편. 나는 기분이 좋았다. 이제 제임스가 떠나는 일만 남았다. 나는 그와 이야기할 분위기의 장소로 그를 안내했다. 나는 그와 이야기 할 필요가 있었다. 나와 그의 앞으로의 삶을 이야기할 것이다. 우리는 텅빈 카페 한 구석에 커피를 두고 앉았다.
"여보. 제 이야기 잘 듣고 '그러마' 라고 말해 주셔야 해요."
"무슨 말인데? 그렇게 겁주는 거야. 혜정아."
"이잉~ 겁주는 이야기 아닌데요. 다름이 아니고요. 저는 당신이 떠난 후 늦어도 한달 안에 빠르면 2주 안에 이곳을 떠나 당신에게 갈 거예요."
"뭐라고? 왜에~"
"예? 왜 에? 제임스. 농담하지 마요. 제가 당신 곁에 살아야 하잖아요."
"그건 맞아. 그런데, 나도 당신 맞을 준비를 좀 해야 하는데, 가령 당신이 하고 싶은 병원 설립 문제라든가 등 등."
"하하하. 여보, 제임스. 당신 저 혜정이 너무 감동 메기려 하지마요. 그냥 가서 막 부딪힐 건데요. 당신만 믿고. 사실은 요. 그곳 해드무스에 당신이 제가 일할 사무실만 만들어 주시면, 저는 환자들 돌 볼 수 있어요. 제가 갈 때 최소한 필요한 장비들과 기타 것들을 준비해서 먼저 보내고 갈 거예요. 그리고 이곳 바버레도 주립 병원과 협력해서 필요하거나 급한 환자들은 이곳으로 보낼 수 있어요. 제가 먼저 말했죠? 저는 내과전문 의사이며 가정의과, 이비인후과 그리고 예방의학과 등을 관여할 수 있어요. 그래서 당신은 우선 관찰과 보호대상이며, 원주민들과 취약환경의 주민들에게 저의 의술을 펼치겠다는 거예요. 이런 저의 계획들은 당신 없이는 못해요. 그래서 당신이 똑똑히 알아 두셔야 한다는 말이예요. 아셨죠?”
“그래. 당신이 원하는 것은 내가 다 해줘야 해. 사무실 크기는 어느 정도? 그리고 또 다른 필요한 것들은?”
“역시 당신이 예요. 그건 당신이 더 잘 알 것 같아요. 그 외는 가서 당신과 맨 날 싸워 의논하며 할 건데요.”
나는 내 생각을 막 말했다. 신이 났다. 그와 함께 하는 일을 계획하는 것 그것부터 나를 흥분하게 하고 용기 나게 하였다. 이러다 나, 하늘로 날아 가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ㅎㅎㅎ. 제임스는 볼펜을 꺼내 메모지에 뭔가를 적고 있었다. 이제 할 말은 다 했다. 우선 그의 묵언 적 승낙을 얻었다는 것으로 큰 일을 한 것이고 시작을 한 것이다. 이제는 집에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나는 흥분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제임스는 그것을 금방 알아 차렸다.
“혜정아. 그렇게 좋아?”
“네. 좋고 말고요. 사랑하는 당신과 하는 원대한 계획의 첫발을 내 디뎠는데, 어떻게 좋지 않고 제가 배기겠 어요. 저는 당신, 제임스하고 함께 무엇을 한다는 것이 너무 가슴 벅차요. 한번 만져 보세요. 얼마나 뜨거운지.”
나는 그이의 오른 손을 잡고 내 가슴속에 넣었다. 그의 손바닥이 따뜻하였다.
“혜정아. 공공장소에서 이러면 혼난다.”
“누구든 와서 혼내라 하세요. 제가 내 남편 제임스한데 일러 바칠테니까요.”
나는 이제부터 모든 것에 자신 만만하였다. 그이도 흐뭇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가슴이 터질 것 같이 좋았다. 사랑은 이런 건가 보다. 나는 내 이런 사랑의 감정이 변하지 않도록 내 혼신을 다 할 것이다 다짐하였다. 그것을 지켜낼 것이다.
그 날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섹스의 기술과 기교를 다 생각해 내어 제임스에게 시전(示展)하였다. 61살의 제임스가 나이를 잊어버리도록 내가 만들었다. 안 믿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했다 내 온 몸과 마음으로 그를 활화산에 타서 죽이고 부드러운 애무로 살려 내였다. 처음엔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나 스스로도 긴 가 민가 했지만, 사랑은 할 수록 급속도로 리드미칼하게 발전하고 서로의 사랑행위에 의하여 환희와 절정을 높여 갔다.
나는 정말 잘 했다. 섹스는 머리 좋은 사람이 더 잘 한다고 제임스도 이야기했다. 내 남편 제임스도 머리가 비상하다. 우리는 하나가 되어 불기둥이 하늘을 치솟았고 바닥에 부드럽게 가라앉아 에너지를 축적했다. 사랑의 행위에 대한 정수(精髓)를 우린 만끽했다. 61세는 나를 위해 죽었었고 30살 나는 제임스를 위해 죽었다. 그리고 우리는 찬란하게 다시 살아났다.
“혜정아. 몇 시?”
그이가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오며 물었다. 저 사람이 내 남편이구나 하는 감동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이는 박스 팬티만 입었다. 건강해 보였다. 배가 그렇게 나오지 않았다.
“여보! 기분 어때요? 지금 아침 10시 40분이예요. 어서 샤워하고 오세요. 아침식사 준비 되었어요.”
나는 정말 새색시로 남편보다 먼저 일어나 컨티낸탈식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참 행복했다. 내가 졸지에 남편을 위하여 아침식사를 준비하다니… 꿈만 같았다.
++++++
"여보. 제임스. 제가 갈 때까지 라도 부디 몸 조심하시고 건강 잘 챙기셔요. 저는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 아시죠? 어서 맹세해줘요. 여보."
나는 제임스를 만나고 부터 변했음을 느꼈다. 잘 변한 것이지만, 나는 완전히 변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완벽하게 제임스에게 몸과 마음이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는 간절하게 그를 보며 말했다. 그는 어쩧든 내가 갈 때까지 혼자 살아야 하는 노인이다. 제발 건강하게 잘 지내 줘야 하는데.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