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요양원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2005.12.20
거리에는 캐롤송이 울려 퍼지고,어느 한곳에서는”불우 이웃을 도웁시다”고 외치는 자원봉사자의 애틋한 목소리,빨간색 자선남비와 ”딸랑 딸랑” 구세군의 모금 종소리… 또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올해는 참으로 많은 봉사활동에 참여한 것 같다.
도시락 배달,연탄배달,전국체전 써포터즈활동,김장담그기,요양원 봉사활동….
이제 올해는 마지막이 될 울산시립 요양원 봉사활동이다.
연일 이어지는 한파로 인하여 공장의 일부 동파된 시설을 정비하느라 봉사활동 신청자가 대거 불참(11명/22명:참석율 50%)하여 어려운 봉사활동이 되리라 예감하였지만 이번에 참가한 봉사팀원은 가히 일당백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를 거뜬히 소화해 낼 수 있었던 것은 그 동안 여러번 봉사활동에 참여했기에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쌓인 것이 아닐까?
하지만,고래박물관으로 나들이를 갈려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우리가 오기를 학수고대
하며 들떠있던 할아버지,할머니께서는 자원봉사 인원이 부족하여 나들이가 취소되자
요양원 분위기가 금새 침울해진다.
약속을 지켜드리지 못해 무지하게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 없어 말동무가 되어 드릴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더 재롱(?)을 떨었는지도 모르겠다.
날씨가 너무 추워 전용목욕탕 대신 침실에 딸린 Shower장에서 목욕봉사를 하였는데
수영복을 준비해온 내가 사전에 준비된“목욕관리사”라고 선정되어 장소가 비좁아 혼자서 그 많은 할아버지를 목욕시켜 드리고 나니 사우나탕에서 갓 나온 것처럼 온 몸에 땀이 흐르니 평상 시 운동량을 감안하면 오늘은 이것만으로 충분할 것 같다.
얼굴 가득한 주름살과 흰머리, 거의 뼈밖에 남지 않은 왜소한 모습을 보면 그 분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회사의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요양원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지만 돌아올 때는 나도 모르게 마음 한구석에 허전함이 자리잡는다. 그 허전함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짐작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분들에 대한 연민일 수 도 있고, 나중에 나도 저분들과 같은 모습으로 늙어 가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일 수도 있겠지!
이어서, 생활관 바닥을 때 빼고 광내기 작업에 들어갔는데 식탁 아래는 락스를 너무
많이 배합하여 사용하는 바람에 검은 양말 바닥이 하얗게 탈색되는 해프닝이 있었고
실내 공기가 탁하여 그 추위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창문을 열어 두어야 했다.
아마도 평소 집에서 스팀청소기로 봉사활동을 하던 무릎으로 걸레질을 하는 봉사자가 스팀청소기가 있으면 바닥 청소도 잘되고 편리하겠다는 말에 스팀청소기를 기증하자는 이야기까지 오가고는 하였지만 정작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다”는 지원자는 선뜻 나서지 않았다.
앞으로는 사외 봉사활동만 할 것이 아니라 집에서도 틈틈이 부인의 일손을 좀 덜어
주는 봉사활동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뒤이어 할아버지,할머니들과 말동무가 되어 드리는 시간이다.
자원봉사자가 늘 바뀌긴 하지만 처음 보는 우리들에게 반갑고 고마워 할 만큼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할머니들께 조금이라도 즐거운 시간이 된다면 우리에게는 보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우리 모두가 그들의 자식인 것을….
한참 재롱(?)을 떨고 있는데 갑자기 실내가 정숙해진다.
울산시에서 방문한 고위공직자가 노인들께 방한복을 지급하자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쉬가 터진다.아마도 이들의 실적을 알리기 위해 더 열을 올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선입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몸이나,재력으로나 참다운 봉사활동이라면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마지막 식사 도우미 시간이다.
혼자 힘으로 식사조차 할 수 없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다른 것은 얼마나 불편할까? 다행히 우리의 도움으로 주어진 양을 거뜬히 자시는 것을 보니 마치 내가 배불리 식사를 한 것처럼 마음이 든든하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은 항상 기분이 상쾌하고 몸이 가벼운 것은 봉사활동을 통해 그들에게 주는 것 보다는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 아닐까?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위치에서 가끔씩은 뒤를 돌아보자.
그 뒤에는 나보다 못하고 어려운 이웃들이 내 손을 잡아 주기를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봉사란 남을 위해서 보다 내 마음이 더욱 밝아지기 위해서 나 자신을 위해 시작하는 작은 출발이 아닐까?
올해 한해동안 봉사활동에 헌신적으로 참여해 주신 봉사3팀원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변함없는 참여를 기대하며 다가오는 새해에도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끝】
첫댓글 친구의 봉사정신에 부러움과 존경을 보낸다.
종교를 가진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앞서네...정말 대단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