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과 시장은 날씨, 출산율 저하, 외국 브랜드의 상륙, 수입 과자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 분야별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연간 5% 이상의 신장세를 보이던 건과 시장은 제자리걸음에 그쳐 불황의 골을 실감케 했다. 2003년 2조1590억원 규모를 형성한 건과 시장은 2004년 전년과 비슷하거나 1% 가량 신장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무더위가 지속된 여름과 포근한 겨울 등 날씨 덕을 본 빙과 시장은 2003년 9070억원에서 10∼15% 가량 성장, 1조원 규모를 돌파한 것으로 예상된다.
■ 건 과
껌·초콜릿 등 매출 감소 주요인 초코파이 등 장수상품은 대폭 신장
메이저 제과 업체들의 상반기 매출 성장률은 3% 선에 그쳤다. 앞서 언급한 요인들 외에도 패스트푸드 시장과의 양립, 연초 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주춤했던 실적은 하반기 들어 더욱 저조해져 대부분 업체들의 당기순이익이 30∼40% 역신장하기도 했다.
유형별로는 껌의 수요 감소가 제과 시장 전체의 저조한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9월까지 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0억원 가량이 줄어든 2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일리톨껌으로 급팽창한 껌 시장은 최근 1년 사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관련 업체들은 부진을 떨치기 위해 다양한 신제품을 쏟아냈다. 기능성 소재인 EGCG를 첨가한 해태제과의 ‘덴티큐 EGCG’, 기존 제품의 질을 높인 롯데제과의 ‘후라보노 XP’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제과는 자일리톨 껌의 선두 주자로 유사 제품들과의 차별화를 도모하기 위해 제품 패키지에 ‘휘바’라는 로고와 캐릭터를 삽입해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캔디와 초콜릿 역시 9월까지의 매출이 각각 1400억원, 1600억원으로 40억원과 180억원 가량 줄었다.
파이류의 경우 각 업체가 할인점을 중심으로 한 1+1 기획 상품 출시 등으로 시장을 적극 공략,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기대된다. 스낵류는 과자류 중에서는 부피가 큰 데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선호도가 높아져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과자 시장의 트렌드는 ‘웰빙’으로 요약된다. 밀가루 제과가 쇠퇴하면서 감자나 고구마를 주원료로 한 스낵 판매가 급증했다. 감자 스낵의 시장 1인자인 오리온이 경쟁사 대비 양호한 매출 신장을 기록한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고구마 과자 바람을 주도한 롯데제과의 ‘生고구마칩’은 월평균 10억이라는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순항하고 있고 롯데의 ‘오잉 고구마’, 해태제과의 ‘구운고구마’ ‘오사쯔’ 농심 ‘고구마깡’ 오리온 ‘고구맛파이’ ‘햇마마칩’ 등이 관련 시장군을 이루며 소비자에게 사랑 받았다.
녹색 과자도 인기몰이를 했다. 크라운제과는 2003년 ‘미인블랙’ 시리즈로 블랙 마케팅을 전개한 데 이어 지난해 장수 인기 제품에 녹차와 클로렐라 등을 첨가한 ‘그린하임’ ‘쿠크다스 그린’ ‘크라운산도 그린’ ‘극희 그린샌드’ 등을 연달아 출시하면서 그린 마케팅을 전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04년은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장수 과자들이 사랑받는 한 해이기도 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의 활약으로 3분기 파이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6% 성장하기도 했다. 출시 60년 만에 처음으로 코믹 광고를 선보인 해태제과 ‘연양갱’은 중장년층뿐 아니라 신세대들의 입맛도 사로잡으며 월 35억원이라는 놀라운 매출을 올렸다.
■ 빙 과
녹차 소재 등 웰빙형 제품 호조 불경기 영향 콘보다 바제품 선전
불경기의 영향으로 콘 타입의 고가 제품보다는 바 타입의 저렴한 아이스크림이 선전한 빙과 시장은 특히 지난 여름 극심한 무더위 덕에 6월에 이미 14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고의 매출을 올리는 등 눈에 띄는 성장을 구가했다.
바 타입의 경우 지난해 9월까지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25억원 증가한 3790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콘 타입은 132억원이 증가한 1315억원으로 나타났다. 겨울 비수기에 들어서도 온화한 날씨와 업체들의 잇따른 고급화, 다양화한신제품 출시로 빙과류의 인기가 계속됐다.
지난해 시장에서 특히 주목받은 제품은 빙그레의 ‘요맘때’로 유지방이 적고 유산균이 함유돼 있어 비만을 걱정하고 장 건강을 생각하는 여성층으로부터 크게 인기를 끌었다. 3월 출시된 제품은 4월 매출 20억8300만원에 이어 5월엔 35억3800만원, 6월에는 40억원어치가 팔려나가는 등 매출이 날개 돋힌 듯 솟아 당초 목표액 연 150억원의 매출은 27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이외에도 롯데제과의 스트류바 조스바 월드콘, 해태제과의 호두마루 시리즈와 부라보콘, 롯데삼강의 색색돼지바 등이 선전했다.
2004년 빙과시장에서 인기를 끈 제품군은 웰빙형 기능성 빙과로 귀결된다. 비타민과 프락토올리고당이 첨가된 롯데제과의 ‘설레임 테크노’, DHA와 글루칸30을 보강한 효자원의 ‘골드 서주아이스주’ 등이 대표적이었으며 가을 겨울 들어서는 녹차의 기능성을 강조한 제품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해태제과는 한라산과 지리산 녹차 밭에서 재배한 녹차 0.5%가 함유된 ‘내안에 녹아든 차’를 새롭게 선보였으며 빙그레는 일본 시즈오카산 말차로 만든 ‘녹차가 다가올수록綠’을 출시, 고객몰이에 나섰다.
■ 2005년 전망
빙과 성장세 이어지고 스낵류 세계 진출 가속
2005년 과자 시장은 역시 높은 성장은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하반기 경기 회복이 기대되면서 코어 제품을 중심으로 한 각 업체의 판촉이 더욱 강화되면서 3∼5%대의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빙과 시장은 계속되는 기후 온난화로 날씨가 더워져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빙과 시장은 8∼10% 신장한 1조1000억원 규모로 불어날 전망이다.
한편 올해 제과 시장은 수십 년 간 유지돼 온 시장 판도가 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인수로 말미암아 변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성숙기 시장에서 보다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각 업체의 해외 진출도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롯데제과는 인도 법인의 생산품을 다양화할 계획이며 올 초엔 현지에서 추잉 껌을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제과 업체들의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성장 추세를 보인 오리온은 해외 사업에 역점을 두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어 올해 그 활약이 주목된다.
이미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 베트남 중동 등의 해외 시장에서 ‘초코파이’로 성공을 거둔 바 있는 오리온은 그동안 회사의 장기적 경영 전략에 걸림돌로 작용한 합작 부문을 청산, 펩시코사의 50% 지분을 인수해 독자적인 신규 법인을 설립함으로써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계기로 초코파이에 이어 ‘포카칩’ ‘스윙칩’ ‘오징어땅콩’ 등의 스낵류가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