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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CTnews에서 취재한 SICAF2005로 한국을 방문 워크샵을 가졌던 일본의 신카이마코토 감독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취재 홍자연 기자 (CTnews)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등으로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新海誠) 감독이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2005) 기간 내 한국을 찾았다.
그는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로 올해 SICAF 장편애니메이션 경쟁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본래 '1인 제작방식'으로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단편 <그녀와…>와 중편 <별의 목소리> 모두 혼자서 만들었다. <구름의…>만이 몇몇의 스태프와 함께 작업한 결과물이다.
<구름의…>는 2년여의 시간을 들여 완성된 독립 장편 애니메이션. 남북으로 체제가 나뉜 일본을 배경으로, 미스터리한 탑을 쫓는 두 소년 타쿠야, 히로키와 소녀 사유리를 주인공으로, 끝없는 잠에 빠진 사유리를 구하는 두 소년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처음 50분짜리 VOD용으로 시작됐지만 제작중에 90분 가량의 장편으로 늘어났고, 작은 극장을 중심으로 상영을 시작한 것이 입소문을 타 전국적인 흥행을 기록, 독립애니메이션으로서 일본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극히 드문 성공적 사례를 거두었다. 또한 올해 마이니치 필름 콘테스트 애니메이션상 등을 수상했다.
일상속에 묻어나는 아름다운 추억, 상상력을 활용한 SF적 한계 상황 속에서 펼쳐지는 남자와 여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긴밀한 그리움을 섬세한 터치로 그려내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놀랍게도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적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콤플렉스를 느끼"기도 하지만 한편 한편 완성되는 작품처럼 자신도 완성되어가고 있음을 믿는다고.
게임회사의 애니메이터에서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의 성공적 변신에 이어 첫 장편 <구름의…>의 성공으로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독립 애니메이션의 새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만났다.
다음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의 일문일답.
- 본래 1인 제작방식으로 유명하지만 첫 장편인 만큼 <구름의…>의 제작이 쉽진 않았을 것 같다.
“이제부터 할 작품에 대해서는 작품(규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혼자 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구름의…’)는 분량도 분량인 만큼 몇 명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 특히 원화의 경우 일본 프로 애니메이터들의 도움을 받았다.”
- 애니메이션이란 본래 함께 모여 하는 예술 장르인데 신카이 감독의 이런 1인 제작 경향이 일본 애니메이션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개인적으로도 상업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흥행을 위해서는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혼자 하는 작업 형태 또한 예전부터 있었던 일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아트애니, 크레용신짱애니 등의 모습을 한 좋은 작품들이 많이 있는 것처럼.
<별의 목소리>를 혼자 완성했을 때 그게 새로운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별의 목소리>와 같은 경우는 일본 내에서도 아마 유일한 사례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전혀 새로운 작품 형태는 아니다. 다만 이 작품이 그에 해당하는 어떤 역할을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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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들이 주로 미래에 대한 설정과 과거의 추억이 잘 섞인 모습인데, 감독의 이런 취향은 어디에서 비롯하나?
“미래에 관한 스토리 즉 SF적 구성은 내 자신이 어릴 적부터 SF 작품을 좋아하고 많이 보고 자란 탓인 듯하다.
내 모든 작품들은 사람과 사람, 남자와 여자간의 친밀함을 표현한다. 사실 그것이 가장 큰 관건이기도 하다.
‘별의 목소리’의 경우 남녀간의 메시지가 우주 공간을 통해 무려 8년이나 걸려 도착한다. 그런 일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얘기이지만 거기에는 그 절박한 상황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사람과 사람, 남자와 여자 간의 애절하고도 안타까운 사랑이 더 크게 다가오고, 그래서 더욱 강조된다고 생각한다.”
- 정지 화면을 이용한 일상에서의 사소한 아름다움을 잘 잡아내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추억이란 것은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큰 행사 등에서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탁기, 가스렌지 등의 지극히 일상적인 물건들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사건들이야말로 추억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 주로 사춘기 소년, 소녀가 고통속에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들이 많은데, 감독의 사춘기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나는 시골마을에서 자랐다. 내가 자란 시골마을에는 디젤 전철이 다녔는데 내 작품 속에도 그것들을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내 작품의 큰 테마 가운데 하나는 대도시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하는 것이다. 내 자신도 미성숙하지만 작품이 하나하나 만들어지면서 나 자신도 함께 성숙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그러한 환경을 어떻게 이겨나가고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를 풀고 있다.”
- 배경의 서정적 느낌이 탁월한데, 배경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이 궁금하다
“<구름의…>의 배경은 일본 아오모리현의 북쪽지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곳에 혼자 여행 갔다가 좋아서 스크랩했다 이 작품에 적용하게 됐다. 여기에는 하나 더 이유가 있다. 훗카이도와 아오모리가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 점이 선정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배경을 선택하는 것에는 따로 특별한 이유가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이런 식으로 몇 가지 이유가 조합돼 결정된다. 다만, 내가 그린 신주쿠와 본래의 신주쿠보다 아름답게 보인다면 그게 바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 빛의 세밀함이 작품 전반에 잘 드러나 있는데, 표현에 있어서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가?
“노하우란 없다. 하지만 혼자서 다 하는 것이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사실 아날로그보다는 디지털로 오면서 빛에 대한 표현법은 더 간단해졌다고 생각한다. 즉 결국 어떤 소프트웨어를 쓸 것인지 정도의 문제다.
빛에 대해서는 방법이 따로 있다기보다는 힘들여 고민하는 편이다. 내가 표현하는 그것은 단순히 ‘빛’이라기보다는 ‘옛추억’이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그런 부분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해가 떨어질 때의 빛은 지금보다는 중학교 때 보았던 것이 더 밝고 강렬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무엇이든 처음 만났을 때의 임팩트와 감동이 더 크게 다가온다. 나는 그런 것을 표현하고 싶다.”
- 게임 관련 애니메이터에서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결정이 쉽진 않았을 텐데
“<별의 목소리>를 제작했을 때 5년간 게임회사를 다니며 모았던 돈으로 일을 시작했다. 약 200만엔(우리돈 약 1천830만원) 정도의 돈이 들었는데, 그땐 제작비가 곧 생활비였다. MD로 목소리까지 직접 녹음했다.
<별의 목소리>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바로 계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상황이 어려웠다고 해도 인터넷을 통한 직접 판매 등의 방법을 찾아 해결해나갔을 것이다. 굳이 회사가 아니어도 살 길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했다. 만들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시작할 수 있었다.
사실 내가 본래 애니메이션 쪽에서 일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처음부터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었다면 아마 기존의 큰 시스템에 들어갔을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 뿐이고, <별의 목소리>의 반응이 좋아 또 장편 <구름의…>를 한 것이고, 모든 것이 그렇게 자연스런 기회 속에서 진행된 것 같다.”
- 혼자서 작업하면서 닥쳤던 어려움이 있다면?
“프로로 활동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작업자들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같은 일을 해오며, 10년 넘게 시간을 들여 감독을 맡게 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학교에서든 어디서든 나는 그림을 배운 적이 없다. 사실 그 때문에 콤플렉스도 갖고 있다.
그런데 돌연 애니메이션을 시작하게 되면서 감독에 연출까지 맡게 됐다. 많은 부분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해야 했던 시간들이 오히려 지금 나의 장점이 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한다.”
- 한국의 애니메이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사실, 영화는 잘 안 본다. 막상 보고도 타이틀을 잘 잊는 편이라 TV나 영화에 대해서는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 영향받은 작가가 있는지?
“일본은 정오만 지나면 TV에서 애니메이션을 꽤 많이 해준다. 어릴 때 보면서 자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나 대학교 재학 시절 즐겨 본 <에반게리온>의 안노 히데야키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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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의 해결법
“일이 잘 되지 않을 때는 책상 앞에 5시간씩 아무것도 않고 앉아 있는 때도 있다. 정히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집근처를 돌며 조깅을 한다. 몸을 움직이면서 땀을 내면 곧 괜찮아진다.”
- 앞으로의 작품 계획
“지금은 10년, 20년 후까지의 작품들에 대해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아직 큰 영화를 만드는 일에 흥미를 못 느낀다.
물론 지금 만들기 시작한 작품은 있는데 예산보다는 나 자신의 부족함이 더 걱정이다. 다행히 살아갈 만큼의 수입은 얻고 있어 부족함 없이 지내고 있다.
다음 작품은 아마도 20분 분량의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몇 개 모아 붙인 형태의 작품을 구상중이다. <별의 목소리>식의 SF형태는 아닐 것 같다. 일본에서의 10대, 20대의 일상적인 삶을 그릴 예정이다.
또한 앞으로도 지금처럼 추억이나 남녀의 긴밀한 관계에 대한 비슷한 경향이 계속 유지될 것 같다. 물론 지금은 독신의 몸이지만, 앞으로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가 태어난다면 가족간의 관계를 그린 작품들도 만들게 될 것이다.”
출처 : CTnews
첫댓글 잘봤습니다. -ㅁ-;;
그렇군요.. ^^; 수정했습니다.
역시 경험이 중요하군요.
좋은소식 읽고 갑니다.~^^
명작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만약 시나이마코토씨가 애니를 만들지못했다면 내가 다른인생을 살고있을지도
처음 접한건 투니버스에서 방영한.. 별의 목소리였지요.. 거기서부터 줄줄 봤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