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마라톤의 첫 시련.
내가 한반도를 두발로 뛰고 걸어 완주하려는 이유가 영웅이 되려함이 아니었다.
마치 “산이 저곳에 있기에 오른다” 는 산악인의 말처럼 내가 마라톤을 하고 있기에
지금 현재보다는 좀더 미지의 세계를 접해 보고 싶은 마음속의 강한 충동에 의함 이었기에 도전에 실패해서 잠시나마 서운함을 넘어 분함까지 느꼈으나 그것이 어리석은 것이 란걸 이틀이 지나고나니 깨달을 수가 있었다.
비록 이번횡단도전에 실패했지만 성공 했을 때 얻지 못한 많은 것들을 깨닫고 지금은 평화로운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실패했지만 후기로서 인사를 대신할까합니다.
○ 308을 참가하기까지
8월 중순께 언제나아침을 꼬신다.
참가비가 제일 싼 중랑천울트라마라톤대회에 마음 편하게 참가하자고.....
내생각대로 금방 오케이다. ㅋㅋㅋㅋ
그리고 나는 나의 중요한 계획을 말했더니 자기도 하겠단다.
그럼 둘이서 해보자하고 중랑천대회는 횡단준비로 서서히 뛰자했다.
그런데 그날 8월30~31일 아무도 몰래 둘이서 조용히 중랑천대회에 참가하려다가 그날 해피러닝의 거리 표시로 인해 들켜버린 것이다.
울트라, 울트라... 너무 식상할 것 같아 다른 사람들께는 말도 안한 것이다.
그 후 몸상태 점검시기로 하고 준비에 들어갔고 나름대로 완벽하게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하며 308횡단완주는 자신했었다.
오히려 걱정이 되는 것은 언제나아침아우였고 나름대로 훈련부족으로 믿음이 가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희망을 가진 것은 자세가 워낙 좋고, 꾸준한 페이스로 잘 달리기에 거기에
희망을 걸었었다.
○ 308마라톤과 좌절과 희망을 품고
내가 마라톤을 하면서 이렇게 긴장해본적은 없었다.
준비에 만전을 기했고, 평상시 하지 않던 음식물섭취에까지 신경을 써가며 준비에
준비를 철저히 했다.
대회2~23일전에 모든 준비물을 완벽하게 준비하여 남은 시간 휴식만 잘 취해주면
됐었다.
그런데 일이 생겼다.
심리적 압박이었는지 예전에 그런 일이 없었던 열을 동반한 중이염에 걸리고 만다.
병원에 가서 1주일분의 약을 받아오고 그날부터 약을 먹으며 치료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중이염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한 몸 상태였다 할지라도 대회에는 참가했었겠지만.
대회당일 오전근무만하고 오후부터는 연가를 냈다.
18일 오후1시에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최종적으로 준비물을 점검하고 다리에 테이핑을 하고 큰 카고백을 짊어지고 잠실종합운동장으로 향한다.
잠실운동장에 도착하니 벌써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오후5시에 출발하여 강화도 창후리 선착장에 6시50분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언제나아침아우를 만나 저녁식사를 한 후 배번을 받아 출발채비를 갖춘다.
밤10시에 달빛아래 창후리 선착장을 출발했다.
기분이 좋다.
“어디한번 맘껏 달려봐야지..“
“주로에서 나만의 자유를 맘껏 느껴야지..”
언제나아침아우와는 출발을 같이해서 중간에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며 달렸다.
50km 제1CP에서 정식적으로 함께 가기 시작한다.
담소도 나눠가며 중간 중간에 영역표시도 해가며....
동이 터오고 한강주로에 접어들었다.
한강마라톤코스는 언제나 지겹다.
더구나 더위가 시작하는 10시부터는 몸이 피곤을 느끼기 시작한다.
우리 세명 중(나,언제나아침,내친구 임정규) 페이스를 조절하며 달리는 사람이 나라고 생각하고 달리고 걷고를 반복해가며 서로간 페이스를 맞추며 간다.
87km천호대교지점을 지나고 천호동에 진입하여 길동 사거리를 못미쳐 점심으로
추어탕을 먹고 다시 하남으로 향한다.
날씨가 너무 덥다.
중간에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달래며 100km지점에 컷오프시간보다 별로 여유롭지 못하게 30분전인 오후1시30분에 도착하여 양말을 갈아 신고 배낭을 재정비하다보니 30분이 훌쩍지나 버린다.
2시에 출발하여 다음목표지점인 124km지점인 양편공업사까지 오후7시까지 가야
하는데 더운 날씨탓에 죽음이다.
팔당대교~팔당터널~용담대교를 가는데 헉~~헉 땀땀땀.....
100CP에서 30분전에 출발한 임정규씨도 125Cp를 훨씬 못미쳐 잡히고 만다.
언제나아침아우는 힘이 드는지 자꾸만 뒤로 처지고.....
거기에 사타구니 쓸림으로 걷기조차 힘이 들어 보인다.
길가 버스승강장 인근에서 아침아우 바세린을 듬뿍 바르고 또 출발하여 또 여유롭지 못하게 CP4에 도착하고 저녁식사를 할만한 장소가 없어 다음휴게소인 기분좋은휴게소까지 가기로 맘먹고 터덕터덕 걸음을 재촉한다.
깜깜해져서 휴게소에 도착하니 식당 문이 닫혀있다.
아침아우와 컵라면을 먹는데 속이 이상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몸에 탈이 시작된 것이다.
구토가 시작되었다.
억지로 먹은 우유도.....계속 토하고 만다.
기운이 빠지고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다시 출발이다.
가다보면 나아지겠지 하고 내달려보지만 회복이 되지 않고 계속 증상이 심해지기
시작한다.
용문 터널을 지나 아침아우가주는 비상약을 먹어본다.
소용이 없다 또다시 토해낸다.
이제 뛰지못하고 걷는다.
걸으면 회복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걸어도 걸어도 몸이 더욱 처진다.
135km지점 “여기가좋겠네” 휴게소를 지나고....142km지점에서 나는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
“포기하기로 맘먹는다“
때마침 응원차 와준 턱수염회장님, 굴뚝새님, 인상파님, 그리고 마눌 쑤디가 탄 차에 몸을 실어야했다.
억울하고 분했다.
준비를 도와주고 응원해준 마눌을 생각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또 나를 바라보고 응원하고 있을 회원들을 생각하면 더욱 분했다.
그러나 어찌하리오.
이것역시 나의 능력인 것을......
5CP인 용머리휴게소에 도착하여 응원나온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아침아우를
기다렸다.
이때부터 나도 응원자 가 된 것이다.
많은 먹을거리를 준비해온 마눌게 어찌나 미안한지....
복분자즙에 얼음물 까지 가져온 응원단의 성의에 고개가 숙여진다.
그리고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설렁탕과 과일등을 사서 그곳까지 와주신 정연보님
(2007년 100마일 함께뛰신분)께 죄송하기 그지없다.
순간 내가 왜 이곳에 멈춰 있어야하는가....
나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해보였다.
왜 그런 결단을 내려야했나 ....
더 참아볼걸..... 후회스럽고 후회스럽다.
아침아우를 까만 어둠속으로 아린마음으로 보내고 집에 오는 차에 몸을 실었다.
밤 12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하여 샤워 후 잠자리에 든다.
한참을 잤다고 생각하고 눈을뜨니 새벽3시다.
중간에 포기한 나 자신이 용서가 되지 않아 정신이 더더욱 맑아진다.
그간 주로를 머릿속에 입력해놓고 이미지트레이닝을 얼마나 했던가....
지금쯤 아침아우는 어디쯤가고 있을까.....
몸 상태는 어떨까...
아침이 되고 점심이 되어도 초롱초롱 온통 주로만이 머릿속에 맴돈다.
점심을 대충 먹고 마눌한테 밤에 아침아우 응원을 가야겠다 말하니 마눌이 음식등
준비물을 챙긴다.
내맘을 알아주는 마눌이 너무나 고마웠다.
마눌님 고마웠어요 ~~~ ^^*
내가 못했으니 옆에서 응원이라도 해주며 아침아우라도 꼭 완주시키고 싶었다.
중간 중간 거리점검을 하며 출발시간을 밤7시이후로 했는데 250kmCP도착시간이 빨라질 것같다한다.
부랴부랴 물건을챙겨 속사삼거리로 출발한다.
자동차의 와이퍼동작이 빨라지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날과는 다르게 기온이 떨어져 힘들 것 같다.
8시30분에 도착하여 위치를 물으니 웬걸 앞으로도 2시간이상 걸리는 거리에 있다.
에구구~~~
9시쯤에 채정은님과 나비님이 도착하고 주로 점검 차 나가보니 13km전방에 있다.
많이 지쳐있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부럽다.
나도 저렇게 달리고 있어야하는데....
다시 CP에 돌아와 막연하게 기다린다.
기다리다 배가고파 채정은님과 나비님이 준비해온 라면을 끓여먹고 한참을 기다리니 11시가 훨씬 넘어서야 나타난다.
반갑고 반갑다.
그런데 지친기색이 역력하다.
다리상태가 말이 아닌 것 같다.
그만 달리라 말리고 싶었다.
그 몸 상태로는 더 이상 가는 것은 무리 같아 보였다.
그러나 나는 말 하지 않았다.
나처럼 후회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그리고 아침아우가 갈망하는 완주가 꿈에라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차마 그만두라 말하지 않았다.
다시 잘 달리라 말하고 떠나 보내려하니 마음이 울컥해온다.
마음이 말이 아니다.
나의 정신이 더욱 맑아지고 피곤함이 없어진다.
강릉에 가서 여관에서 자다가 시간 맞춰 나오라는 아침아우의 말이 있었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악전고투하고 있을 아침아우와 다른 주자들 생각에 나 혼자 호강하고 싶지 않았다.
다음 275CP에 도착하여 차를 세워놓고 몸을 뉘인다.
기온이 차가워진다.
잠도오지 않고 또 자리도 불편하여 겨우 시간을 떼워 보내고 시간을 보니 새벽5시가
되어 도착시간이 될것같아 밖으로 나가 아무리 기다려도 들어오는 주자가 없다.
이미 절반이상이 포기한지라 긴 주로여건상 많은 주자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몇 명의 주자가 지나가고 기다려도 오지 않아 CP장에게 확인해보니 벌써 포기했단다.
아뿔싸~~~~~ 마음이 철렁이다.
주자 어디있냐 물으니 바로 앞 차안에 있으니 데려가란다.
부산하게 움직여 차문을 여니 이미 의식을 잃은 아침아우가 벌벌떨고 앉아있었다.
어깨에 들춰 매다시피 부축하며 내차로 가는데 가슴속이 뜨거워오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온다.
미칠 것 같다.
마음이 갈갈이 찢어짐을 느낀다.
멀지 않은 거리동안 눈물 훔침까지 마무리하고 차로 데려와 앉히고 히터를 강하게
한참을 틀어놓으니 아침아우의 얼굴에 편안함과 혈기가 돌아온다.
그곳에서 또다른 친구 임정규 친구를 만나 응원으로 보내고 강릉으로 향한다.
가는 도중 주자들의 처절한 몸부림에 내몸이 떤다.
주자 한명 한명의 고통이 내게로 전해져온다.
파이팅!~~화이팅!!! 힘내라! 힘내라!!! 응원을 하며 강릉으로 향했다.
경적으로 응원하고......
당신들은 이미 승자이십니다.
더 이상 완주를 못해도 당신들은 장하십니다.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냈다.
강릉에 도착하여 정신이 돌아온 아침아우와 사우나로 몸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후
점심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오니 경포대해수욕장의 하얀 모래와 코발트빛하늘과 바닷물의 환상적인 풍경이 드디어 눈에 들어온다.
완주제한20분전에 임정규 친구가 골인하여 기쁨을 함께하였다.
그 친구가 우리회원들께 은혜를 입었다고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이제 서야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주로에서의 뜨거웠던 숨소리와 온몸으로 전해졌던 고통들이 추억속으로 남는다.
강릉 경포대해수욕장 옆의 횟집에서 회포를 풀며 우리는 예전의 우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전투병이 아닌 평범한 사람 언제나아침, 키미짱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비록 한반도횡단을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또 완주하지 못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인생의 뜨거운 무엇인가를 느꼈으니 후회할 것도 없을 것 같다.
또 마지막 남은 힘까지 다 쏟아 부어 최선을 다했기에 더더욱 후회하지 않는다.
중도에 포기한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으나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니 평온해지고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
중간에 포기하며 한때 마라톤을 그만두려하기까지 하였으나 그것은 속 좁은 내 생각이었음을 알기에 다시 중랑천에서 살 부딪치며 함께 달릴 시간이 기다려진다.
그리고 나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임을 밝혀둡니다.
문자, 음성, 댓글 등으로 힘을 주셨던 여러분의 응원 고마웠습니다.
또 고마운 분들 아시죠? ㅎㅎㅎㅎ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꾸~~벅!
PS : 이번 횡단 시 불의의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임규언님의 명복을빕니다.
한참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 달렸었는데..... |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도전할 용기 조차 내지도 못하고 있는 저에게 여러가지로 도움이 되는 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