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단일팀을 이루면 아시아 최강이 되지 않겠습네까."
지난 3일 남북대결이 벌어진 남자농구 8강리그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금정체육관을 찾은 북한 한명수 부단장이 남자 농구의 남북단일팀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부단장은 경기 시작 전 남북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는 보조경기장을 찾아 북한 농구대표팀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대표팀 김진 감독과 인사를 나눈 한부단장은 김감독에게 "북측의 큰 아이들과 남측의 빠르고 작은 아이들이 한팀으로 나가면 중국을 꺾고 아시아의 정상에 오르지 않겠습네까"라고 말했다. 김감독은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농구 관계자들은 "세계 최장신 센터 이명훈과 국보급 센터 서장훈이 더블 포스트로 나서고 이상민이 포인트가드를, 문경은과 북한의 박천종이 포워드를 맡을 경우 탄탄한 전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장훈은 "93년 동아시아대회에서 남북 대결을 가졌을 때 우리가 단일팀을 구성하면 '아시아 최강이 될 수 있겠다'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농구 전문가들 역시 "한국의 허재·강동희와 북한의 이명훈·박천종이 최상의 기량을 보였던 93년 당시 한국이 북한과 단일팀을 이뤘다면 중국과 해볼 만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 이후 한번도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한국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북한은 또 이번 대회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명훈·박천종 등 대형 스타는 눈에 띄지 않지만 조철연·표현철(이상 17) 등 어리면서도 슛이 정확한 외곽 장신 슈터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한국에서도 유일한 대학생 국가대표인 방성윤(20·연세대), 한국 최장신 센터 하승진(18·삼일상고·216㎝) 등이 무럭무럭 커가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단일팀을 구성해도 괜찮은 전력을 갖출 수 있지만, 남북 농구 단일팀은 오히려 미래가 더 밝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 농구 맹주 자리를 중국에 내주고 있는 한국 농구가 91년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에서처럼 남북 단일팀으로 패권 탈환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부산〓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