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은 성실하다. (2) 다스
지승호 : 그럼 도곡동 땅이 BBK와는 어떻게 연결되는 거야?
김어준 : 이만하면 도곡동 땅이 가카의 차명 소유 부동산이었다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근거는 충분한 셈이지. 그런데 이 도곡동 땅을 판 돈이 다스라는 회사로 들어가. 다스는 87년 설립되었는데 현대에 자동차 시트를 납품하는 회사야. 역시 가카의 차명 소유라 오래전부터 의심되는 회사인데, 이 회사의 지분 또한 처남 김재정과 형 이상은의 것으로 등록되어 있지. 도곡동 땅도, 다스도 공식적으로는 같은 두 사람의 소유로 되어 있는 거지. 사돈끼리 참 사이도 좋아. (웃음) 그런데 이 다스가 190억을 BBK에 투자한다고. 도곡동 땅을 판 돈이 다스로 들어가고 다스에서 다시 BBK로 들어가는 거지.
그러니까 도곡동 땅이 가카의 소유라면 다스도 가카의 소유가 되는 거고 BBK도 가카의 소유가 되는 거야. 그래서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아주 중요하다는 거고. 그런데 다스가 BBK에 190억을 투자하는 과정을 보면 아주 골 때려. 다스가 BBK와 투자 계약을 한 게 2000년 3월 28일이야. 그런데 당시 다스의 사장으로 근무하던 양반이 미국 법원에 낸 진술서에서 "이날 김경준을 처음 보았고, 투자 문제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진술했어. 그런데 다스가 투자를 결정했다고 기록된 날은 2000년 3월 21일이야. 사장이 투자 설명을 듣기도 전에 이미 투자가 결정되어 있었단 소리지. 흔히 하는 표현으로, 최종 결정 권한이 없는, 바지사장이란 뜻이지.
다스라는 회사는 당시 장부상 한 해 순이익이 30억 밖에 안 나던 회사야. 190억이면, 6~7년치 순이익을 한 번에 다 투자하는 건데, 회사 입장에서는 사활을 건 어마어마한 투자인데, 한국에서 기반도 없고 사장과 일면식도 없는 30대 초반의 교포 김경준이 어떻게 그런 거액의 투자를 회사 사장도 모르게 미리 받아내느냐고.
김경준의 주장과 진술에 의하면, 다스에 갔더니 이미 투자 계약서가 작성되어 있더라는 거야. 검찰이 김경준에게 "사장을 만나서 네가 투자받기 위해 설득했느냐." 물으니까, "아니다. 투자 계약서가 이미 작성되어 있었고, 30분만에 입금되었다."는 게 김경준의 대답이야. 이런 이야기는 지어낼 필요가 없는 거지. 오히려 지어낸다면 앞뒤 말이 되게 꾸며내야지 이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서로 이해가 다른 다스 사장과 김경준의 진술이 일치하는 대목이지. 그런 결정을 내린 사람은 따로 있었다는 소리가 되는 거지.
그런데 이 BBK를 5년 동안 추적했던 <주간동아>의 엄상현 기자라고 있어. 그 양반이 BBK 기사를 2007년 11월 주간동아 커버스토리로 내는데 그 기사 보면 아주 기가 막혀. 이 양반이 2002년에 다스에 전화를 해. BBK 사건을 일반인들이 알게 된 건 2007년이지만, 그 사건이 터진 건 2000년 이거든. 이 양반은 그때부터 BBK 사건을 계속 추적한 거지. 다스에 전화해서 김재정을 찾은 거야. 190억 투자에 관해 물어보려고. 가카의 처남 김재정이 다스의 최대 주주로 되어 있으니까. 그런데 회사에 오래 근무한 직원들이 김재정을 처음 들어봤다고 하더라는 거야. 아니 회사의 주인인데 말이야. (웃음) 그럼 BBK라는 회사는 아느냐고 물었더니, 역시 처음 들어봤다고 하더라는 거야. (웃음) 그래서 김재정에게 직접 전화해 BBK 투자에 관해 물었더니 자기는 다스의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투자과정에도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는 거야. (웃음) 최대 주주이자 감사가 자기 회사 순이익 6년치를 몽땅 투자했는데도 몰랐던 거지. (웃음) 실제 주인이 아닌 거라고 졸라 추정이 되는 거지. (웃음)
그 기자가 그때 이미 다스 뒤에 가카가 있다는 추론을 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때의 취재로 인해, 다스와 가카의 관계가 본격적인 논란이 되기 이미 5년 전에, 처남 김재정이 다스의 실소유주가 아니라는 정황을 포착하게 된 거지. 그럼 이야기가 이렇게 되는 거거든. 도곡동 땅을 판 돈이 다스로 들어갔어. 이건 팩트야. 그런데 다스가 처남 김재정의 것이 아니라면, 그럼 거꾸로 도곡동 땅도 김재정의 것이 아니잖아. 그리고 검찰이 도곡동의 형 이상은 지분은 제3자의 것이라고 했잖아. 그럼 도곡동의 장부상 주인 두 명 다 실제로는 주인이 아닌 게 되잖아. 땅 전체가 제3자의 것이 되는 거잖아. 누굴까요. (웃음)
지승호 : 정리하자면 도곡동 땅을 판 돈이 다스를 통해 BBK로 들어갔다는 거잖아. 투자가 이뤄진 과정은 말이 안되지만, 어쨋든 그 돈의 흐름 자체는 입증된 팩트라는 거지?
김어준 : 그 흐름 자체는 입증된 팩트야. 도곡동땅 판매 대금이 다스로 들어갔다는건 2007년 검찰이 밝힌 내용이니까. 그리고 다스에서 BBK로 총 190억이 들어간 것 역시 아무도 부정할 수 없어. 자료가 다 남아 있으니까. 여기까진 팩트야.
지승호 : 그럼 다스가 190억을 투자한 것에 대해 이명박이 아느냐의 문제가 남네?
김어준 : 만약 도곡동 땅의 주인이 가카라고 한다면그 사실을 모를리 없지만, 드러난 정황만을 놓고 한번 따져 보자고. 우선 가카도 BBK를 김경준과 공동 설립한 것까지는 부인하지 못해. 그건 너무 증거가 많으니까. 하지만 자신은 다스가 BBK에 투자한 돈에 대해서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하지. 도곡동 땅도, 다스도 모두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거지. BBK에 관해선 절대 책임지지 않으려는 거지.그래서 가카는 다스가 190억을 BBK에 투자한 것도 몰랐다고 주장해. 그걸 알았다고 하면, 사람들이 '다스는 이명박의 것'이라고 생각할까봐.
가카의 주장은 그냥 김경준이 다 알아서, 자기는 모르는 사이, 다스로부터 투자를 받아 왔다는 거야. 정말이지 팔만대장경으로 빨래하는 소리지. (웃음) 백만번 양보해서 다스가 처남과 형의 소유라고 해보자고. 회사의 존립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무려 190억을, 알지도 못하는 30대 교포 하나 보고 투자했다는 소리잖아. 그런 거액을 투자받을 교포가 마침 가족인 가카와 동업자인데도, "그 회사 괜찮은 거냐."고 한번 물어보지도 않았다는 거잖아.
형이 190억을 동생의 동업자에게 투자하면서 동생한테는 비밀로 했다는 거라고. (웃음) 혹은 처남이 190억을 매형의 동업자에게 투자하면서 매형한테 극비로 했다는 거고. (웃음) 이게 말이나 돼. 앞뒤가 하나도 안 맞잖아. 완전 조까는 소리로 추정되지. (웃음) 그래서 도곡동 땅의 주인이 이명박이고, 다스의 주인도 이명박이고, 그럼 당연히 BBK의 주인도 이명박이란 합리적 의심과 논리적 추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지. 정상인이라면.
(계속)
불법은 성실하다. (3) 대통령의 포트폴리오
김어준의 명랑시민 정치교본 <닥치고 정치> 에서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