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20일 금요일 급하게 포항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게 되었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가려니 또 분실 염려가 있다. 포항역에 세워둔 자전거를 잃어버린 지 한 달이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전거를 들고 기차에 타야겠다. 자전거를 끌고 역사 안으로 들어가니 공익요원이 막고 나선다. 공익요원은 기차에 자전거는 무조건 싣지 못한다고 내가 기차표를 끊는 단계에서부터 제지한다. 나는 철도회원에 가입되어 있기에 미리 예약한 표를 자동발급기를 통해 끊었다. 공익요원은 이제 개찰구에서 막는다. 자전거를 보관대에 세워놓고 타란다. 자전거를 잃어버리면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물으니 대답을 못한다. 그냥 기차에 들고 탈 수 없다는 것이다. 규정을 아느냐고 물었다. 사실 공익은 자세한 규정을 알지 못하고 자기 판단으로 자전거를 싣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 친구와는 도대체 대화가 되지 않는다.
철도공사에서 만든 ‘여객운송약관(2005년 8월 10일 개정)’을 보면, ‘여객은 객석 및 통로를 차지하지 않는 2개 이내의 휴대품을 휴대하고 승차할 수 있다’, 다만 ‘다른 여객의 통행에 불편을 초래할 염려가 있는 물품’은 ‘휴대하고 승차할 수 없다’고 한다.
서울지하철 여객운송규정은 다음과 같다.
제66조(휴대품의 제한)
①여객은 제65조의 규정에 의한 휴대금지품 이외에 가로, 세로, 높이의 합이 158㎝이상 또는 중량이 32㎏이상의 기준을 초과하는 물품은 이를 휴대하고 승차할 수 없다.(개정 2000.4.6, 2002. 10.28)
②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다음 각호의 물품은 이를 휴대할 수 있다.
1. 운동 및 오락용구로 길이가 2m정도의 것.
2. 신체장애인의 휠체어(개정 05.12.26)
하지만 철도에 실을 수 있는 물건의 규정에, 길이 2미터 내외의 운동용구에는 자전거가 포함된다는 취지인 것이다.
그런데, 꼭 이럴 때 거드는 이가 있다. 어느 할머니가 기차에 자전거를 실을 수 없다고 한다. 지주보다 마름이 더 미운 법이고 때리는 시누이보다 말리는 며느리가 더 밉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우호적이지 않는 ‘관객’과 실랑이를 확대할 이유는 없다. 그냥 무시한다.
공익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내가 가진 자전거는 접는 자전거가 아니라서 실을 수 없다고 한다. 사실 내 자전거는 접는 자전거는 아니지만, 앞 뒤 바퀴를 분리할 수 있다. 바퀴를 분리하고 남은 몸체는 2미터도 되지 않는다. 이 자전거를 지난 번 부산에서 동대구역까지는 앞바퀴를 분리해서 싣고 온 적이 있다.
공익은 소화물에 실어가라고 한다. 그런데, 철도소화물 제도가 최근(2006년 5월)에 폐지되었다. 경영 개선을 하면서 철도소화물 제도를 없앤 것은 철도공사다.
나는 더 이상 공익과 실랑이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여 역장과 얘기하겠다고 하였다. 기차역에 근무하는 공익요원이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역장 대신 과장 직위를 가진 역무원이 나선다. 나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달라고 했다. 자전거를 싣게 하거나,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해 주던가. 역무원은 후자를 선택하였다. 자전거를 싣고 가려는 최대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안전하게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어 최소 목표는 달성하였다.
역무원은 자전거를 기차에 싣게 되면 민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후 세 시에 포항에서 동대구까지 가는 무궁화호 열차는 손님이 없어 텅텅 비어 있다. 설사 자전거를 한 대 싣는다 하더라도 고객에게 크게 불편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공익요원과 역무원은 휴대를 거부한 것이다. 자전거를 기차에 명확히 실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속히 개정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날 저녁 모임에서 자전거 타기에 관심이 많은 ‘국회자전거타기추진위원회’ 위원장인 박찬석 의원을 만났는데, 자전거에 관한 대화를 나누지 못해 아쉽다. 매번 기차를 탈 때마다 일일이 대처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와 법을 통해서 자전거 휴대 합법화가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