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농장에 밤 따러 가자 충남 가야산 오프로드 |
이 달에는 충남 덕산 도립공원 근처의 잔잔한 오프로드를 찾았다. 덕산에서 운산으로 넘어가는 10km의 코스로, 정상에 서면 멀리 서해대교의 장관이 보인다. 순정차도 충분히 지나갈 수 있고, 지나는 길에 있는 서산농장에서는 10월 중순까지 밤 따기 행사가 열린다. 서산 마애삼존불과 보원사지 등이 가까이에 있어 가족과 함께 나들이하기에도 좋다 글·이동희 기자(ponygt2@4wdrv.co.kr) 사진·조상래 부장(srcho@4wdrv.co.kr) |
|





|
지난 여름은 정말로 힘들었다. 끊임없이 내리는 비와 태풍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폭우가 쏟아진 지역은 애써 키운 곡식과 과일이 못쓰게 되고, 도로가 유실되는 등 많은 피해를 입었다. 철도와 포장도로가 끊기는 마당에 오프로드라고 멀쩡할 리가 없다.
충남에서 가장 높은 지역 찾아가
숲길에 비가 후려치고 지나가면 돌멩이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록 크롤링 코스로 바뀌기 일쑤다. 이 때문에 7, 8월 찾았던 경기도 가평의 북배산과 포천의 지장산에서 기자는 혹독한 경험을 했다. 막강하게 튜닝된 차를 끌고 갔지만 흔적만 남은 길 앞에서 돌아서야 했다.
곳곳의 내로라 하는 하드코어 오프로드 코스들이 살벌한 모습으로 바뀌었다는 얘기에 이 달에는 어디를 찾아가야 할지 고민이 컸다. 두 달 연속 하드코어 오프로드를 다녀왔더니 이제는 쉬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9월에는 추석 연휴가 끼어 취재 일정이 빠듯한 탓에 멀지 않은 곳을 다녀오기로 했다. 고민 끝에 오프로드 동호인들이 자주 찾는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려 도움을 요청했다. 충청남도 태안이나 서산 근처에서 순정차로 갈 수 있는 오프로드를 추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서산 달구지클럽의 김석환 씨가 예산군 덕산면에서 서산군 운산면으로 넘어가는 코스를 소개해 주었다. 처음에는 안면도나 태안반도의 바닷가를 찾을 생각이었지만 알고 보니 이곳은 국립공원 지역으로, 차가 모래밭에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사구(砂丘) 지역으로 유명한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일대는 자연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모래밭을 달리는 일은 완전히 금지되었다. 때문에 태안반도의 예전 오프로드는 대부분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덕분에 조개나 게 등이 많아졌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충남은 내륙으로 들어가면 산줄기가 보이지만 서쪽 서산과 당진, 태안군에는 높은 산을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산이라고 부르기 힘든 해발 100∼300m의 언덕에 올라서면 서해가 보일 정도로 전망이 좋은 곳이 많다.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천수만 간척지나 안면도 등 30분∼1시간 거리에 관광지가 펼쳐져 가족들과 함께 움직이기도 좋다. 가을에는 대하(大蝦)와 꽃게를 맛볼 수 있어 미식가들을 불러들인다. 이 달에 찾은 예산군 덕산면의 가야산 오프로드는 해발 677m인 가야산과 석문봉(653m) 등으로 둘러싸인 덕산 도립공원을 살짝 빗겨간 곳이다. 오프로드는 10km가 채 되지 않고 SUV라면 로 기어를 쓸 필요 없이 4H만으로 너끈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길이다. 맑은 날 해발 400m의 정상에 서면 30km나 떨어져 있는 서해대교의 장관을 볼 수 있다. |
덕산 ∼ 서산농장 좁은 숲 속으로 뻗은 외길 |




|
덕산 도립공원에 속하는 가야산에는 오프로드가 없다. 정상의 송신소까지 모두 포장되었고,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일반인은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없다. 도립공원을 따라 북서쪽으로 달리다 북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서산군 운산면 원평리로 내려가는 길이 이 달에 소개받은 오프로드다. 1/30만 지도에는 길이 나오지 않고 1/10만 지도는 길이 표시되어 있지만 입구를 찾기가 굉장히 어렵다.
사실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에서 나가 운산면을 지나 618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오프로드 입구에 닿지만 길이 이리저리 꼬여 있어 헤매기 십상이다. 따라서 고속도로를 조금 더 달려 해미IC에서 나가 45번 국도를 타고 덕산 쪽으로 가는 것이 훨씬 편하다. 해미IC에서 덕산면 소재지까지는 16km 정도. 중간에 한서대학교를 지나 해발 300m 정도의 해미고개를 넘는다.
계속 45번 국도를 따라가면 국보49호 대웅전이 있는 수덕사를 지나고, 덕산온천을 만난다. 덕산읍내로 들어가기 전에 충의교라는 다리를 건넌다. 다리를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아파트를 보며 좌회전해야 가야산 길로 접어든다. 덕산읍내는 공사하는 곳이 많고 골목길로 돌아야 하는 등 매우 복잡하다.
읍내 한가운데 사거리에서는 609번 도로를 탄 다음 골목 끝에서 왼쪽으로 꺾은 후에 가야산 표지판을 보고 따라간다. 1km쯤 가면 왼편에 옥계 저수지가 보이고, 보덕사로 들어가는 입구를 오른쪽으로 스친 후에 버스 종점에서 직진한다. 작은 다리를 건너 왼편의 가야산 등산로로 들어간다. 이곳에는 조선 말 흥선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의 묘가 있다. 묘자리로는 천하명당으로 알려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등산로에 접어들어 나오는 첫 번째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얼마 안 가 포장도로가 끊기면서 오른쪽에 ‘서산농장’이라고 쓴 작은 간판이 보인다. 조그만 다리를 건너면서 좁은 오프로드가 시작된다.
오프로드는 해발 621m인 옥양봉을 왼쪽으로 끼고, 예산군 덕산면에서 서산시 원평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사실 덕산에서 609번 지방도를 타면 원평 초등학교 앞의 골목으로 들어가 산에 오를 수 있지만 남연군 묘에서 올라가는 오프로드가 |
훨씬 재미있다. 몰고 간 쌍용 렉스턴의 차체에 끊임없이 나뭇가지가 부딪칠 정도로 숲이 울창하다. 길만 보아서는 평야지대로 유명한 충남인지, 강원도 두메에 있는지 구별하기가 힘들다.
오프로드는 3km 정도 이어진다. 1.5km 정도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내리막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차가 지나기에 너무 좁아 곧장 언덕을 올랐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곳은 계곡 안에 있는 논밭을 관리하기 위해 트랙터나 경운기가 다니는 길이라고 한다.
아주 가끔 주먹만 한 돌이 있을 뿐 노면은 순정차라도 바닥을 긁지 않고 지날 정도로 매끈하다. 오프로드 시작 지점에서 누른 적산거리계가 3km를 가리킬 즈음에 갈림길이 나온다. 서산농장으로 가려면 오른쪽 초소를 끼고 있는 길로 들어가야 한다.
|
서산농장 ∼ 원평리 밤나무 숲 사이로 뚫린 오프로드 |



|
농장 입구의 초소를 지나면 예산을 지나 서산시로 넘어가게 된다. 입구에서 600m 정도 더 가면 정상을 넘어 서산농장의 마당으로 올라가게 된다. 서산농장은 70만 평 중 45만 평에 밤나무가 심어져 있다. 초소를 지나면서부터 가지가 땅에 닿을 정도로 묵직한 밤나무밭이 펼쳐지는데, 때가 일러서인지 익어서 벌어진 밤송이를 보기는 힘들었다.
밤나무 숲 속 오프로드에서 밤을 줍는 것은 농장의 밤을 몰래 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밤의 수확기간이 40일 정도로, 농장에서는 매년 가을 10월 중순까지 밤 따기 행사를 연다. 어른 한 명이 1만 원을 내면 20kg짜리 자루를 가득 채우기가 어렵지 않다.
1969년 심은 토종 밤나무들로 알이 크지는 않지만 속이 단단하고 무척 고소하다. 서산농장은 개인 소유로 전화(041-664-5722)로 문의하면 밤을 딸 수 있는 기간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기자가 서울에서 이곳까지 걸린 시간은 3시간 남짓, 아침 일찍 온다면 하루 종일 밤을 딸 수 있기 때문에 본전 생각은 나지 않을 듯 싶었다.
농장에는 관리를 위해 뚫어 놓은 임도가 여럿 있다. 덕산에서 넘어오는 오프로드는 길이여서 차의 출입을 막지 않지만 임도는 농장의 소유여서 들어갈 수 없다. 대신 농장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길에는 갈림길이 많다. 농장 입구에서 내리막으로 접어들어 300m쯤 가면 전봇대가 끊어지면서 작은 개울이 나온다. 이곳을 건너 조금만 더 가면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은 곧장 마을로 이어지는 코스
|
로, 조금 가파르지만 노면상태가 좋다.
왼쪽으로 들어가면 올라오던 길과 비슷한 잔잔한 숲길이 이어진다. 갈림길에서 1.2km 정도 가면 농장을 벗어나 삼거리를 만난다. 왼쪽은 옥양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이고, 직진하면 용현리 쪽이다. 이 길을 타면 마애삼존불과 개심사 쪽으로 갈 수 있지만 차를 통제하니 발길을 돌려 다시 올라가는 것이 나을 듯 싶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수정봉을 거쳐 아래로 내려가는 오프로드다. 비가 많이 와서 깊게 파인 곳을 포크레인으로 다듬고 있었다. 농장을 방문한 차들이 수시로 다니기 때문에 자주 손을 본다고 한다.
갈림길에서 2km 정도를 달리면 나오는 약간 급한 내리막은 상태가 좋지 않아 조금 신경을 써야 한다. 또 콘크리트로 된 배수로가 길을 가로질러 대각선으로 뻗어 있다. 배수로를 넘으면 10∼15cm의 턱이 있기 때문에 천천히 지나는 것이 좋다.
갈림길을 기준으로 3km 정도에서 포장도로를 만나고, 여기서 600m 더 가면 왼쪽에 다리가 있는 삼거리가 나온다. 직진하면 농장 정문이 보이고 다리를 건너 2km 내려가면 폐교가 된 원평초등학교를 마주보면서 609번 혹은 618번 지방도에 닿는다. 여기서 우회전하면 덕산으로 들어가고, 왼쪽으로 접어들면 운산을 거쳐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까지 쉽게 갈 수 있다. 취재차 협조 : 쌍용자동차 |
첫댓글 밤따러 가세....
밤따러가는거 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