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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바이의 황혼
22. 불가사의(不可思議)한 나라 인도 흔히 인도를 가리켜서 ‘천의 얼굴을 가진 나라’라고들 말한다. 넓은 국토에 비가 많은 동부의 아샘 지방으로부터 서부의 타르 사막에 이르기까지 지형과 기후가 다양하고 지역에 따라서 민족과 언어와 풍습이 다르기 때문이다.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자동차와 릭샤, 오토바이, 자전거, 소, 노새, 낙타 달구지들의 물결이 끝없이 흘러가고, 뿌연 먼지와 지독한 냄새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인도 사람들이 신으로 섬긴다는 소들도 거리를 어슬렁거리고 있었고. 인도는 웬만한 도시마다 붉은 사암과 대리석으로 지은 대궐 같은 성채들이 우뚝 서서 옛날의 영화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수없이 늘어선 판잣집들은 화장실마저 없어서 아침이면 사람들이 마을 주위나 철로 변에 쪼그리고 앉아서 용변을 보고 있다. 힌두족과 드라비다족을 비롯한 2,400여 민족들이 살고 있는 인도는 845가지나 되는 방언을 사용하고 있어서 언어의 소통이 어렵다. 물론 300여 년 간이나 영국의 통치를 받아왔기 때문에 영어가 가장 널리 통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인도는 불교의 발상지인데도 불교 신자는 0.1%에 불과하고 주민의 80%가 힌두교도들이며 이슬람교도도 12%나 된다. 그래서 힌두교 율법에 따라 인도는 철저한 계급 사회를 이루고 있다. 제일 높은 계급인 브라만은 신과 인간의 중재자이고, 크샤트리아는 무사 및 귀족으로 대중을 이끌어 가며, 바이샤는 서민들이고, 슈드라는 최하위의 노예 계급이다.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인 하이잔도 인구의 25%인 25,000만 명이나 되고. 그들은 계급이 다르면 생활 풍습이 다를 뿐만 아니라 혼인도 할 수 없다. 다른 계급과 결혼을 하면 원래의 계급에서 축출당하며 상대방 계급에도 들 수가 없어서 불가촉천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주어진 계급에 숙명처럼 순종하며 살아간다. 카스트에 순종해야 죽은 다음에 더 높은 카스트에 태어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들의 교리에 의하면 인간은 8,400만 번의 윤회를 거쳐야 비로소 해탈을 한다는 것이다. 인도에는 거지들도 많다. 어린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아기를 안은 여인들과 노인들마저 손을 내민다. 그들은 마치 돈을 맡겨 놓기라도 한 것처럼 끈질기게 따라다니면서 구걸을 한다. 인도의 기차는 입석과 좌석과 침대 객차가 한 기관차에 의해 끌려간다. 등급에 따라서 달리는 속도가 다른 것이 아니라 객차의 내부 시설이 다른 것이다. 우리는 그런 것도 모르고 차표가 부족해서 일행이 다른 등급 객차에 나누어 탔다가 칸막이 때문에 연락할 길이 없어서 곤욕을 치렀다. 나는 세계 여행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모두 인도에서 당했다. 뭄바이에서 뉴델리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발버둥치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진땀이 나고, 아우랑가바드에서 뭄바이로 가는 주말 열차는 피난 열차를 방불케 했으며, 귀국길에는 뉴델리에서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가 출발하지 않아서 밤을 꼬박 새우면서 24시간이나 기다려야 했으니 말이다. 머리에 터번을 두른 콧수염의 중년 남자는, 타고 가던 자동차가 고장이 나도 호텔 방에 전등불이 안 와도 고개를 좌우로 까닥이면서 노 플로블럼(no problem)만 연발하고, 이마에 붉은 점과 코에 금빛 장식을 한 여인은 현란한 사리를 몸에 걸친 것이 어느 고관 집 귀부인만 같은데도 맨발이다. 사람의 시체를 태워서 재를 버리고, 많은 사람들이 빨래를 하는 누런 강물에서 사람들이 목욕을 하는가 하면, 그 강물을 떠서 마시기도 한다. 하기야 갠지스 강물에 목욕을 하고 그 물을 마시면 이승의 죄가 모두 없어져서 죽으면 천당에 간다고 했으니 그런 영광이 어디 있겠는가. 우편국 공인 언어가 14종이나 되고 돈에 인쇄된 문자가 9종이나 되는 나라, 주민의 88%가 문맹인 나라, 신문 구혼 광고에 카스트의 신분을 밝혀야 하는 나라, 세계의 철강왕이 그의 딸 결혼식에 5,500만 달러(550억 원)를 쓰는 나라, 비행기가 제 시간에 뜨는 것이 이상한 나라, 기관사가 식사를 한다고 기차가 늦게 출발하는 나라, 농촌에는 화장실이 없는 나라, 밤이면 길가에서 사람과 소와 돼지들이 함께 잠을 자는 나라 인도는 가난하고 더럽고 익살맞고 황당하고 기발하지만 자존심이 강하고 화려한 나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가난한 나라 인도의 타타모터스가 우리 나라의 대우 상용차 공장을 인수했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타타모터스가 속한 타타 그룹은 인도 최대 재벌로, 1,800년대 후반 면직 공업으로 출발해서 지금은 철강, 자동차, 석유 화학 등 무려 80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었다. 11억 인구 중에 하루 1~2달러를 버는 극빈층이 5억이나 되기는 하지만, 잘 사는 부유 계층이 우리나라 인구보다도 더 많은 나라가 인도다. 초등 학교 어린이들이 19단을 외우고 1,000개가 넘는 공과 대학에서 한 해에 30만 명이나 되는 이공계 고급 인력이 쏟아져 나와서 세계적인 IT(정보 기술) 최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나라 인도는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를 30%나 차지하고 있다. 세계 여섯째의 핵 보유국이고, 1980년에 이미 독자적으로 개발한 인공 위성을 쏘아 올렸으며, 노벨상 수상자를 4명이나 배출한 나라 인도는 지금은 비록 가난하지만 2020년에는 세계 2~3위 경제 대국으로 떠오를 것으로 세계는 내다보고 있다. 맨발로 돌아본 인도는 원시 사회로부터 초현대 사회가 공존하는 참으로 불가사의한 나라이다.
물을 길러가는 소녀
연료인 말린 소똥 문반
거리의 소
성지순례에 나선 자이나교도들
농촌
해바라기
회교도 여인들
낙타
카주라호 사원 조각
카주라호 사원의 조각 |
첫댓글 양극화가 심하군요. 발가벗은 남자가 있는가 하면 온통 히잡으로 얼굴을 가린 여자도 있고. 그 고추먹고 맴맴 하면 안될텐데. 인도 자이나교 신자들 수양하나는 잘 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