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농장메밀밭(전북 고창) 14만여평 하얀 메밀꽃 장관
‘내마음 지쳐 시들 때 호젓이 찾아가는 메밀꽃밭 슴슴한 눈물도 씻어내리고 달빛 요염한 정령들이 더운 피의 심장도 말갛게 씻어 준다
그냥 형체도 모양도 없이 산비탈에 엎질러져서 둥둥 떠내려오는 소금밭 아리도록 저린 향내 먼산 처마끝 등불도 쇠소리를 내며 흐르는 소리…’
송수권의 ‘메밀꽃밭’
전북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 학원농장은 봄이면 푸른 보리로 넘실댔던 농장이다. 이젠 메밀꽃이 만개했다. 젖무덤처럼 완만한
구릉은 청보리만큼이나 짙푸른 하늘을 이고 있다. 메밀밭은 마치 구름이 내려앉은 것 같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대를 보고 있으면
꽃멀미를 할 것같이 어지럼증이 난다.
메밀밭은 광활하다. 해마다 메밀꽃을 늘렸다. 학원농장 17만평중 올해는 14만평을 심었다니 국내 최대규모다.
메밀밭에서는 다른 식물들을 찾아볼 수도 없다. 파종부터 재배까지는 불과 두달뿐이지만 워낙 번식력이 강하기 때문에 잡초조차
끼여들지 못한다. 메밀밭 바로 옆의 콩밭에 잡초가 무성하게 올라온 것과 대조적이다. 붉게 익은 수숫대가 물고랑을 따라 댓그루씩
서서 메밀밭의 경계를 나누고 있을 뿐이다.
메밀꽃밭은 순백으로 환하다. 한송이를 떼어내 놓고 보면 마치 강냉이 튀밥처럼 보잘 것 없지만 들판을 뒤덮고 있는 메밀꽃은 눈
쌓인 들판 같다.
학원농장의 메밀꽃은 9월초부터 피기 시작했다. 10월 초순까지 메밀꽃이 이어진다. 꽃머리부터 피기 시작해서 폭죽 터지듯 꽃대를
타고 내려오며 꽃망울을 터뜨린다. 농장주 진영호씨(59)는 “올해 장마로 파종이 늦었기 때문에 강원도 봉평보다 1주일 정도 늦게
꽃이 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진씨는 진의종 전 국무총리의 장남. 대기업에서 이사까지 지냈지만 이제는 농군 티가 완연하다. 학원농장은 어머니인 고(故) 이학
여사가 처음 개간했다고 한다. 1960년대엔 이런 곳에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했을 정도로 잡목만 무성했던 야산. 마을 사람들이
땔감이나 얻었던 불모지를 사서 개간했다. 원래 두루미가 많이 날아들던 곳으로 황새골이라 불렸다. 학원(鶴苑)이란 이름도 학이
많다는 뜻이다. 어려서부터 농군이 꿈이었던 그는 지난 92년 모 대기업에 사표를 쓰고 시골로 들어와 농군이 됐다.
원래 학원농장은 보리밭으로 더 유명하다. 그의 보리밭은 개인농장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컸다. 진씨는 몇해 전부터 메밀을 조금
시험재배하다가 올해는 12만평으로 늘렸다. 이곳에서 수확한 메밀은 가공공장이 많고, 업체도 많은 봉평으로 팔려나간다.
성장이 빠르고, 김을 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따로 일손이 필요없다. 진씨는 판매처만 확보되면 17만평의 농장 전체에 메밀을
심을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전국 최대의 메밀꽃밭으로 봉평만큼이나 명소가 될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비산비야의
구릉지대에 펼쳐진 학원농장 메밀밭은 지평선이 하늘과 바로 맞닿은 듯 정겹다.
학원농장은 MT나 야유회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넓은 잔디밭에는 축구장, 족구장, 실내 탁구장 등을 갖추고 있으며, 농장길은
하이킹, 산책로로 제격이다. 욕실을 갖춘 3~4인용 방 4개, 30명 수용의 단체룸 등을 갖추고 있으며, 취사시설도 있다. 농장 내
진의종 총리의 유품등을 전시한 '백민기념관'도 볼거리.
고창군과 학원농장측은 메밀꽃축제 기간에도 공식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고,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정취를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학원농장 주막에서는 메밀 국수와 전, 묵, 그리고 보리밥을 내놓는다.
특산품을 파는 매장과 편의시설은 상시로 운영된다.
학원농장☎(063)564-9897 http://www.borinara.co.kr/
■ 여행 메모 ■
◆드라이브 메모:서해안고속도로 고창 나들목으로 진입, 법성포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15번 지방도. 5분 정도 달린 뒤 3거리
갈림길에서 선운사 대신 무장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다시 만나는 공음(무장)·동호 3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무장 방면 796번 지방도.
무장읍내 6거리에서 공음 방향으로 꺾어 4㎞를 달리면 계동 버스승강장이 있다. 그 옆에 한자로 쓰인 ‘학원농장(鶴苑農場)’ 돌
표지판이 서 있다. 표지판이 크지 않아 지나치기 쉽다.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는 정읍IC에서 빠져 22, 23번 국도로 고창읍에
들어가거나, 백양사IC로 나와 15번 지방도로를 이용해 고창읍에 닿는 방법이 있다. 대중교통은 서울 강남 센트럴시티에서 고창까지 고속버스를 탄 뒤 군내 버스로 무장까지 간다. 무장읍내에서 택시를 이용하면
6,000원 거리.
◆숙박:학원농장에 객실 5개가 있다.
4만원부터. 선운사 관광단지에 숙박시설이 많다. 석정온천(061-564-4441)은 게르마늄 온천으로 피로를 씻기 좋다.
◆별미집:고창읍내 천변의 조양관(508-8381)은 이름난 한정식집. 문을 연지 60년이 넘는다고 한다.
7,000원, 1만5천원, 2만5천원짜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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